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서는 두루마리 화장지뿐만 아니라 갑 티슈도 식탁에 놓지 않는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는 두루마리 화장지를 어디서든 사용했다. 식탁 위에 버젓이 올려 놓고 그걸로 입을 닦았고, 식당에서도 흔히 제공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본 외국인들이 경악하던 시절이 있었다.
작년에 한국에 갔을 때에도 여전히 두루마리 화장지가 걸려있는 분식집이 존재하고 있기는 했지만, 어쨌든 이제는 식탁에서의 사용이 현격히 줄었다. 그것을 상에 올리면 화장실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일반 가정집이나 식당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상 위에 두는 경우는 여전히 많다. 사실상 적은 양을 사용할 때에, 저렴하고 양이 많은 이 휴지는 사용 시 환경오염의 죄책감을 상당히 덜어주기 때문에 우리는 이걸 포기하기 힘들다.
우리는 처음부터 이 두루마리 화장지가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말로는 두루마리니까, 그저 둘둘 말린 휴지라는 뜻이고, 더럽다거나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예쁜 두루마리 화장지용 케이스까지 사용되고 있다! 쇼핑몰에 나오는 사진들을 보면, 거실이나 책상 위에 버젓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이 화장지를 영어로 하면 토일렛 페이퍼(toilet paper)이고, 직역하면 '변기휴지'이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이름이 붙었다면 이 화장지를 식탁에 올릴 생각은 절대 못 했을 것이다. 즉, 이 화장지는 물론 아주 깨끗한 펄프로 만들어지지만, 이름이 이렇게 붙어버렸으니 이걸로 입을 닦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뿐만 아니라, 거실에 두기도 민망한 물건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예전에는 두루마리 화장지가 식품위생법상 입에 대는 용도로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 형광증백제 사용금지 품목이 아니었
그러면, 이거 말고 갑 티슈는 어떨까? 이거는 화장실에서 쓰는 게 아니니까 식탁에 올려도 될까? 이것도 예전엔 형광증백제가 사용되었었는데, 내가 한국을 떠난 지 꽤 되었으니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어쨌든 한국에서는 갑티슈가 식탁위에서 문제없어 보인다. 다만, 서양에 거주한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이 휴지 역시 우아한 휴지가 아닌 것으로 간주되어, 일반적으로 거실이나 식탁에 진열하지 않는다.
즉, 필요할 때 사용을 하긴 하지만, 눈에 띄는 곳에는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키가 큰 우리 남편은 냉장고 위에 둔다. 처음에는 너무 이상했는데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원래 모든 캐나다 가정에서 저기에 두냐고 물었더니, 껄껄 웃으면서, 그냥 자기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늘 거기에 두셔서 자기도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시누이네 갔을 때에도 냉장고 위에 있었던 것 같다.
집안을 예쁘게 꾸미고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라면 이 휴지는 역시 거실에 놓이지 않는다. 보통 화장실에 두거나, 침실에서 사용할 수 있다. 아이들이 있는 경우, 아이들 방에 넣어주기도 한다. 특히나 알러지가 있어서 콧물이 자주 나는 경우에는 좀 더 많은 곳에 두기도 하면서, 예전보다 더 많은 곳에 놓아두고 쓰는 것 같기는 하다. 코를 풀거나, 화장을 지우는 정도의 용도로 생각된다.
그러면 식탁이나 거실에서는 무엇을 쓸까? 냅킨을 사용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냅킨은 종이 냅킨이지만, 서양에서는 일반적으로 냅킨(napkin) 또는 서비엣(serviette)이라고 부르면, 천으로 된 것을 떠올리게 된다. 물론 종이로 된 것도 있지만, 그럴 경우는 종이냅킨(paper napkin)이라고 불러주는 것이 보통이다.
캐나다에서 보면, 정찬으로 차릴 때에는 천으로 된 냅킨을 사용하는 것이 정석이다. 고급 식당에 가도 마찬가지다. 우리 집에서도 거의 늘 천 냅킨을 사용한다. 캐주얼한 식당에 가거나, 가정에서 간단히 먹을 때에는 종이 냅킨을 쉽게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때에도 갑 티슈가 이것을 대신하지 않는다.
사실 우리 한국인 입장에서는 이 종이 냅킨이 상당히 부담스럽다. 조금 묻은 것을 닦는데 뭘 이렇게 거창하고 커다란 휴지를 쓰는지 마음이 불편하다. 그래서 나는 옛날에 미국 살 때, 냅킨을 작게 잘라서 식탁에 두었던 기억도 있다.
거실에서 티타임을 갖거나 할 때에도, 격식을 차리자면 작은 헝겊 냅킨을 사용한다. 하지만 요즘은 거창하지 않게 그냥 종이 냅킨을 쓰는 일이 많다. 티타임용 종이냅킨은 정사각 모양으로 접혀 있고, 디너냅킨보다 약간 작은 사이즈이다. 이 상황에서도 역시 갑 티슈는 쓰지 않는다.
갑 티슈보다 냅킨을 선호하는 이유는, 이것의 목적이 무릎을 덮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우리와 다른 식사 문화를 가지고 있어서, 먹을 때 식탁을 향해서 몸을 뻗지 않는다. 고개를 숙이고 먹게 되는 한식과 달리, 고개를 꼿꼿하게 들고 얼굴을 마주 보며 먹는 것이 예의이다.
그러다 보니 불가피하게 무릎에 음식을 흘릴 일도 생길 수 있고,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냅킨을 무릎에 덮는 것이다. 따라서 큼직한 냅킨이 유용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양식당에 가도 냅킨을 한쪽에 밀어 두고 먹게 되곤 하는데, 그 냅킨은 사실 무릎을 덮으라고 갖다 준 것이다.
이렇게 냅킨이 그들에게 친숙하다 보니,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간식용 접시 대신에도 종이 냅킨을 흔히 사용한다. 우르르 몰려와서 과자나 견과류를 집어 먹으려 할 때, 부모들이 종이 냅킨을 펼쳐서 거기에 담아주는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다. 이것은 아마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식탁 위에 늘 그 냅킨이 있으니, 접시 가지러 가기 귀찮은 엄마들이 하는 행동일 것이다. 하지만 갑 티슈를 뽑아서 음식을 얹지는 않는다.
내가 이 글을 적는 이유는, 식탁에서 갑 티슈를 사용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 그렇게 사용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부끄러운 일도 아니며, 그저 다름이다. 하지만 이것은 명백한 문화의 차이이므로, 외국에 살면서 외국인 손님을 초대한다면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게 좋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는 한국인 가정에 초대받아 갔을 때, 식탁 위에 놓인 갑 티슈를 보며, 남편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뜨는 것을 보았다. 물론, 예의가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뭐라고 하거나 묻지는 않지만, 저걸 왜 저기에 둘까 하는 마음이 들 테고, 그걸로 입을 닦으라고 내놓았다고 해도 어쩐지 사용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문화는 옳고 그름이 아니라 다름일 뿐이지만,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 또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다음번에는 우리가 황당하게 여기는 서양의 문화 습관에 대해서도 적어보겠다.
저는 곽티슈가 맞는 말인 줄 알았는데, 표준 맞춤법에서 순우리말 곽을 버리고, 갑(匣) 티슈를 선택했다고 하네요. 아무튼 그래서 본 글은 제목을 제외하고 모두 갑 티슈로 적었습니다. 제목은 어차피 맞춤법 파괴가 발생하였으므로 그냥 가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