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억양을 이해해 보자
영어는 강세와 억양이 발음만큼, 때로는 발음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을 했었다. 단어 안에서의 강세, 문장 안에서의 강조되는 단어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어설픈 영어를 하는 입장에서 외국인과 대화를 나누는 것은 참 고달픈 일이다. 그런데 또 신기하게도 대충 알아듣고 소통을 하게 되기도 하니 스스로도 참으로 신통할 일이다. 그들이 말하는 것을 열심히 듣고 있노라면, 뭔가가 번개같이 휙휙 지나가면서도, 신기하게도 몇 가지 단어는 들리는 게 아닌가! 그러면 들은 그 단어들을 가지고 유추를 하면 대충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듣기도 한다.
또, 영어 뉴스를 들으면, 아나운서는 정말 빠르게 말을 하는데, 어쩐지 여유롭게 말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왜 그럴까?
왜냐하면 그들은 모든 단어를 다 같은 속도로 말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중요한 단어는 또렷하게 천천히 말해주고, 그렇지 않은 단어는 물에 술탄 듯, 술에 물 탄 듯 흘려버리는 것이 보통이다. 즉, 필요한 정보만 확실하게 전달하면 그것으로 남은 부분은 알아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학습자가 영어로 읽기 연습을 열심히 하고 나서 녹음을 한 후, 교정을 해달라고 보내오면, 원어민은 그들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불상사까지 발생하는 것이다. 나름 유창하고 빠르게 했을 뿐인데 왜 못 알아들을까? 들어보면 정말 뒤에서 누가 쫓아오는 것처럼 발음한다. 그 어떤 단어에도 여유가 들어있지 않은 것이다.
자, 그러면 도대체 어떤 단어를 강조해서 읽어야 할까? 중요한 정보가 있는 단어를 강조한다. 다음 문장을 살펴보자. 맨 첫 번째에 있는 문장을 다양하게 응용해서 문장이 점점 길어지는데, 실제로 말하는 속도는 별로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힘을 주는 단어는 전부 똑같이 중요한 세 단어이다. 즉, 문장들에서 사용된 단어수는 다 다르지만, 읽는 박자는 다 똑같다.
- Mom ate cookies.
- My mom ate cookies.
- My mom was eating cookies.
- My mom was eating some cookies.
- My mom has been eating some cookies.
그런데 한국인에게 이걸 읽으라고 하면, 우리는 모든 단어를 다 중요시하며 읽게 되는데, 그러면 마지막 문장은 아주 길어져서 읽는데 한참 걸린다. 이걸 빨리 읽는다고 하면 이렇게 읽어버린다.
마이맘해즈빈이팅썸쿠키스.
이렇게 써놓으면 정말 느낌이 안 오는데, 우리가 한국식으로 읽는 것을 원어민들이 들으면 딱 이만큼 느낀다. 뭔가 소리의 행렬이지만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문장이다. 못 알아듣는다.
그럼 천천히 읽으면 되냐고? 그러면 소리를 지른다는 기분이 든다. 왜 모든 단어를 낱낱이 크게 말하는 거냐고! 화났어?
마이! 맘! 해즈! 빈! 이팅! 썸! 쿠키스!
그럼 도대체 어떻게 읽으라는 말인가. 중요하게 청색으로 표시한 글자만 먼저 읽어본다. 그 단어들이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중요한 단어들이다. 그래서 문장을 말할 때에는 이 소리들에만 강세를 주는 것이다. 그러면 듣는 사람은 빠르게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고, 나머지 부분은 자연스럽게 흡수하며 유추하는 것이다.
- Mom ate cookies.
- My mom ate cookies.
- My mom was eating cookies.
- My mom was eating some cookies.
- My mom has been eating some cookies.
이렇게 연습하려면, 손뼉을 치면서 하면 좋다. 즉, 위의 문장들에서 다 저 파란 단어에만 손뼉을 치며 거기에 강세를 넣는 것이다. 모두 똑같이 3박자이다. 먼저 연습을 해 보고, 된 것 같으면 다음 영상을 들으며 따라 해 보자.
중요한 단어를 어떻게 취급하는지 감이 좀 오는가? 여기까지 이해가 되었다면, 다른 문장들에서 활용을 해볼 수 있다. 아래 문장들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단어들은 무엇일까?
Oh, I forgot to bring the card! 아, 깜빡 잊고 카드를 안 가져왔네!
Do you have any more of these? 이거 더 있나요?
May I move your laptop? 당신 노트북 치워도 돼?
그렇다. 카드를 까먹고 안 가져왔다면, 카드라는 단어와 까먹고 안 가져왔다는 단어를 강조해야 할 것이고, 이거 더 있느냐고 묻는다면, '더'라는 말이 가장 중요하다. 아마 손에 뭔가를 이미 들고 물을 테니 these라는 단어도 강조할 필요가 없다. 또한, 노트북 치워도 되냐고 물어본다면, 치우는 것과 노트북이 역시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이다.
Oh, I forgot to bring the card!
Do you have any more of these?
