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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Apr 11. 2023

드디어 더블 하트를 성공하다!

아는 것이 힘? 아니, 실천이 힘이다!

나는 좀 괴팍한 데가 있는데, 뭔가에 꽂히면 참 집요하게 파고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평생 풍요롭게 산 적이 없어서인지 정식으로 배우는 일은 거의 없다. 아마 학교 이외에 적극적으로 돈 내고 배워본 것은 탱고뿐인 것 같다. 후진 기억력으로 생각이 안나는 다른 것들이 좀 더 있을 듯 하지만 말이다!


퀼트는 초급을 배우고 나서 그 이후로는 독학으로 재봉퀼트를 익혔고, 그것으로 퀼트 강의를 십 년 넘게 했다. 영어도 대학 졸업 후 학원에 좀 다녀보긴 했지만 그대로 접었고, 결국 내가 필요한 순간에 독학으로 했다. 한때는 문화센터에서 종이접기 강사증을 따기도 했고, 가야금과 판소리를 배우러 다니기도 했으니, 돈 내고 배운 것들도 있기는 하구나! 하지만 젊었을 때 유행하던 포켓볼 당구도 그랬고, 베이킹도 그랬고, 책을 파고 또 파고, 연습하고를 반복하는 것이 내가 무엇이든 배우는 방법이다.


지금 몰두하고 있는 가드닝 역시, 완전히 마이너스의 손으로 선인장까지 죽이던 내가, 불과 몇 년 사이에 대략의 감을 잡고 이제 딱 내가 필요한 만큼 해내고 있는 것을 보면 스스로 기특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그렇다.


아무튼 그런 내가 쓸데없이 라테 아트에 마음을 쓰기 시작했다. 사실 맨 처음 시작은 자그마치 12년 전이었는데, 이케아에서 미니 거품기를 사서 두어 번 시도해 보다가 택도 아닌 결과로 좌절하고 바로 접었었다.


그러다가 캐나다 와서 살면서부터 다시 그 의지를 태우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생업도 아니고, 커피를 즐겨 마시지도 않는 내가, 멋진 거품을 내는 기계를 살리는 만무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미니 거품기로 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 자료를 열심히 수집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미니 거품기를 이용한 라테 아트는 찾지 못했다. 아마 지금은 뭔가 유튜브에 올라왔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찾을 때만 해도 없었다. 다들 기계로 내린 우유 거품으로 어떻게 하면 근사하게 하트를 만드는지만 설명하고 있었다.


그들의 손짓은 아름다웠고, 나는 그 아슬아슬한 느낌의 동작에 계속 빠져들었다. 하지만 집에서 전자레인지로 돌려서 미니 거품기로 올리는 우유로는 하트가 잘 만들어지지 않았다. 거품이 과해서 막판에 뭉텅 올라가거나, 아니면 꼬르륵 가라앉거나 했다. 되는 것 같다가도 엉성하게 끝나버리면, 역시 그렇구나 싶기도 했다.


망치면서도 서서히 하트와 가까워지던 순간들


하지만 오기가 났다. 뭔가 한끝차인 것 같은데, 그 끝이 무엇일까 점점 더 궁금해졌다.


그리고 최근에 코코아 라테를 연달아 마시면서 드디어 조금씩 감이 오기 시작했다. 우유의 온도와 양과, 거품의 조밀도가 손에 익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점점 비슷한 하트가 되어갔다. 여전히 한끝차로 마무리가 안 되었지만, 그래도 뭔가 점점 나아진다는 기분이 들면서 이제는 마시기 위한 라테가 아니라, 눈으로 즐기기 위한 라테를 만들려고 우유를 데우기 시작했다.



드디어 오늘! 비슷한 모양의 하트가 생기는 듯하여서, 그 위에 꼬마 하트를 하나 더 얹어보았는데, 그림같이 올라앉았다. 안다, 전문가들이 보기엔 찌그러진 별 볼일 없는 하트라는 것을! 하지만 하트가 되었고, 내가 스스로 이것을 컨트롤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나는 참으로 만족스러웠다.


실제로 써보세요.


나는 초보자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는데, 늘 강조하는 말이 바로 이거다. 맨날 유튜브 보지 말고, 문법책 파고들지 말고, 실제로 영어로 말을 써보라고 한다. 틀려도 좋으니까 나가서 부딪치라고 말이다. 내가 내 머릿속에 넣는 것으로는 실제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세상 모든 것들이 다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냥 앉아서 영어 문장을 익히고, 다 아는 것 같은 기분을 가진다고 해서 내 영어 실력은 늘지 않는다. 요리 강좌를 보고 또 보아도 내 요리 실력은 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떻게 액셀을 밟고 어떻게 핸들을 꺾는지 유튜브로 백날 보아도 운전 역시 늘지 않는다. 차를 몰고 나가서, 때론 접촉 사고를 내기도 하고, 식은땀을 흘리기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딴생각하며 운전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스쿼트 하는 방법을 꼼꼼히 알고 있는다고 해서 내 허벅지가 꿀벅지가 되지 않는다. 내 뇌에만 저장될 뿐이다. 아니 그랬다가 그냥 슬그머니 사라진다. 그리고 다음에 다시 또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요새 진행 중인 육아북클럽도 상당히 핫하다. 참여하는 분들이 정말 생각지 못한 부분을 알게 되었다고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을 토로하고 있다. 사실 그분들을 돕기 위해 시작한 북클럽이다. 그러나 그냥 깨닫게 해주는 차원의 북클럽이 아니라, 그걸 실제로 적용하고 또 적용해서 정말 그것이 삶에 유용해지기를 나는 간절히 염원한다.


무엇인가를 배우기 정말 쉬운 시대가 왔다. 정보의 바다가 넘쳐난다. 새로운 것도 동영상으로 쉽게 배운다. 거기에 가세해서 이제는 챗GPT에게 물어본다. 내가 알고 싶으면 정말 손가락 몇 번만 움직여서 원하는 것을 척척 찾아내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쉬운 정보를 접해도, 내가 이 하트 두 개를 만들기 위해서 몇 년간 뜸을 들이고, 몇 번을 시도하다가 포기하고, 또 몇 달 후에, 또 몇 년 후에 다시 시도를 하기도 하면서, 결국 내 마음을 열고 성심껏 도전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러다 어느 순간에 마치 처음부터 잘 알고 있던 것처럼 문이 열린다는 것이다.


오늘 마신 코코아는 내 평생 마셨던 그 어떠한 코코아보다도 달콤하고 맛있었다. 설탕이 한 스푼도 들어가지 않았지만 말이다.





코코아 라떼 레시피는 여기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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