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골국을 끓여서 실온에 보관하는 신박한 방법
며칠 전, 남편이 냉동고에서 소뼈를 들고 올라왔다. 사골과 잡뼈가 섞여있는 봉지였다. 1/4은 남편 쓰고 싶은 대로 소뼈 육수를 만들라고 주고, 나머지를 가지고 나는 사골국을 끓였다. 이런 뼈를 보면 정말 탐스럽다는 생각이 들고 사골국이 저절로 생각나는 나는 이럴 때 토종 한국인임을 느낀다.
아내가 사골국을 끓이면 남편이 긴장한다는데, 우리 캐나다인 남편은 그런 걱정이 없다! 자기가 식사 준비를 더 자주 하니 말이다.
사골을 끓이기 시작하면 이틀간 내리 국을 고아 대니 집안에 수증기가 가득해진다. 보통 세 번을 우리는데, 그러고 나면 그 양이 상당히 많다. 보통 냉동을 시켰다가 필요할 때 하나씩 곶감 빼먹듯이 했는데, 냉동실에 자리 차지하는 것은 사실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유리병에 넣어서 얼리면 아무리 조심해도 깨지는 일이 종종 생기기 때문에 플라스틱 통을 사용해야 하는 것도 내키지 않은 점 중 하나이다. 냉동고 비우려고 뼈를 꺼내서 사골을 끓이고 나면 오히려 냉동고가 더 복잡해지는 부작용을 감수해야 하니 난감하다.
그러다가 생각해보니, 사골도 유리병에 넣어서 통조림을 만들면 되겠다 싶었다. 우리 집에서는 연어로도 통조림을 만들고, 토마토로도 통조림을 만들지 않는가. 피클은 물론이고, 각종 소스도 만들어서 진공포장으로 실온 보관하는데, 사골국이라고 그렇게 못할 이유는 없겠다 싶었다.
우선 사골국을 끓였다. 사골은 세 번을 고아서 만든다. 자세한 이야기는 예전에 올린 글에 있는데 간략히 포인트만 말하자면, 이렇게 된다.
1. 핏물을 넉넉히 빼준다.
2. 물 조금 넣고, 커피물에 한번 와르르 끓여서 깨끗이 씻어낸다.
3. 물 넉넉히 붓고 센 불로 끓인다. 야채 같은 거 아무것도 넣지 말고 끓여야 뽀얀 국물이 나온다.
4. 끓기 시작하면 불 줄이고 뭉근히?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바글바글 끓여야 냄새가 안 난다.
5. 물 양이 반으로 줄면 따라내고 새 물을 부어서 다시 반으로 줄일 때까지 끓인다. 총 세 번 끓인다.
6. 뼈를 건져내고, 세 번 끓인 것을 모두 모아서 한번 더 끓이면 완성.
이번에도 역시 엄청난 양의 사골국이 완성되었다. 끓이는 도중에 먹기도 했다. 처음 끓이다 보면, 뼈 옆에 붙은 고기들이 분리되면서 꽤 많은 양의 고기도 나오기 때문에, 추가 고기를 넣지 않아도 식사로 먹기에 좋다. 따라서 파 송송 썰어서 김치와 함께 한 끼를 해결하기에 딱 좋았다. 더구나 요새 날씨가 계속 춥지 않았는가!
사골국이 완성된 후에, 남편은 커다란 압력솥을 꺼내왔다. 우리가 통조림 만들 때 사용하는 물건이다. 서양에서는 이 작업을 캐닝(canning)이라고 부르는데, 통조림(can)을 만든다는 뜻이다.
물론 우리가 공장은 아니므로, 깡통에 통조림을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유리병에 담고, 그 위에 밀폐용 뚜껑을 얹은 후에, 큰 압력솥에 넣고 진공이 되도록 끓여주면 그 압력으로 밀봉이 되는 원리이다.
잼이나 피클 같은 것들은 꼭 압력솥이 아니어도 된다. 이미 그 자체가 넉넉한 설탕이나 소금, 식초 등으로 인해서 저장이 가능한 상태에 가까이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육수는 그냥 두면 쉽게 상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더 강하게 압력을 가해서 그 상태가 잘 유지되게 해야 한다. 그래서 반드시 압력솥 사용을 권장한다.
