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향을 즐기는 참나물 페스토를 만들자
우리 집 옆 마당에는 여전히 봄 나물이 한창이다. 작년에 얻어다가 무심코 던져놓은 쑥과 참나물이 단단히 자리를 잡아서 이번 봄을 풍성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이 나물들은 사실 캐나다에서는 잡초로 분류되는 종류인 만큼, 쉽게 제거가 어렵고 생명력이 강하다. 그 덕에 우리는 적은 양으로도 마음껏 뜯어먹을 수 있는 것이다.
참나물과 쑥을 이용해서 나물도 해 먹고, 전도 부쳐먹고, 쑥버무리도 했지만, 양식과 한식이 반반인 우리 집에서는 좀 다른 음식을 해 먹고 싶었다. 저녁 뭐 먹을까 하는데, 요즘 봄이 시작되어서 마당에서 일이 바쁘니, 남편은 뭔가 손 많이 가는 것 말고 좀 쉬운 것을 먹자고 했다. 그래서 당첨된 것이 피자였다.
얼마 전에 냉동피자를 사놓은 것이 있으니 그걸 구워서 먹기로 했다. 밀가루를 못 먹는 남편 때문에 우리는 직접 반죽을 만들어 먹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가끔 밀가루 없는 글루텐프리 냉동피자를 세일하면, 몇 개 사다 두고 바쁠 때 해결하기도 한다.
그래도 그대로 먹으면 맛이 없으므로, 치즈만 얹어있는 것을 사다가는 우리 취향에 맞게 이것저것 얹어서 굽는다. 소스도 우리가 만들어둔 피자 소스를 사용하고, 페페로니나 햄, 올리브, 버섯 등을 사용하면 금세 풍부한 맛의 피자로 변한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참나물을 먹고 싶어서 갈등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가 생각해보니, 루꼴라 피자처럼 참나물을 위에 얹어서 먹어도 맛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그러자면, 연한 것들로만 뜯어야 하는데, 벌써 제법 자라 약간 뻣뻣한 것들도 있어서 즐겁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을 급 전환하여, 참나물과 쑥 페스토를 만들기로 했다. 재작년에 갑자기 깻잎을 많이 수확하면서 깻잎 페스토를 만들어 보관했었는데, 나중에 그걸로 피자를 만들었더니 정말 맛있었던 기억이 갑자기 난 것이었다. 원래 보통 바질로 페스토를 만들지만, 무엇이든 향이 좋은 풀이라면 페스토를 했을 때 그 향을 더 즐길 수 있지 않겠는가!
페스토(pesto)는 으깨고 두드린다는 의미를 가진 이탈리어 단어이기 때문에 전통 방식으로는 돌절구에 갈아서 만들어야 한다. 원래 기원은 고대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간다고 하며, 치즈와 잣, 기름과 향기로운 허브를 익히지 않고 갈아서 만드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그것이 이탈리아 북서부 리구리아(Liguria) 지역에 남아서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유래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런 레시피들은 집집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람들마다 넣는 양이 다른데, 한두 번 해보면 취향에 맞는 비율이 나온다. 잎에다가 잣이나 너트류를 넣고, 마늘 조금 넣고, 소금 간 해서 갈면서 올리브 오일을 넣어 농도를 맞추는 식으로 진행하면 좋다.
우리 집에는 마침 잣이 하나도 없기도 하거니와, 잣은 워낙 비싸니까 호두를 넣기로 했다. 캐슈너트를 사용해도 맛있을 거 같았는데, 캐슈너트 가루가 있어서 좀 섞었다. 그리고 호두의 텁텁한 맛을 빼기 위해서180°C(350°F) 오븐에 펼쳐 넣어서 앞 뒤로 10분쯤, 바삭할 정도로만 구워줬다.
바질 대신 사용하는 봄나물은, 참나물과 쑥을 사용하되, 각각 따로 만들기로 했다. 둘이 가진 각각의 향을 충분히 살리고 싶기 때문이었다.
나물은 우선 흙이 나오지 않을 만큼 깨끗이 씻은 후, 물기를 제거해준다.
갈아주는 도구는, 믹서기나 푸드 프로세서 등을 이용한다. 처음에는 잎과 견과류 정도만 넣어서 좀 섞어준 후, 파르메지아노 치즈 간 것과 마늘, 소금, 후추 다 넣고 다시 갈아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올리브 오일을 넣으면서 농도를 맞췄다.
완성 후 맛을 보니, 호두와 치즈가 어우러져서 참나물의 향이 아주 고급스러웠다. 나물로 무치면 캐나다인 남편은 그 특별한 향을 잘 못 느끼는 것 같았는데, 이렇게 해놓으니 오히려 향이 더 살아나는 것 같았다.
