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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Jun 27. 2022

추억의 로키 산맥

남편이 아프고 있는 동안 사실상 나는 다른 아무것에도 집중하지 못했다. 나의 모든 신경은 오롯이 남편에게만 가있었고, 그게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글쓰기도 밀려있었고, 한 달에 한 번씩 올리기로 했던 사진 매거진에 쓸 글도 당연히 준비되지 못했다. 그러나 약속은 약속 아니겠는가! 날짜가 다가오는데, 이 여름에 보면 시원할만한 사진들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여름철 관광으로 딱 좋은 그곳, 로키산맥. 독자님들을 초대할만한 공간이라 생각하여 옛 사진들을 꺼냈다.


지금부터 11년 전 그해 여름은 내게 참 힘든 해였다. 결국 내 이혼의 도화선이 되었던 해이기도 했고, 나는 참 많이 아팠다. 그래도 한국에서 반가운 친구들이 방문하여 관광 패키지로 이 로키 여행을 강행하게 되었는데, 참 좋은 추억이 되었다. 자연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니까.


단체여행이어서 원하는 곳에 오래 머무를 수 없기는 하였지만, 오가는 버스에서 정신없이 자면서 그저 생각 없이 따라다니기에는 딱 좋았다. 그리고 그냥 자연을 눈에 담기 바빴다.



로키를 이야기하면 가장 인기 있는 곳이 바로 루이스 호수(Lake Louise)이다. 세계 10대 절경 중 하나라는 이곳의 이름은 빅토리아 여왕의 넷째 딸 Louise Caroline Alberta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에메랄드빛 물 색상이 아름다운 이곳에는 언제나 관광객이 바글거리기 때문에 고즈넉하게 물색을 담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도 뒤쪽 빙하를 배경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호수는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높은 곳에서 내려보면 관광객들 없이 좀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설산에서 내려다본 호수는 깜짝 놀랄 만큼 작았다. 


오죽하면 안내원 아저씨가 빨대를 나눠주며, 호수 물을 빨아먹는 기념사진을 찍으라고 했겠는가! 호수 앞에 있는 호텔은 Fairmont Chateau Lake Louise라고 하는데, 비싼 숙박비를 자랑하는 럭셔리한 곳이다. 물론 돈을 내고서도 방 예약은 최소 반년 전에 해야 할 만큼 인기가 높다고 한다. 



이때가 7월이었는데, 이 계절에도 사방은 눈으로 덮여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빙하가 흐르는 곳을 방문하였다.



빙하는 이렇게 빙판이었고, 그 밑으로는 물이 흐르고 있었다. 관광객들은 키만큼 큰 바퀴가 달린 관광차를 타고 가까이 가 볼 수 있었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이 빙하가 매년 조금씩 줄어든다고 했으니, 벌써 10년이나 지난 지금은 그보다 훨씬 줄었겠지? 그 생각을 하니 안타깝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본 빙하. 갈라진 틈 아래로 물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버스 투어 대신, 직접 걸어서 구경할 수 도 있다고 했지만, 우리는 그냥 이렇게 빠르게 보고 빠지기로 했다. 너무 추웠기 때문이다.


걸어서 구경 가는 관광팀


그러고 나서 방문한 이곳은 보우(Bow) 강이다. 마릴린 먼로가 "돌아오지 않는 강"을 찍은 곳이라고 했다. 어릴 적 봤던 그 서부영화가 떠올랐다. 기타를 들고 청승맞게 노래하는 그녀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곳은 당연히 미국 서부 어딘가 일 거라 생각했었는데, 여기였다니!



고요하고 하늘이 푸르니 물색이 상당히 푸르러 보였다. 안내해주는 분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 지역의 물에 석회성분이 많아서, 날이 흐릴 때는 거의 회색처럼 보이고, 날이 맑으면 예쁜 옥색으로 빛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 사진이 보우 폭포이다. 사실 딱히 폭포라고 하기엔 좀 약하지만, 이 근처를 통틀어 이게 유일한 폭포라고 한다. 


보우 폭포

저 때는 비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물이 많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사이의 바위들이 다 보인단다. 영화감독은 이 폭포를 따라 내려가는 장면을 찍기 위해서 일부러 비가 오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나는 마릴린 먼로와 로버트 미첨의 그 장면을 잠시 떠올려봤다.




아래의 사진은 재스퍼(Jasper) 국립공원 입구에 있는 말린느(Maligne) 협곡이다. 물살이 깎아놓은 협곡이 대단하다. 


발아래로 아찔한 물살을 느낄 수 있는 다리가 협곡 내에만 6군데나 된다고 한다. 이 바위들은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 훨씬 웅장하고 감탄스럽다. 자연의 힘은 언제나 대단하다. 


급하게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빠진 사진도 많았지만, 그래도 이 사진들로 인해서 독자분들이 더운 여름을 좀 시원하게 느낄 수 있으시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제 다시 여행이 자유로워졌으니 밴쿠버에 놀러 오신다면 로키는 꼭 가보시라고 권유하는 바이다.


재스퍼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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