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나고 재빠르게 해결하는 손님 초대 요리
남편의 둘째 아들 생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남편은 생일상에 진심이기 때문에, 항상 자식들이 좋아하는 특별 메뉴로 근사하게 집에서 차려준다. 메뉴판까지 제작하고 풀코스로 가는 것이 보통이다.
이 아들의 최애 메뉴는 큼직한 프라임립 스테이크이기 때문에 우리는 늘 스테이크로 생일상을 준비했었다. 반면 큰 딸은 붉은 육류를 먹지 않기 때문에, 보통 큰 딸만 따로 챙겨주곤 했다. 그런데 남편이 이번엔 좀 색다르게 하고 싶다고 했다. 물론 둘째 아들은 스테이크를 준비해주겠지만, 마치 레스토랑에 간 듯, 각자 다른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일을 만드는 사람!)
그렇게 해서 메뉴가 결정되었다. 메인 메뉴뿐만 아니라 전식과, 사이드 디쉬, 디저트까지 모두 선택이 가능한 메뉴였다. 이 메뉴는 자식들에게 문자로 배달되었고, 며칠 내로 자식과 그 짝꿍들까지 메뉴를 미리 결정해서 답변이 왔다.
해야 할 음식이 다양해져 버렸지만,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았다. 남편은 미리부터 신이 나서 얼굴이 싱글벙글이었다. 본식의 스테이크와 치킨은 남편이 하고, 내가 연어를 맡기로 했다. 야채는 라따뚜이의 고급 버전인 콩피 비알디(https://brunch.co.kr/@lachouette/346)를 내가 하고, 남편이 아스파라거스와 그 밖의 모든 야채를 맡았다. 전식도 남편이 맡았으니, 디저트인 아이스크림은 내 몫이다.
그래도 나는 그리 손이 많이 갈만한 것은 없었다. 제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콩피 비알디는 어차피 전날 해놓았다가 당일에 데우면 되니 부담이 없었고, 아이스크림도 역시 전날 해놓으면 되는 것이었다.
제일 신경 쓰이는 것은 연어였다. 남편은 평소에 살짝 데친 연어를 내놓곤 했는데, 이번엔 다른 조리법을 시도하고 싶다고 하여, 내가 예전에 만들던 레시피를 꺼내게 된 것이었다.
연어는 잘못 구우면 무척 퍽퍽해서 먹기 힘드는데, 이 조리법은 망칠 위험이 없는 촉촉한 연어구이다. 친한 선배 언니한테 십여 년 전에 배웠는데, 나름 내 마음대로 바꿔서도 많이 해봤던 것이었다.
역시 우리는 이삼일 전부터 장 보고 바빴다. 아이스크림 두 가지도 미리 만들어 놓고, 전날에는 콩피 비알디도 미리 다 익혀두었다. 이건 당일에 다시 오븐에 한 번 데워서 내면 된다.
메인이 되는 연어는 미리 만지작거리지 않고 당일에 작업했다. 샐러드는 자식들이 와서 만들 것이므로, 나는 시간에 닥쳐서 연어에 손을 댔다. 정말 초간단 요리여서 완성까지 30분이면 다 끝나기 때문에 사실 손님 초대용으로 더할 나위 없는 음식이다.
우선 연어를 실온에 꺼내서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소금을 살짝 뿌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오븐을 175(°C350°F) 맞춰 예열을 한다. 이제 양파를 준비할 차례다. 반으로 자른 후, 결 반대 방향으로 채 썰어서 오일 두르고 살짝 볶아 준다. 어차피 오븐에 들어갈 것이므로 태우지 말고, 부드러워질 때까지만 빠르게 익힌다.
오븐 전용 그릇에 이 양파를 깔고, 준비된 연어의 물기를 키친타월로 제거한 후 그 위에 얹어준다. 그리고 실온의 버터와 겨자를 1:1로 섞어서 연어 위에 바른다. 버터가 차다면, 전자레인지에 10초 정도만 살짝 데워 준다. 차가우면 드레싱을 만들 수 없다. 겨자는 디종 머스터드나 씨겨자 종류를 사용해도 좋다.
그 위에 빵가루를 솔솔 뿌려주고, 다시 그 위에 아몬드 채를 뿌려주고 오븐에 넣으면 된다. 어찌 이보다 간단할 수가 있겠는가! 그리고 딱 20분간만 구우면 된다. 연어는 오래 구우면 퍽퍽해지니 그렇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아몬드 알러지가 있는 딸에게 해줄 때에는, 빵가루 대신에 코코넛채를 뿌린 후, 마늘을 위에 얹어서 구워주기도 했는데, 색다르면서 그것도 맛있었다. 아몬드 대신에 마늘을 사용한다면, 마늘을 기름에 한 번 뒤적여서 얹어주는 것이 더 맛있게 구워진다.
오븐에서 나오면, 이렇게 생생하게 맛있어 보인다! 위에 얹은 아몬드가 엄청 고소하면서 바삭해서 맛있다. 연어에서 맛있어 보이는 흰 즙이 나온 것이 딱 적당히 익은 모습이다.
위 두 번째 사진은 마늘을 얹어 구운 것이다. 마늘도 바삭 구워지면 더할 나위 없이 맛있고, 연어에 풍미를 더해준다.
이 사진은 예전에 찍어둔 것인데, 반을 잘랐을 때, 안쪽이 이만큼 촉촉하다는 증명사진이다. 공방 운영할 때 홍보용으로 만들었던 요리 포스팅이었다. 그래서 로고가 그냥 붙어있다는...
이 연어를 먹은 큰 딸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 정말 삼십 분 만에 뚝딱 나온 연어 오븐구이, 속은 촉촉하고, 위에 견과까지 함께 바삭한 맛은 그야말로 겉바속촉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곁들인 라따뚜이 콩피 비알디와 아스파라거스까지 있으니 호텔 식사 부럽지 않았다.
먹느라 바빠서 진짜 멋있었던 스테이크 사진은 찍지도 못했지만, 그만큼 많이 웃고 즐거웠던 저녁 식사였다. 자식들이 커서 자주 만나지 못해도 생일 때라도 이렇게 상을 차려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으니 너무나 감사하고 즐겁다.
재료:
연어 필레 2조각
소금 약간
양파 1 개, 둥글게 채 썰어서 준비
아보카도 오일
실온 버터 1 큰술
머스터드 1 큰술
빵가루 (또는 고운 코코넛채) 반 컵
아몬드 슬라이스 (또는 편 마늘) 한 줌
만들기:
0. 오븐 예열 - 175°C(350°F)
1. 연어는 냉장고에서 꺼내서 소금 살짝 뿌려둔다.
2. 양파는 채 썰어서 오일로 볶아준다.
3. 오븐 전용 그릇에 양파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연어를 얹어놓는다.
4. 부드러운 실온 버터에 양겨자를 잘 섞어서, 연어 위에 덮어준다.
6. 그 위에 빵가루 솔솔 뿌리고, 아몬드 슬라이스를 얹어준다.
너트 알러지 있어서 아몬드 대신 마늘 편을 사용한다면, 기름을 살짝 발라 사용하면 더 맛있게 익는다
7. 예열된 오븐에 넣고 20분가량 굽는다.
★ 주의 : 너무 구우면 연어가 퍽퍽해져서 맛이 없으므로, 시간을 넘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