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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Jan 23. 2023

부러진 가지에서 꽃이 피다

부겐빌리아의 삽목에 성공한 기쁨

이름도 특이한 부겐빌리아(bougainvillea)라는 꽃을 작년 여름에 샀다. 나는 실내 화초를 키우지 않는데, 이 꽃은 더운 지방에서 자라는 것이어서, 밖에서 겨울나기가 안 된다. 즉, 웬만하면 내가 데려오지 않으려 했겠지만, 이 특별한 꽃이 참 예뻤다.


진분홍 립스틱 같은 색상의 헛꽃 안에 다시 하얀 진꽃이 핀 모습은 정말 요염하다. 멕시코 같은 곳에 가면 이 꽃이 흐드러지게 핀다던데 얼마나 예쁠지!


분홍색 안에 하얀 꽃이 핀다.


게다가 아주 착한 가격에 세일을 하고 있어서 결국 화분 두 개를 집어왔다. 마당의 나무 그루터기에 올려두고 매일 쳐다보며 좋아했는데, 어느 날 누구의 소행인지 이게 바닥에 굴러 떨어진 것이다. 길쭉하고 늘씬했던 가지 하나가 부러져있었다. 청설모가 치고 갔을 확률이 높지만, 하지 말라고 야단쳐서 될 일이 아니므로 장소를 옮겨줘야 했다. 그래서 하나만 남겨두고, 나머지 하나는 과감히 앞마당에 심었다.


이렇게 담벼락에 기대면 추위에 더 잘 버틸 거라는 계산으로 양지바른 곳에 심었다


부러진 가지는 어찌해야 하지? 아까웠다. 밑져야 본전이니까 심어 보기로 했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으로 접근했다. 사실 화초마다 삽목이 잘 되는 것들이 있고, 잘 안 되는 것들이 있는데, 찾아보니 부겐빌리아는 잘 되는 편이라고 나와있었다.  삽목 방법은 대부분 비슷하다. 이것은 이 글 맨 밑에 따로 붙여두겠다. 사진으로 설명하면 좋겠지만, 무슨 영문인지 사진이 한 장도 없었다. 당시에 한국 갈 준비로 정말 바빴던 모양이다.


이번 삽목은 별로 크게 신경 쓰지도 않았는데 그리 어렵지 않게 뿌리를 내렸다. 날씨가 늦게까지 따뜻했던 것도 한몫을 한 듯하다. 쑥쑥 자랄 수 있는 환경이었다는 것이다. 모종 만드는 아주 작은 화분에 흙 담아 꽂아두고, 그 위에 페트병 자른 것을 뚜껑처럼 씌워놨었는데, 그게 온실 역할을 하면서 수분도 지켜줘서 편안하게 뿌리를 내렸다.


잎이 난 것을 보고 한국에 한 달이나 다녀왔는데, 꿋꿋이 계속 잘 자라서 돌아왔을 때에는 제법 단단히 자리를 잡은 모양새였다. 어찌나 기특하던지! (기특하면 사진을 찍어 줄 일이지!)


그리고는 날씨가 추워져서 급하게 화분을 바꿔 집안으로 들여왔다. 집안으로 들어온 다른 아이들은 번갈아 가면서 꽃을 피웠는데, 이 녀석은 몇 달 동안 참 조용히 있었다. 나는 간혹 물을 주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신경을 써주지 못했는데, 어느 날 보니 작게 붉은 티를 내더니 이렇게 예쁜 모습을 보여주었다.


작은 몸에서 꽃을 피운 모습이 기특하다


화초를 키우면 결국은 죽게 하고야 말던 내가 이렇게 식물 키우기에 빠져들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다. 식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감사하다. 행동으로 뭔가를 보여주는 동물과 달라서 미처 신경을 써주지 못하고, 그래서 제대로 키우기 어렵다고 투덜댔었는데, 조용히 그 자리에서 인내하고 최선을 다하는 식물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아파도 불평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어떻게든 살아내려는 모습은 때로 눈물겹기도 하다. 거의 다 죽어가는 화초의 잎들을 과감히 쳐내고 다시 사랑을 듬뿍 주면, 조용히 다시 싹을 올려주는 모습은  내 가슴을 뛰게 만든다. 


그리고 이렇게 부러진 가지에서도 다시 생명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정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늘 느끼는 것은, 나는 그저 거들 뿐이고, 이 모든 것은 자연이 알아서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때론 사람의 모습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상처를 받고 깊은 우울에 빠지기도 하지만, 또 그 상처를 꿋꿋하게 버텨내면, 전혀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마치 새 살이 돋듯이 다시 기쁨 가득한 날을 맞이하기도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5년 전 오늘 썼던 일기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당시에는 하루하루가 지옥과도 같았고 간신히 버틴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었다. 이번 생에서는 틀린 것 같다는 한탄의 말이 들어있었다. 그래도 다음 생에서라도 더 나은 삶을 살려고 오늘도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다짐의 글이었다. 


영원히 행복은 오지 않을 것 같은 나락에서 고통받고 있었는데, 부러진 가지처럼 그 시간 동안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내어서, 오늘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어디선가 힘든 순간을 보내고 있는 많은 분들이, 잘 버텨내고 더 나은 삶을 살게 되기를 꿈꿔본다.







삽목 하는 일반적인 방법


1. 마디 밑을 깔끔하게 잘라주기

일단 자르는 곳부터 결정하는데, 잎이 있는 마디의 바로 아래쪽을 사선으로 자른다. 잎이 났다는 의미는 그곳에서 성장 호르몬이 왕성하게 나온다는 뜻이다. 


2. 길이는 한 15cm ~ 20cm 정도로 잡는다.

너무 길면 먹고살기 힘들고, 너무 짧으면 에너지를 뽑아서 뿌리를 내기 힘들다. 보통 땅밑으로 2~3개의 마디가 들어가고 위로 또 그만큼 올라오면 되는데, 길이를 적당히 맞춰준다.


3. 잎은 대부분 제거한다.

보통 맨 위 두 개 정도만 남기고 다 잘라낸다. 그것도 크다면 반으로 잘라준다. 어차피 기존의 잎은 다 떨어지고, 새 잎이 나야 하므로 애석해할 필요는 없다. 그나마 두 개를 남겨두는 것은, 뿌리가 날 때까지 나름의 광합성을 위함이다.


4. 물꽂이를 잠깐 해준다.

이건 식물마다 다른데, 잘려나간 부분에서 수분을 빠르게 보충하기 위해 해주는 수순이다.


5. 성장호르몬을 사용하기도 한다.

솔직히 이거 좀 써봤는데, 나는 별 효과를 못 봤다. 오히려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 타이밍을 잘 맞추느냐가 관건이다. 


6. 비료 성분이 없는 흙에 꽂아주고 물을 준다

비료 성분이 있으면, 부러진 가지는 그냥 같이 비료가 되고 싶어 하는 쪽으로 흘러간다. 즉, 뿌리가 내리기 전에 먼저 썩어버리기 쉽다. 까다롭게 굴면 특별히 살균된 마사토 같은 것을 사용하고, 아니면, 화분에서 오래된 흙을 사용하면 그저 만만하다.


7. 직사광선을 피하고, 건조하지 않게 관리한다. 

기름진 흙이나 직사광선은, 아파서 입원한 친구에게 뷔페 요리를 먹이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다. 사람도 병이 나으려면 제일 중요한 게 휴식이듯, 잘 쉴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수분이 마르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나는 페트병을 반으로 잘라서 뚜껑처럼 덮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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