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을 튀겨도 맛있다던데, 하물며 꽃 튀김이라면!
요새 봄이 오면서 사방에 민들레가 지천이다. 넓은 초록 들판에 깔린 노란 민들레는 때론 장관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예쁘기도 하지만, 예쁜 마당을 가꾸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틀림없는 불청객이다.
우리 동네도 마찬가지다. 나는 잡초도 꼭 싫어하는 것만은 아니지만, 있어야 할 곳과 아닌 곳이 구별되지 않는 것은 싫다. 아무리 예쁜 꽃도 그 위치가 맞지 않고, 땅을 온통 점령하려 든다면, 나는 과감히 자리를 옮기거나 일부를 제거한다. 모든 것은 조화로울 때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마당 잔디밭에는 민들레가 거의 없다. 하지만 노인 혼자 사는 이웃집 잔디밭은 차라리 민들레 밭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많은 민들레가 있다. 그러니 그 집에서 날아오는 민들레 홀씨가 반가울 리가 없다. 그렇다고 그 집 마당의 민들레를 제거해줄 만큼의 여력은 내게 없으므로, 대신 나는 그 집의 민들레 꽃을 따준다.
그 집에도 더 번지지 않으니 좋고, 우리 집으로 홀씨도 날리지 않으니 말이다. 나는 이 꽃으로 주로 차를 만든다. 오븐 팬에 하나 찰만큼 모아서 데우기 기능으로 말려주면, 차로 마시기 딱 좋다 (만드는 법: https://brunch.co.kr/@lachouette/466)
사람들은 민들레 잎이나 뿌리를 사용해서 겉절이 김치를 담그기도 하지만, 일단 꽃이 핀 민들레는 상당히 맛이 써져서 먹기 쉽지 않다. 섣불리 따라 했다가 고생만 하고 못 먹었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민들레는 꽃이 피기 전에 연한 잎을 먹어야 한다.
하지만 이 꽃은 뭔가 다른 쓸모가 있지 않을까 싶다가, 튀겨 먹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발도 튀기면 맛있다는데, 하물며 꽃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래서 남편이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길래, 나는 애피타이저로 민들레 꽃 튀김을 해주겠다고 했다.
애피타이저이니 많은 양을 튀길 필요도 없어서 주변에 눈에 뜨이는 만큼만 후다닥 따와서 씻었다. 땅에 바짝 붙어서 피는 꽃이기 때문에 은근히 흙이 많다. 여러 번 헹궈서 흙을 제거한 후, 행주로 물기를 제거해준다. 물기가 있으면 아무래도 바삭하게 튀겨지지 않고, 조리 과정에 기름이 튀기도 쉽기 때문이다.
튀김옷은 그냥 일반 튀김가루를 이용하면 된다. 우리는 남편이 밀가루를 못 먹으니, 글루텐프리 전용 가루를 이용했고, 바삭한 맛을 살리기 위해서 타피오카 전분을 반반 섞어서 사용한다.
튀김옷에 꽃을 풍덩 한 후에 건져서 재빨리 튀겨냈다. 너무 오래 튀길 필요 없이 빠르게 튀기고, 건져낸 후에 다시 한번 더 튀겨서 수분을 날려주면 더욱 바삭하다.
식전 애피타이저이니 접시에 담아서 고추 장아찌와 함께 상에 올렸다. 날름날름 집어 먹으니, 몇 개 안 되는 꽃이 금세 동이 났다.
남편은 "민들레 꽃을 먹다니!"하고 껄껄 웃으면서도 잘 집어 먹었다. 우리 남편, 한국인 아내 만나서 평생 한 번도 먹어보리라 생각 못했던 것들을 많이 먹어보는구나! 하하!
맛은 어땠을까? 약간 쌉쌀하면서 단맛이 감도는 그런 맛이었다. 꼭지 쪽을 더 짧게 제거하면 덜 쓸 거 같다. 뒷맛이 약간 쌉싸름 하지만, 고들빼기나 씀바귀 같은 쓴맛도 일부러 찾아먹는 우리에겐, 입맛을 돋워주는 그런 맛이었다.
재료:
민들레꽃, 물에 헹궈서 물기 완전히 제거
튀김가루, 또는 밀가루+타피오카 전분, 또는 글루텐프리 가루 + 타피오카 전분
물, 가루와 1:1 분량
만들기:
1. 민들레 꽃은 물에 담가 여러 번 헹궈서 흙을 완전히 제거한다.
2. 물기를 타월로 제거하고, 비닐봉지에 담아, 밀가루(글루텐프리 가루)한 숟가락을 넣어 흔들어준다.
3. 가루 대 물의 비율을 1:1로 맞춰서 튀김옷을 만든다.
4. 민들레꽃을 반죽에 넣었다가 건져서 빠르게 튀겨낸다.
5. 대충 30초 정도 튀긴 뒤, 꺼내서 수분을 날려주고, 다시 30초 튀기면 적당하다
6. 양념장이나 장아찌 등을 곁들여서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