사용설명서를 보면, 사골국 같은 육수의 경우, 압력 10 파운드로 25분을 끓이라고 되어있다. 그 압력의 힘은, 압력솥에 붙어있는 추의 무게로 조정이 가능한데, 나는 예전에 그게 그냥 한 종류만 있는 줄 알았었다. 집의 압력솥을 보면, 이렇게 무게를 얹을 수 있는 추의 장비가 따로 있다.
이런 작업에 사용하는 압력솥은 아래 사진처럼 크다. 그래야 여러 개의 병이 함께 들어갈 수 있으니까. 그리고 바닥에는 이렇게 받침이 추가로 들어있어서, 그 안에 넣는 유리병이 솥 바닥에 직접 닿아서 깨지는 일이 없도록 해준다.
흔히 메이슨 자(Mason Jar)로 알려져 있는 저장용 유리병은, 뚜껑이 분리된다. 덮개 부분이 진공을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이기 때문에, 이것은 재사용하지 않는다. 한번 사용하면 그 이후로는 진공이 꼭 다시 잘 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함께 있는 링 모양의 도구는 진공이 되기 전까지 뚜껑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유리병과 뚜껑은 소독을 한 후 따뜻하게 유지한다. 물론 내용물인 사골국도 뜨거운 상태로 담아야 한다. 병을 거의 가득 채우되, 끝에 2.5cm 정도를 남겨두어 진공이 가능하게 해 준다.
병에 내용물을 다 채웠다면, 병 주둥이를 깨끗하게 닦은 후, 따뜻하게 준비된 덮개를 덮고 링으로 고정을 해준다. 너무 심하게 단단하게 잠그면 안 되고, 손으로 부담 없이 돌리는 만큼 닫아줘야 한다. 그리고 압력솥에 넣고 진행을 한다.
압력솥 안에 일정량의 물을 붓고 (압력이 진행되는 동안 물이 다 증발해버리지 않고 유지해야 하는 양) 준비된 병을 넣는다. 그리고 압력솥 뚜껑을 닫고 추를 올린 후, 끓이기 시작한다.
물이 끓으면서 압력솥의 추가 돌고, 원하는 압력까지 올라가면 그때부터 25분을 끓이고 나서 불을 끈다. 추가 완전히 내려갈 때까지 기다린다. 다 내려간 다음에도 좀 더 식을 때까지 두는 것이 안전하다.
이제 집게를 사용하여 솥에서 병을 꺼내서 준비된 타월 위에 얹어서 완전히 식힌다. 실온에 두면, 식으면서 "띡!" 하고 밀봉이 되는 소리가 들린다.
병이 완전히 식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링을 풀어내고 실온에 보관한다. 보통 일 년 정도는 끄떡없다. 혹여라도 먹으려고 꺼냈더니 진공이 잘못되어서인지 밀봉이 풀려있다면, 그 음식에는 문제가 있는 것이므로 먹으면 안 된다. 하지만 잘만 진공포장이 되면 그런 일은 생기지 않는다.
냉동실에 보관하느라 애를 쓸 물건들을 이렇게 실온 보관 가능하니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먹으려고 할 때에도 냉동된 것을 녹이느라 씨름하지 않아도 되니 좋고, 그냥 선반에 넣어둘 수 있으니 공간 걱정도 없다.
그리고 가장 유용한 순간이 왔다. 지난주에 둘째 아들 생일을 맞이하여 집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는데, 안타깝게도 막내아들이 독감에 걸려서 오지 못했다. 입맛이 없어 잘 먹지도 못하고 쉬고 있는 아들이 불쌍한 남편은 사골국이라도 보내주려냐고 문자를 보냈다.
생일 저녁식사 마치고 가는 큰 딸 편에 이 사골국과 며칠 전에 담근 김장김치를 들려 보냈더니, 너무 잘 먹었다는 문자가 왔다. 당장 이렇게 유용하게 쓰이니 정말 좋구나. 보관 걱정 안 하고 넉넉하게 끓여뒀다가 쉽게 나눠줄 수 있는 사골국이 생겨서 마음이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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