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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May 23. 2022

오월 딱 한 달만 먹을 수 있는 새우

캐나다 밴쿠버 지역의 점박이 대하를 다양하게 먹어본다

먹거리에 진심인 우리 부부는 제철 음식에 특히 관심이 많다. 제철에 나올 때 넉넉히 사서 보관하고, 보관 불가능한 것은 최대한 신선하게 즐기며 먹는 것이 우리의 식사법이다. 식비가 제법 많이 나온다 생각할 수 있지만, 외식을 전혀 하지 않고 집에서만 해먹기 때문에 생각만큼 그리 많이 들지 않고, 또한 노부부가 다른 데에 돈 쓸 일이 뭐가 있겠는가? 별달리 쇼핑을 즐기지도 않으니 그냥 건강하게 먹고, 건강한 만큼 움직일 뿐이다.


우리가 사는 캐나다 밴쿠버 지역은 태평양 바다와 닿아있다. 그리고 이 스팟 프론(spot prawn)이라고 불리는 새우를 밴쿠버 섬과 내륙 사이에 있는 바다에서 약 한 달간 만날 수 있다. 5월이 지나 6월이 되면 산란기로 들어서기 때문에 포획이 금지된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점박이 큰새우라는 뜻인데, 머리 바로 아래에 하나, 꼬리 끝쪽에 하나, 하얀 점이 있는 아주 큰 새우이다.


작년에 먹고 올린 글 :


항구에 가서 새벽부터 줄을 서서 구입할 만큼 인기가 좋은데, 우리는 어부들의 사이트에 예약했다가 구매를 한다. 이른다 해산물 단골 고객이다 보니, 이번에도 시즌 한 달 전에 미리 연락이 왔다. 예약하면 1파운드당 $19에 주겠다는 할인 이메일이었다. (한화로 비교하자면 1킬로에 4만 원 정도이다.) 작년 기록을 살펴보니 $1 비싸진 가격이지만 다른 물가를 생각하면 그 정도는 약과다 생각하고 12파운드(5.4kg)를 주문했다.


날짜가 가자 새우 값이 계속 올라갔다. 우리가 구매한 곳의 가격도 $23로 올랐고, 어떤 웹사이트들은 심지어 $30까지 올라갔다.


이렇게 거리 트럭처럼 세워두고 판매한다. 예약판매만 하기에 줄을 길게 설 필요가 없다


우리는 딱 지정된 날짜에 받으러 갔다. 배달로 받으면 가격이 확 뛰기 때문에 항구로 직접 가서 받는다. 작은 트럭에 생새우가 펄떡거리는데, 예약한 사람들이 받으러 오면, 저울에 직접 달아준다. 인심도 넉넉하게 담는다.


저울에 틀을 올리고 새우를 담는 중


마침 우리가 사고 있는데, 직원이 바닷가를 보며 말했다. "저기 우리 배가 들어오네요!" 반기며 손을 흔들어주는 그녀의 모습이 즐거워 보였다. 이렇게 수시로 잡아서 바로 제공을 하니 신선할 수밖에 없으리라. 그리고 이런 식으로 구매를 하면, 그 수익이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아서 좋다.


이 자그마한 배가 넉넉한 새우를 실어온다


우리는 아이스박스를 가져가서 모두 한 군데에 담아왔다. 새우는 집에 도착했을 때에도 살아서 펄떡거리며 뛰었다.


우리는 새우를 받아온 날이면 그날 저녁식사는 새우로 배를 채운다. 이 무슨 사치란 말인가! 우리가 이 새우를 먹는 법은 다음과 같다.


1. 회로 먹는다.

오직 사 오자마자 살아있을 때만 먹을 수 있는 방법이니까 이건 꼭 먹어야 한다. 새우가 살아있을 때 재빨리 머리를 떼낸다. 그리고 껍질까지 바로 벗기면 먹기 더 편하겠지만, 그러면 순식간에 볼품이 없어지고,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동안 온도가 너무 올라가므로, 그냥 한 번 씻어서 그대로 상에 올리고, 즉석에서 까먹는 것이 더 좋다.

