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슈에뜨 La Chouette Sep 26. 2019

마로니에를 집안 곳곳에

먹지 못하는 마로니에 활용법 - 거미 퇴치

우리 집에는 곳곳에 밤이 놓여있다. 이 아까운 밤을 왜 먹지 않고 이렇게 두느냐고 남편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못 먹는 밤이란다. 영어로는 horse chestnut이라고 부르는데, 막상 사전을 찾아보니 우리 말로는 마로니에라고 나와있었다. 흠! 마로니에는 우리나라 단어가 아니지만 이미 친숙한 단어이기는 하다. 특히나 서울의 대학로가 뜨면서 마로니에 공원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장소가 되었다.


어제는 남편이 마로니에를 주워올 때가 되었다길래 장 보고 나서 같이 갔다. 나는 무슨 숲 속으로 가려나 했는데, 큰 길가에 차를 떡 세우더니 여기라고... 그런데 정말 수많은 밤이 바닥에 쫙 깔려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얼마나 토실하고 귀여운지! 일반 밤보다는 작은 알이었는데 윤기가 좌르르 흐르면서 맨질맨질했다. 남편과 나는 쭈그리고 앉아서 주워 담기 시작했다. 오늘은 사실 아무 계획이 없던 날이었는데, 남편 픽업하러 갔다가 오는 길에 뜻밖에 장도 보고 그래서 원래 사지 않는 비닐봉지를 구입했다. 


역시 밤 줍는 것도 계획에 없어서 아무 준비가 없었지만, 차 안에 있던 장바구니 비닐봉지를 하나 털어서 밤을 주워 담았다. 별로 고를 것도 없었다. 상태가 다 좋았고, 떨어진 지 얼마 안 된 것처럼 상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한국 밤들은 대부분 밤송이 안에 들어있어서 발로 벌려서 까곤 했었는데, 이것들은 완전히 벌어져서 떨어져 있으니 줍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렇게 잔뜩 봉지에 담았는데도 여전히 그곳에는 많은 마로니에가 남아있었다. 흐뭇한 마음으로 일어났는데, 청소차를 탄 사람들이 커다란 자루를 가지고 등장했다. 우리가 일어나는 것을 지켜보던 그 사람들은 우리 차가 출발하자 그곳에 다가갔다. 아마도 청소 차원으로 나뭇잎과 밤을 모두 쓸어버리려는 것 같았다. 휴우~ 아슬아슬 했네! 자칫 10분만 늦었어도 하나도 못 건질 뻔했다!



집으로 온 우리는 밤을 잘라서 집안 곳곳에 가져다 놓았다. 밤 안쪽도 어찌나 튼실한지! 뽀샤시한 게 참 예뻤다. 신기한 것은, 우리 밤은 사다 놓고 며칠만 방치하면 벌레가 장난 아니가 나오는데, 이 마로니에 밤은 독성이 있어서인가 일 년 내내 벌레가 나지 않는다. 사람이 못 먹으니 벌레도 못 먹는가?



독성이 강해서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고 구글에 나와있는데, 한국 사이트를 검색하니 죽지는 않는단다. 뭐 그래도 먹으면 좋지 않겠지. 잘 활용하면 좋은 약으로도 쓰일 수 있다는데, 어떻게 만드는지는 나와있지 않다. 그 안의 사포닌 성분이 강해서 벌레를 퇴치한다는 주장도 있고... 아무튼 과학적 근거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집안에 놔두니 은근 인테리어 효과도 있고 자연 속에 있는 듯 기분이 좋다.



정말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이로 인해 집안에 여기저기 거미줄 치지 않으면 좋겠다.



한국에서도 요새는 마로니에 나무가 있는 공원들이 있으니 그런 데서 주워다가 집안에 둘 수 있을 거 같다. 특히 창고 같은 거미줄 치기 좋은 곳에 효과적일 듯하다.


단! 애완동물이 있는 집은 주의해야 할 듯! 동물에게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애틀에서 이산가족 상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