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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Feb 26. 2023

정신 나간 짓이라고 말해줘!

가끔은 그래도 괜찮아

2월 말, 폭설 주의보가 내렸다. 나는 입이 댓 발 나왔다. 이게 뭐람, 봄이 와야 하는데! 투덜거리며 글을 쓰고 있었다. 봄맞이 가드닝을 시작해야 하는데 날씨가 이모양이라며 구시렁구시렁하는 글이었다. 그래도 마음을 추슬러 봄을 부르느라 애를 쓰고 있었다.


창 밖을 내다보니 눈이 벌써 제법 많이 쌓였다. 내다보고 나서는 더욱 심란해졌다. 내일모레, 우리 집에서 모임 하기로 했는데, 이러다가는 학교 휴교하고 모임은 취소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다.


바깥 사진을 찍어서 영어공부 카페에 올리고는 계속 글을 쓰고 있었다. 어느덧 시간은 열두 시가 넘어갔고, 남편은 그만 씻고 자야겠다며 일어났다. 나는 글 좀 더 쓰고...


잠시 후 남편이 샤워하러 가다 만 최소한의 복장으로 다시 등장했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바로 이렇게 말했다.


"지금 산책 나가는 것은 정신 나간 짓이라고 말해줘."


하하! 당연히 정신 나간 짓이라고 맞장구를 쳐주고는, 나가고 싶냐고 물었다. 남편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지만, 보나 마나 나가고 싶은 것이었다.


"가자!"


밖이 추울 테니 모자 쓰고, 딸이 떠준 목도리도 목에 칭칭 감고 문을 나선 시각이 12:34. 밖에는 눈이 펑펑 내리고, 우리는 깔깔 웃으며  눈으로 발을 내디뎠다. 벌써 10cm가 넘게 쌓인 눈은 발 밑에서 뽀드득거리고, 우리는 손을 잡고 동네를 걸었다.



모두 잠든 새벽에, 아무도 걷지 않은 눈길을 걷는 기분은 정말 최고였다. 


팔짝 뛰기도 하고, 눈을 뭉쳐 보기도 하고, 뒤로도 걸어보고, 발자국 모양을 내며 걷기도 했다. 눈을 계속 펑펑 내리고, 모자는 내 눈을 덮으려고 미끄러져 내리는데, 우리는 그냥 재미나기만 했다.


Ah! It's so amazing to look up there, eh?


춥거나 귀찮을 수도 있는 시간이 순식간에 신나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집 앞에 다 와서는 내가 갑자기 바닥에 털썩 앉자 남편이 깜짝 놀랐다. 저기 차 온다며 허둥지둥 나를 일으켜 세웠는데, 그 차는 자기 집 주차장으로 쏙 들어가고, 나는 다시 바닥에 앉았다가 누워버렸다. 엔젤 만들기 해 본 지 이십 년도 넘었는데, 다시 해보고 싶다고 누워서 팔다리를 저으니, 나의 어린애 같은 짓에 남편은 껄껄 웃으며 폰을 들어 사진을 찍었다.



눈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쳐다보며, 가슴속 가득 맑은 눈기운을 빨아들였다. 찬 공기가 더 이상 차게 느껴지지 않고, 모든 것이 그저 상쾌했다. 눈 덮인 나무들은 아름다웠고, 모든 세상이 눈에 덮이고 조용했다.


내가 조금 전까지 미워하며 투덜대던 그 날씨 맞아? 한 40분을 걸었고, 들어오는 순간까지 우리의 웃음은 그치지 않았다. 남편은 감탄하며 말했다.



"날씨 정말 좋다!"


살면서 가끔은 조금 바보 같고, 조금 미치고, 조금 황당한 일을 해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두 노인이 열 살짜리 어린애들처럼 눈에서 강아지처럼 놀다 들어오니 집안도 더 이상 춥지 않구나.


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안아주며 말했다.


"고마워요, 나가자고 해줘서."

"고마워, 같이 나가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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