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슈에뜨 La Chouette Jan 10. 2023

또 해가 바뀌었다...

밝은 한 해를 꿈꾸며

연말연시에는 항상 바빠서, 머릿속에는 생각이 많아도 글 남기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올해는 이 기간에 아프기까지 했으니 더욱더 글 쓰기가 힘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차분히 한 해를 회상하면서 새해를 계획하고 싶었는데, 머릿속만 휙휙 바쁠 뿐 그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매년 마지막날은 꼭 진득하게 앉아서, 한 해를 무사히 살아넘겼음을 자축하는 시간을 갖는다. 내가 그걸 원하는 줄 알기에 샴페인을 잊지 않고 챙겨주는 남편 덕에 올해도 우리는 무사히 자축의 축배를 들 수 있었다.


이번 겨울 방학은 딸이 평소보다 좀 여유 있게 와서 지내는 바람에 아예 딸아이의 먹거리 캘린더를 만들었다. 매일의 메뉴에, 아이가 혼자 해 먹기 쉽지 않던 고향의 맛을 재현해주는 것이 부모의 의무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송년의 밤에 당첨된 메뉴는 티라미슈였다. (사실 이 날이 아니었는데, 내가 아파서 미뤄지는 바람에 억지로 끼워 넣었다!)


샴페인을 급히 식힌다고 냉동고에 넣었다가 너무 얼어서 넘치고 말았다!


그래서 티라미슈와 샴페인을 놓고 우리는 지난해를 되짚으면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딸아이가, 작년 이맘때에는 많은 것들이 복구되었고, 많이 행복해졌다 생각했었는데, 올해에는 또 그만큼 더 발전했다고 느낀다니 참 뿌듯하기도 했다. 


힘든 일들도 제법 있었다. 남편이 아팠던 것이 가장 큰 이슈였다. 생사를 넘나드는 순간이 있었고, 이 순간을 무사히 넘겨달라는 간절한 기도를 했었다. 


2022년 있었던 일

코비드 기간 이후 첫 짧은 일박이일 나들이

뒷마당의 거대한 나무가 쓰러짐

남편의 호흡곤란 입원

남편의 은퇴

노바스코샤 가족모임 드디어 성공

가족모임 기념 티셔츠 제작

또 하나의 하우스와인 완성 및 라벨링

딸내미는 단편 애니 만들면서 승승장구. 자그마치 3편을 제작하고 많은 공모전 수상

오이, 호박, 토마토 등 작물의 수확량이 많이 증가하여 진짜 농부가 됨

오랜만의 원서 북클럽 진행

4년 만의 한국 방문

지급명령서를 제출해 봄

목동 집 완전 정리

한국에서의 많은 짐들을 캐나다로 가져옴

차를 렌트해서 한국 일부를 여행

동생들과 우애를 더욱 돈독히 하는 일을 진행함

야심차지 않은 온라인 브런치북을 3권을 엮음

온몸에 100개 넘는 침을 맞아봄

연말에 건강이 나빠짐


한국의 내 짐을 드디어 정리를 했다. 결국은 남은 짐을 여전히 보관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살 수 있게 정리한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싶은 물건들만 박스에 담아서 보관하였고, 살림살이는 대거 정리하였다. 그 작업이 내겐 참으로 큰 스트레스가 되었던 것 같다. 괜찮다고, 어차피 비우려 했던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여파로 이번 연말에 아픈 것을 보니, 분명 힘든 시간이었다는 것이 다시 와닿는다. 왜 그렇지 않았겠는가, 내 삶의 20년 넘는 기간을 정리한 것인데...


그 과정이 수월했어도 힘들었을 텐데, 돈 주겠다는 대답을 회피하는 집주인과 실랑이를 하면서 급기야 법원에 지급명령서를 넣기까지 했을 때 피로도는 극에 달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남편과 함께 한 한국 첫 방문이었는데 시간을 그렇게 보내고 있다는 것도 힘든 순간들이었다. 노쇄해지신 어머니를 바라보는 일도 힘들었다.


그래도 돌이켜보면 모든 일들이 나쁘지 않게 정리되었고, 이 정도면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길이었다고 생각된다. 꼬였던 일들도 결국은 더 잘 되기 위한 수순이었고, 어머니도 뵈었고, 동생들과도 더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었고, 마무리가 우아하게 되었으니 운이 좋은가보다.


농사짓는 것은 어느 정도 이력이 나서, 처음의 안달하는 마음으로부터 많이 자유로워졌고, 수확도 풍성하고 즐거웠다. 한동안 맘고생했던 딸도 자기 앞길을 제대로 개척하기 시작하여 내가 걱정을 덜었고, 그리고 많이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쉬웠던 점은, 계획했던 글쓰기를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었다. 브런치는 그저 일기 수준이었고, 목표로 했던 책은 쓰지 못했다. 그저 허덕허덕 나를 돌아보는 수준이었다고 반성한다. 그래서 새해에는 좀 체계적으로 써보고 싶다. 그냥 내 일상 엿보기의 글이 아니라, 테마를 정해서 진짜 책을 한 번 써 볼 생각이다. 희망사항만 있다고 일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꿈을 꿔야 움직일 수 있지 않겠는가?


새해에는 좀 더 부지런해지 보기로 하였으며, 적극적으로 건강도 챙겨야겠다. 몸이 협조를 해야, 하고 싶은 것들도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한국에서 가져온 물건들을 정리해서, 지금 이 집에  나의 공간을 제대로 정비하겠다는 꿈도 꿔 본다.


2023년 계획

책 쓰기

영어교재 완성하기

내 공간 정리

건강 관리 및 회복

명상

운동 다시 시작

그림 그리기

불어 공부 다시 시작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전히 많이 사랑하고, 많이 품고, 더 너그러운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것.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그들을 사랑한다는 마음을 넉넉히 전하며 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루 늦게 찾아온 크리스마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