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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Apr 04. 2022

부추 포기 나눔은 과감하게

수확도 과감하게 썩둑!

부추는 참 기르기 쉬운 작물 중 하나 있다. 베란다에서라도 꼭 키우라고 추천하는 편인데, 늘 푸르게 있는 것도 보기 좋거니와, 필요할 때 즉석에서 적당량을 잘라서 사용하면 많이씩 샀다가 다 못 먹고 버리거나 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는 두 가지 부추가 있다. 한국식 부추와 서양식 차이브. 둘 다 부추 종류여서 크는 방식이 비슷하다. 차이브는 한국 부추보다 많이 가는 편인데, 향도 좋고, 약간 빳빳해서 음식 위에 장식처럼 뿌리면 초록이 예쁘고, 향도 좋기에 애용하는 편이다.


겨울이 되면 죽은 듯하다가도, 봄이 되면 다시 깨어나는 부추들은 그래서 초보자들도 쉽게 키울 수 있어서 더욱 좋다. 그리고 한 번 심어두면 씩씩하게 번식을 하여 완전히 빽빽해지는데, 그러면 뽑아서 포기 나눔을 해주는 것이 좋다. 그럴 때 뽑아둔 것은 이웃과 나눌 수 있으니 더욱 좋다.




그런데 유난히 추웠던 지난겨울이 우리 집 부추에게도 상당히 혹독했나 보다. 땅에 심었으면 그래도 괜찮았을 텐데, 화분에 방치해뒀더니, 씩씩한 차이브와 달리 한국 부추는 어쩐지 누렇게 힘이 없고 잘 뻗어 올라오지 않았다. 마음이 좀 쓰여서 분갈이하면서 흙도 좀 좋은 것으로 바꿔주고 해서 다시 살려봐야겠다 하고 있었는데, 텃밭 동호회 회장님이 지나는 길에 씨앗 몇 가지 주신다며 들르실 때, 부추도 하나 움큼을 가져다주시는 바람에, 갑자기 튼실한 부추가 손에 들어왔다!


빽빽하게 자란 부추 한 덩어리


마침 머위가 좀 있으면 좋겠다 하시길래, 우리 집에서 겨울 동안 열심히 번식한 머위를 좀 캐어 가시라고 호미를 내어드렸더니, 반가이 캐 가셨다. 텃밭을 하다 보면 이럴 때 참 마음이 훈훈하다. 정감 있게 부추를 내밀고, 또 당장 땅에서 뭔가를 캐서 나눌 수 있으니 늘 부자인 것 같은 기분이다.


이건 벌써 3주 전의 사진이라 머위가 그리 커 보이지 않지만, 사실 그새 앞쪽을 다 뒤덮어버렸다.


회장님이 가시자마자 나는 가져오신 부추를 포기 나눔 했다. 일단, 이렇게 뽑았던 부추는 이대로 바로 다시 심어도 푸른 부분이 살지 못하기 때문에 깨끗하게 잘라내고 시작하는 것이 더 좋다. 그래서 우선 먹을 수 있는 부분을 먼저 잘라냈다. 그러면 작업하기도 좋고, 먹을 부추도 한 움큼 생겼으니 일석이조이다.


산발을 한 부추를 도마에 놓고 썩둑 잘랐다. 


부추 뿌리는 정말 단단하게 한 덩어리로 꽁꽁 뭉쳐 있지만, 살살 달래면서 하나씩 잡아 빼면, 쑥 잘 빠져나오는 것이 참 신통하다. 그래도 부추는 한 개씩 따로 심지 않고 뭉치로 심기 때문에, 몇 개씩 한 묶음으로 정리했다.


이제 뭉텅뭉텅 심어주면 되는데, 지금 밑에 나 있는 뿌리는 너무 길어서 오히려 성장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먼저 짤막하게 잘라준다. 그러면 자극이 되어서 오히려 뿌리가 더 잘 자라서 자리를 잡는다. 


길게 늘어진 뿌리를 잘라냈다.


저녁 먹을 시간이 다가오기에 후다닥 심어놓고, 나머지는 나눔용으로 따로 빼놨다. 다음 주에 수강생들이랑 번개 하기로 했는데, 그때 관심 있는 이들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도 나눔으로 받았고, 그게 또 퍼져 나가면 점점 더 많은 이들의 식탁을 기쁘게 해 줄 테니 어찌 아니 좋겠는가!


앞쪽이 한국 부추, 뒤쪽이 서양 부추


원래 부추는 수확할 때 짧게 잘라야 하는데, 분리하기 힘들 것 같아서 푸른색을 남기고 잘랐더니 영 보기 그렇다. 땅에 닿을 만큼 바짝 잘라줘야 예쁘게 자라는데 말이다. 저녁 먹느라 허둥지둥 들어오고 나서 다음날 내다보니 계속 비가 내린다. 비 올 때는 원래 수확하는 거 아니니, 내일이라도 날이 개면 한 번 정리를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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