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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Jul 25. 2023

던지지 마!

두 손으로 공손히 주지는 않더라도...

"자, 받아!"


남편은 뭔가를 전달할 때 휙 하고 던져 주려고 할 때가 자주 있었다. 하지만 나는 물건을 던진다는 것이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남편은 던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었다. 


"거기 그 봉지 좀 집어 줘."라고 말하며, 그는 그냥 던져 달라고 하지만 나는 꼭 걸어가서 손에 쥐어주어야 마음이 편하다.


툭하면 뭔가를 던지고 싶어 하던 남편은 내가 하도 질색을 하니 이제는 하지 않는다. 부엌에서 행주를 전하거나 할 때 재빠르게 휙 던져주는 행동은, 남편이 어릴 적에 형제들과 가볍게 즐기던 동작 중 하나였다고 했다. 토스하듯 전하고 재빠르게 잡는 놀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나는 처음에 아주 질겁을 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언짢아 하자 남편은 뭐가 문제인지 몰라 놀라서 쳐다보았다. 


나는 받는 것도 던지는 것도 다 즐겁지 않다. 물론 내가 던지기 실력이나 받기 실력이 형편없는 것이 가장 불편한 이유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그 이상의 뭔가가 있다.


더구나 그게 음식인 경우에는 더 심하다. 사과 같은 것을 집어서 휙 하고 던져줄 수 있는 남편과 달리, 나는 절대 던질 수가 없다. 우리는 음식을 그렇게 대하면 안 된다고 배웠다.




내가 이곳으로 이민 오기 전에, 십여 년 전쯤 캐나다에 잠시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 고장 난 세탁기를 고치러 왔던 사람이 내게 한국 사람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니, 자기 옛날에 한국에 몇 번 갔었다며 반가운 듯 추억을 떠올리며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그가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우리의 두 손 문화였다. 우리는 손 윗사람이나 모르는 사람에 물건을 전달할 때 한 손으로 주지 않는다. 늘 두 손을 모아서 공손히 건네거나, 아니면 한 손으로 건네되, 반대쪽 손으로 살짝 거드는 시늉을 한다. 


그게 그의 눈에는 그렇게 신기해 보였나 보다. 그 이야기를 몇 번이나 언급하면서, 손으로 흉내를 내는 게 아닌가. 나에겐 너무나 당연했던 동작이 그렇게 신기해보일 수 있다는 것이 나는 더 신기했다.


술잔을 받을 때에도, 술을 따를 때에도 우리는 늘 두 손으로 주고받는다. 한 손으로 하는 것은 무례하게 느껴진다. 하물며 던지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서양에서는 문화가 좀 다르다. 물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물건을 무조건 던지는 것은 아니지만, 무겁거나 한 손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아닌 한, 두 손으로 건네는 일은 좀체로 없다. 


가게에서 현금 계산할 때 당황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우리 손에 동전을 손에 쥐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탁자 위로 내어주는데, 그 행동이 때로는 던지는 것처럼 느껴져서 불쾌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무시하고자 하는 행위는 전혀 아니다.


우리가 그것에 익숙해지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어쨌든 그것은 단순한 문화의 차이일 뿐, 우리를 무시하는 행위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두면 편리할 것이다. 




표지 : cottonbro studio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9208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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