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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May 29. 2023

쫄깃해? 찔깃해!

떡도 옥수수도 너무 질겨

봄철이 오자 몹시 분주해졌다. 집안에서 모종 만드느라 3월 들어서면서부터 부쩍 바빠졌고, 그 모종이 커가면서 더욱 바빠졌다. 그러다가 그 모종 산책(!)시키느라 바쁘고, 또 일부 새 씨앗 심느라 바쁘고, 이젠 땅에 옮겨 심고 정말 정신없이 바쁘다.


우리 마당에는 한국 작물들과 서양 작물이 함께 자란다. 남편이 심는 것들은, 서양식 여러 가지 서양식 껍질콩, 서양 호박, 그리고 케일, 래디시 이런 것들이다. 나는 적갓과 깻잎을 심고, 꽈리고추도 심고, 도라지와 더덕도 기른다. 


그리고 우리는 매년 옥수수를 심는데, 거리를 멀리 두고 서양 옥수수와 한국 찰옥수수를 심는다. 다른 종류의 옥수수는 최대한 멀리 심어야 한다는데, 우리는 마당이 그렇게 크지 않으니, 그저 가능한 한 서로 반대쪽 끝에 심는다.


입맛이라는 것이 원래 어릴 때부터 쭉 이어져 온 것이다 보니, 맛에도 향수가 있어서 그 맛이 늘 그리울 수밖에 없나 보다. 나는 입에 짝짝 붙는 강원도 찰옥시기가 종종 그립다. 


탄수화물도 많이 줄였고, 옥수수는 오메가 6가 많아서 내가 선호하지 않는 식재료에 들어가긴 하지만, 여름철이면 바닷가 놀러 가 앉아있다가, 옥수수 파는 할머니 지나가면 세워서 간식으로 사 먹던 그 얼룩덜룩 찰 옥수수의 맛을 어찌 잊겠는가! 남편은 서양 옥수수에 또 나름의 향수가 있는가 보다. 그래서 우리는 철이 되면 꼭 옥수수를 한 번씩 사곤 했다. 


그러다가 결국 유전자 조작 아닌 옥수수로 조금만 마음을 달래기로 하고 우리의 옥수수 농사가 시작되었다.


서양 옥수수는 아주 살캉살캉하고 달다. 아마 한국에서 초당(超糖) 옥수수라고 불리는 것이 이 맛일 것 같다. 전분이 적고 당도가 높아 당분을 쓰지 않아도 이미 그보다 달다. (난 처음에 초당이 지명인줄 알았는데, 극도로 달다는 의미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옛날에 미국에 살 때 부모님이 오셨는데, 마침 옥수수철이라 쪄드리려고 사온 적이 있었다. 신세대 식으로 전자레인지에 익힐 수 있다며 돌렸는데, 정해진 시간이 지나서 나온 옥수는 살캉살캉했다. 어머니는 덜 익은 것 같다 하셨고, 나는 계속 추가로 익혔지만 결국 미국 옥수수는 그런 걸로 판명이 나서 그렇게 먹었는데, 뭔가 참 아쉬운 맛이었다. 


서양에서도 쫀득한 찰옥수수가 자라기는 하는데, 여기서는 인기가 없다. 이 사람들은 이 찰옥수수를 맛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달지도 않은 데다가 질기다, 딱딱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사료로 쓰이거나 아니면 통조림용 등으로 사용된다.


쫄깃한 찰옥수수. 서양인들은 딱딱하다고 느낀다


그야말로 터프(tough)하다고 부른다. 남자만 터프한 게 아니고, 옥수수도 터프하고, 질긴 고기도 터프하고, 떡도 터프하다. 아니면 찔깃하다고 부른다. 영어로 츄이(chewy)하다고 하는 것은, 쫄깃하다는 느낌이 아니고 찔깃하다는 느낌에 더 가깝다.


그렇다! 우리에겐 말랑말랑 쫄깃쫄깃한 떡이 그들에게는 터프하고 찔깃하다. 그래서 떡은 그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다. 쑥개떡 같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콩배기 잔뜩 있는 찰떡류도 마찬가지다. 질긴 데다가 곡류가 가득하니 뭔가 건강음식인 건가 하는 그런 느낌일 뿐 역시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식욕이 돋지도 않는다. 


남편을 보니, 떡국은 부드러워서 그래도 괜찮은데, 가래떡이나 떡볶이 떡을 간식처럼 먹는 것은 힘들다. 인절미도 별로인데, 냉동 인절미를 구워줬더니 좀 얇고 덜 쫄깃하면서 겉이 바삭해져서 좀 나은 것 같았다. 거기에 꿀을 뿌려주니 꿀 맛으로 먹는 듯했다. 


이렇듯 입맛이 다르니, 한식을 소개하고 싶다고 해서, 행여 한 접시 행사에 꿀떡 같은 거 어렵사리 구해서 들고 가봐야 인기가 없다. 그보다는 만두나 잡채를 가져가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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