May I move your laptop?
파란 부분을 강조해서 한 번 읽어본 후, 다음 자료를 듣고 따라서 읽어보자.
이렇게 이론을 알아도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왜냐하면 우리는 오랫동안, 중요하지 않은 단어를 강조해서 발음하도록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영어를 배울 때 문법을 가장 먼저 배웠고, 시험에서도 늘 문법 문제가 나왔다. 즉, 시제라든가 관사, 전치사 같은 것들은 시험문제의 단골손님이었고, 우리는 그것을 강조하며 익힌 것이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칠판에 쓰면서 설명할 때에도 늘, 조동사를 강조해서 동그라미를 세 번씩 치면서 읽어주었다. 귀에 울린다 : "과거 시제니까 didn't를 넣고, 그다음에는 동사 원형이 와야 해! 알았지?"
I didn't know that. 나, 몰랐어.
이 문장을 말하듯이 편하게 한다면, 강조해야 할 단어는 바로 know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didn't를 강조한다. 특히나 다음 문장처럼 어려운 단어 'should'가 나오면 더욱더 should를 강조해서 읽는다. (would, should, might... 이런 단어는 괜스레 영어초보자를 위축되게 하는 힘이 있다)
Maybe I should ask her.
그러나 이 문장에서 중요한 단어는 should가 아니라 ask이다. "아마 걔한테 물어보는 게 좋겠지."라고 말을 할 때, '물어'보는 게 중요한 거다. '좋겠지'가 아니라 말이다. 그러면 아래 문장들을 보면서 중요한 단어를 찾아보자.
We should get some rice and vegetables too. 우리 쌀이랑 야채도 사야 해.
But I couldn't find any. 하지만 하나도 못 찾겠어요.
But they didn't have any. 근데, 하나도 없더라고 (그들이 갖고 있지 않았어)
What shall we have for dinner? 우리 오늘 저녁 뭐 먹을까?
역시 should나 couldn't, didn't, shall을 강조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some이나 for 같은 전치사도 주인공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아래 푸른색 부분을 또렷하게 해서 문장을 읽어본 후, 동영상 발음과 비교해 보자
Maybe I should ask her.
We should get some rice and vegetables too.
But I couldn't find any.
But they didn't have any.
What shall we have for dinner?
말이 상당히 빠른 것 같지만, 분명히 중요한 단어는 더 강하게 말한다. 문제는 단어들 사이에 연음이 일어나 알아듣기 어렵다는 것인데, 이것은 그런 식으로 읽는 훈련을 하다 보면 점차 익숙해진다.
글로만 모든 것을 표현하고자 하였으나 역부족이어서 듣기 자료를 조금 첨가하였다. 동영상 파일은 문장 사이에 약간 간격을 두었으니 연습하고 싶은 분은 직접 따라 해 보면 좋다.
물론, 이 이론을 알고 이해한다고 해서 바로 이렇게 발음하고, 이렇게 알아들을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장을 많이 듣고, 따라 해서 이게 입과 귀에 자연스럽게 안착해야 한다. 하지만 그냥 무작정 듣는 것보다는, 이런 이론을 알고 들으면 습득하는 시간을 좀 더 단축할 수 있다.
많이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한 번 더 강조하자면, 언어를 익히는 것은 금이 간 항아리에 물을 채우는 것 같다. 내가 수업 때마다 늘 하는 잔소리인데, 공부를 한다고 해서 그게 다 내 것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줄줄 샌다. 외워도 까먹고, 설명 들어도 좀 지나면 또 새롭다.
하지만 그래도 내가 열심히 물을 부어 넣으면 그 과정에서 항아리는 점점 더 채워진다. 안타깝게도 채워지는 모습이 밖에서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별로 느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그 항아리가 다 차서 넘치는 순간, 그 항아리가 가득 찼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순간 내 귀가 뚫리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들리지 않던 오디오북이 어느 날 갑자기 줄줄 들리면서, 내용이 귀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 와닿는 기분은 정말 경이롭다.
영어 공부를 한창 할 당시에, 나는 원서 읽기가 너무 재미있었다. 오디오북과 함께 읽었던 책들은 듣기 연습하기 좋은 자료였기에 나는 어디를 나가든 오디오북을 챙겨 들고 다녔다. 이미 읽었던 책은 오디오북으로 이해가 훨씬 쉬웠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날은 급히 나가느라 엠피쓰리에 새로운 오디오북만 하나 들어있었다. 전에 읽었던 책의 속편이었다.
지방에 가는 기차 안에서 그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내용이 너무 안타까워 민망하게도 눈물을 줄줄 흘렸는데, 그러다 생각해 보니 내가 그 내용을 정말로 알아듣고 있었다. 글로 읽은 적이 없는 책이었는데 말이다. 그때가, 내 항아리가 처음으로 넘치던 날이었다.
물론, 영어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서 넘쳐야 할 항아리는 계속 많이 있지만, 그 과정은 결국은 자신이 채워야 하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여러분들이 매일 꾸준히 채워나가는 데에 나의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