이 페스토의 색상은 이렇게 갈아내는 과정에서 죽기 때문에 파릇한 색이 아니고 한 톤 죽은 색이 되지만, 나는 이 색이 더 좋다. 만일 초록색이 더 생생하게 살아있기를 원한다면, 베이킹 소다 푼 물에 재빨리 데쳐내서 꼭 짜서 사용하면 된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길래, 냉동피자를 꺼내서 위에다가 얼른 페스토를 발라줬다. 일반 피자 도우를 사용한다면 반죽 위에 바로 올리겠지만, 우리는 오늘 간단히 해결하기로 한 것이었으니, 이 위에 그냥 얹었다.
그리고는 집에 있는 토핑을 적당히 얹어줬다. 양송이, 할라피뇨, 빨간 피망, 페페로니, 햄을 얹고 치즈로 마무리! 평소에는 종류를 훨씬 다양하게 하지만, 이번엔 좀 절제하였다.
그래서 하나는 페스토 소스, 나머지 하나는 우리 집에서 만든 피자 소스를 얹어서 바비큐 그릴에서 구워냈다. 이렇게 돌판 얹어서 바비큐에서 구우면 화덕 피자 맛이 나서 좋다. 일반 오븐에서도 피자 스톤을 이용하면 비슷하게 즐길 수 있다.
피자는 220°C(425°F)에서 12분 정도 익혔는데, 나는 그동안 쑥 씻어 놓은 것으로 쑥 페스토도 만들었다. 똑같은 과정으로 했는데, 역시 쑥은 향이 훨씬 강했다. 바질 부럽지 않은 맛있는 페스토의 탄생이었다. 나중에 냉이도 넉넉하게 수확하게 된다면 냉이 페스토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피자! 풍미가 정말 좋았다. 먹으면서 남편이 계속, "지금까지 먹었던 피자 중 최고야!"를 외쳤으니까. 이것은 상당히 서양식 멘트인데, 정말 맛있는 경우에 이런 기분이 드는 것 같다. 이렇게 페스토를 해서 성공했으니, 다음번에는 연한 잎을 따서 그걸로 루꼴라 피자처럼 얹어서도 먹어봐야겠다.
참나물 페스토는 2/3 정도 사용했고, 깻잎 페스토는 아직 사용 전이다. 오래 두고 먹으려면 위에 올리브 오일을 부어 기름 막을 형성해놓으면 변색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만드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으니, 그때그때 만들어 먹으면, 산화되지 않고 건강에도 더 좋을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 놓은 페스토는, 꼭 정식 피자가 아니어도, 식빵이나 또띠아 위에 바르고, 몇 가지 토핑을 얹고 피자 치즈를 얹어서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어도 간편한 간식이 될 수 있다. 데우지 않아도 샌드위치 만들 때 발라줘도 좋다.
아니면, 바게트를 잘라서 올리브 오일 살짝 발라 구워준 후, 그 위에 페스토 바르고, 데친 새우나 몇 가지 토핑을 얹으면 카나페 형식의 애피타이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더 쉽게는 납작한 크래커를 사용할 수도 있다.
또한 생크림을 좀 섞어서 파스타를 해 먹어도 좋고, 수프에 넣거나, 샐러드드레싱에 첨가해도 고급스러운 맛을 낼 수 있다.
한국의 나물인 참나물과 쑥, 이렇게 서양식 음식에까지도 잘 어울리니, 밭 한 켠을 나물 밭으로 만들기를 얼마나 잘했는지 모르겠다!
1컵 분량, 서양식 계량
재료:
봄나물, 꾹꾹 눌러 2컵 (500ml) 참나물, 쑥, 깻잎 등 취향에 따라 선택
잣 1/3컵 (80ml), 호두나 캐슈너트, 마카데미아 등, 집에 있는 다른 견과류를 사용해도 좋다.
다진 마늘 1큰술
간 파르메지아노 치즈 또는 파마잔 치즈 1/2컵(120ml)
소금 1/4 ~ 1/2 작은술
후추 약간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1/3 ~ 1/2 컵 (80~120ml) 취향껏
만들기:
1. 봄나물은 취향에 따라 선택하여 흙이 없도록 깨끗이 씻은 후, 행주로 물기를 제거해준다.
2. 푸드프로세서나 믹서기에 넣고, 잣을 넣어서 섞이도록 돌려준 후, 다시 마늘과 치즈를 넣어서 작동시킨다.
3. 대충 갈아진 것 같으면, 올리브 오일을 넣는다. 이때 한꺼번에 쏟아 넣지 말고, 반 정도 넣고 농도를 봐 가면서 넣는 것이 좋다.
4. 곱게 갈아지면 완성. 병에 담아 보관해서 먹고, 오래 둘 요량이면 위에 오일로 도포하여 냉동 보관한다.
5. 피자, 샌드위치, 카나페, 파스타, 샐러드 등에 사용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