점박이 새우의 특징인 흰 점이 보인다.


고추냉이를 곁들이 간장에 찍어 먹으면 제일 잘 어울린다. 아니면 레몬즙만 뿌려서 그대로 먹어도 일품이다. 놀랍게도 새우 자체에서 단맛이 난다.



2. 물에 데쳐서 버터와 함께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방법이다. 아니, 남편은 나를 만나기 전까지는 이렇게만 먹었다. 재빨리 머리를 제거한 새우를 팔팔 끓는 물에 던져 넣고, 딱 1분만 삶는다. 정말 순식간에 익어 버리기 때문에 너무 익혀 퍽퍽하게 만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버터를 전자레인지에 살짝 녹여서 찍어먹으면 살이 탱글 하면서 풍미가 가득한 맛이다.


3. 새우 소금구이

회도 맛있지만, 역시 한국인의 사랑인 새우 소금구이도 빠질 수 없다. 남편은 머리를 붙인 채 조리를 한다는 사실에 놀라워했지만 한국에서는 다들 이렇게 먹지 않는가! 소금 넉넉히 두르고 뚜껑 덮어 8분 정도 익히면 원하는 만큼 충분히 익는다. 이 맛은 굳이 표현할 필요도 없는 완벽한 맛이다.


머리도 먹느냐는 남편의 말에, 원래 머리가 더 맛있다고 알려줬더니 이제는 잘 먹는다. 랍스터를 먹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이해하니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았다.



4. 새우 머리 튀김

또한 남편이 재빠르게 잘라낸 머리도 그대로 버리기는 너무 아깝다. 머리로 육수를 만들면 여러 가지 해산물 요리에 아주 좋다. 그리고 오븐에 살짝만 구워서 비린내를 날린 후 냉동해두면, 일 년 내내 된장찌개 끓이거나 모든 국물요리에 하나씩 던져 넣어서 훌륭한 풍미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걸 튀김옷을 입혀서 튀겨내면 또 색다른 맛이다. 특히 촉수와 다리는 튀기고 나면 새우깡 맛이 난다. 입안에서 바삭바삭하면서 고소하다. 튀겨서 맛없는 게 뭐가 있겠냐만 서도, 칼슘도 풍부한 새우 머리는 맛과 영양을 한 번에 잡는 음식이다.



5. 간장 새우

그리고 일부는 새우장을 담갔다. 바빠서 정식으로 간장과 다른 양을 계산하여 담그기는 번거롭길래, 작년 가을에 고추 장아찌 만들고 남은 간장을 한번 끓였다가 그대로 식혀서 부었다. 그러자 정말 별로 한 일 없이 새우장이 완성되었다. 짠 정도도 딱 적당했고, 생새우 부럽지 않은 맛이 났다. 생각해보면, 간장게장은 한번 먹으려면 무척 힘드는데, 이 새우장은 먹기도 간편해서 좋은 것 같다.



6. 남은 것은 소금물에 담아서 냉동


먹고 남은 것은 이렇게 소분하여 냉동하면 먹고 싶은 때 아무때나 꺼내서 먹을 수 있다. 물 1리터에 소금 1큰술을 섞어 만든 소금물에 담갔기때문에, 새우의 질감도 살아있고, 냉동실 안에서 말라서 뻣뻣해지지 않고 좋다.



그리고 버릴 것 없는 이 새우를 다 먹고나서, 그 껍데기는 밭으로 갔다. 밭 흙을 깊게 파고 바닥에 버린 후 덮으면 칼슘과 영양이 충분한 퇴비가 된다. 이 위에 토마토를 키우면 병충해 없이 건강히 자란다.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가는 이치는 정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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