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서로를 아끼며 온정을 잃지 않는 사람들
며칠 전 남편이 내게 갑자기 물었다.
"당신 친구 괜찮대? 그 있잖아, 우리 가서 잘 대접받고 온 루카스빌 친구."
처음에는 누구를 말하나 싶었는데, 노바스코샤에 사는 지인을 말하는 것이었다. 한국의 야채 씨앗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글을 읽고 씨앗을 보내줘서 인연을 맺게 된 한국인 가족이다. 작년에 시누이 댁에 다니러 갔을 때, 멀지 않은 곳이어서 방문해서 환대를 받고 왔기에 남편도 집의 위치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캐나다 전역이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남편이 언급한 캐나다 동쪽 끝, 노바스코샤 주에는 시누이가 살고 있어서 특히나 소식에 귀를 기울이던 참이었다. 다행히 시누이가 사는 바닷가 쪽은 피해가 덜 하지만, 내륙 쪽으로 조금만 들어가도 피해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었다.
예년과 달리 건조하고 높은 기온의 날씨는 산불 발생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놓았기에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산불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서부 지역의 경우, 봄철에도 내내 비가 내리는 기후가 보통인데, 올해는 유난히 이른 봄부터 가물고 5월에도 36도를 기록하는 등, 이상기온이 계속되고 있다. 비가 와서 우중충하고 춥다고 투덜거리는 날이 많았었는데, 이제는 가물어서 이런 재난이 발생하니, 야속한 하늘을 바라보며 비를 애원하는 실정이다.
캐나다의 산불은 매년 심해지는 추세이다. 작년에도 산불에 마을 하나가 통째로 전소되어서 발을 구른 사연을 들으며 안타까워했는데, 올해는 그 범위가 더욱 넓어졌다. 현재 캐나다 전역의 산불은 동부 서부를 가를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캐나다 전역으로 414곳이 넘는 지역이 불타고 있고, 이중 반 이상이 통제불능의 상태에 처해 있다. 주민 2만 명 이상이 대피 중이다.
캐나다의 땅은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이 훨씬 많기는 하지만, 이미 380만 헥타르가 넘는 땅이 완전 연소되었으며, 이는 대한민국 면적의 거의 40% 에 육박하는 면적이다. 그리고 이 수치는 화재의 총면적으로 볼 때, 지난 4년간 불에 탔던 면적을 이미 초과하였다.
동부의 퀘벡 지역의 산불로 인해 캐나다 중부인 토론토와 미국의 뉴욕주까지 공기가 나빠졌다는 기사가 연일 나오고 있다. 실시간 미세먼지 농도가 최악단계를 넘어 위험 수준에 다다르고 있으며, 뉴욕시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급기야 학교까지 문을 닫는 사태로 치닫고 있다.
엊그제 시누이의 전화 통화에 따르면 그녀가 사는 지역은 다행히 비가 한차례 내리면서 주춤한 상태라고 했다. 사람들은 대피했고, 길은 폐쇄되었다.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전기가 끊기고 폐쇄되었던 슈퍼마켓이 다시 문을 연다고 소식을 전하는 시누이는, 그 안의 냉동식품이 어찌 되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며 직접 닥친 식량 문제를 고민하였다.
연일 이어지는 안타까운 뉴스 중에서 오늘은 색다를 소식을 읽었다.
캐나다의 이런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주변 국가들의 도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미국 소방관이 노바스코샤의 쉘버른 지역에서 60회 생일을 맞이하려 저녁을 대접받았다는 소식이었다. 인심 좋기로 유명한 노바스코샤 사람들은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도 자신들을 도우러 온 사람의 생일 소식을 듣고, 그 지역 특산물인 랍스터로 생일상을 차렸다니, 절박한 상황에서도 낭만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기후 온난화와 각종 사고가 이어지는 지구촌에서 그래도 늘 다시 용기를 내고 일어서는 사람들, 그리고 서로를 묵묵히 돕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며, 어서 이 불길이 잡혀서 모두 안정을 되찾기를 간절히 바란다.
오마이뉴스에서 요청을 받아 작성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