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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Oct 25. 2019

할로윈이 뭐하는 날이다냐?

지나간 할로윈을 추억하며...

할로윈은 우리나라 축제가 아니니 외국 생활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어색하며 생소한 축제이다. 유치원 같은 곳에서 아이들에게 특수 의상을 입히고 놀이를 하기는 한데, 원래 뭐 하는 축제인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분들이 있어서, 마침 내가 운영하는 영어카페에서 다음 책이 Nate the Great and the Halloween Hunt 이기도 해서 한번 정리해보기로 했다.


역사를 거창하게 훑으면 다소 진력날 거 같아서, 간단하게만 설명하자면, 원래 켈트족의 연말 축제였다고 한다. 그들의 연말은 추수가 끝나는 계절을 말하는 것이며, 가축과 수확을 끝낸 후, 태양신에게 감사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그리고 한 해의 마지막 날에는 죽은 자의 영혼이 가족을 잠시나마 방문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아마 그래서 디즈니의 만화의 Coco (코코)에서 그런 장면이 나왔던 것 같다.


코코의 노래 한 장면


이 전통은 아일랜드까지 계속 이어져왔고, 여기서 잭 오 랜턴 Jack-o'-Lantern이 탄생한다. 스토리를 조금 살펴보면, 아일랜드의 인색한 술주정뱅이 잭 앞에 어느 날 저승사자가 나타나서 영혼을 요구했다. 그러자 그는 교묘하게 저승사자에 술을 권했고, 결국 술값을 지불해야 했던 저승사자가 동전으로 변신하자, 그를 자기 백 속에 가둬버리고, 흥정으로 1년의 삶을 더 보장받았다. 그리고 매년 그런 식으로 골탕을 먹였기에 결국 죽어서는 천당도 지옥도 못 가고 추운 구천을 떠돌게 되었는데, 자신의 처지를 저승사자에게 호소하여, 작은 불씨를 얻어, 자기가 씹던 무 안에 가지고 다녔다고 해서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아일랜드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무에서 호박으로 바뀌게 된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집집마다 큰 호박을 사서 안을 파내서 잭을 얼굴을 만들고 안에 등불을 켜서 장식하는 것이 지금의 풍습이다.



그래서 할로윈이 되면, 많은 가정집들이 집을 으스스한 분위기로 장식하고, 사탕과 과자를 준비해서, 노크하는 아이들을 실망시키지 않게 준비를 한다. 어떤 집들은 정말 정성을 다해서 장식을 화려하게 하는데, 돈도 많이 들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어떤 집들은 잘 꾸민 것으로 유명하게 신문에 나기도 한다. 지금 이 사진들은 2010년에 찍어뒀던 것들인데, 당시 아파트에 살던 우리 동네보다 개인 주택가에 가면 재미난 것들이 훨씬 많이 있었다. 그래서 아예 작정하며 다니면서 찍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참 정성이 기특하다. 하하!


오른쪽 사진을 보면, 열심히 꾸미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같은 집의 낮과 밤의 차이. 하도 열심히 꾸며서 신문에도 난 집


아이가 아주 어릴 때 미국에 잠시 살아서, 유치원에서 할로윈 놀이를 하기도 했지만, 당시에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던 우리는 동네의 할로윈 놀이에 참석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첫 경험이라면, 아이랑 잠시 캐나다살이를 하던 201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에 8학년이던 아이는 학교의 할로윈 댄스파티에 다녀왔고, (그래 봐야 그냥 강당에 애들 모여서 음악 들으며 노는 행사) 그래서 나름 할로윈 코스튬을 장만하였다.


학교파티로 나름 차려입은 딸래미, 그리고 막상 이렇게 징그러운 장난감을 만들어 들고 감


그래서 첫해에는 중학교에 이렇게 중고 상점에서 산 엉터리 옷으로 차려입고는, 솜씨 발휘해서 바퀴벌레 제작해서 들고 가, 강당 댄스파티에서 애들 보여줬단다. ㅎㅎ 밝은 데서 봐도 그럴듯한데 어두운 데서 얼마나 깜짝 놀랐을지는 안 봐도 비디오!


그리고 고등학교 가서는 파티는 없었지만, 학교의 가사시간에 할로윈 기념 컵케익을 구웠다고 들고 왔다. 이 해에는 그냥 백곰 콘셉트로 해서 따뜻하게 입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사실 사탕을 얻으러 다니기에는 다소 나이를 먹은 감이 있었지만, 이렇게 외국 나와있지 않으면 어떻게 이런 문화적 경험을 하겠는가 하여 아이를 데리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아이의 친구들과 함께 다녔는데, 구경만 하는데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이게 날짜가 10월 말일이기 때문에 날씨는 늘 춥고, 비만 안 내려도 감지덕지하다. 사탕을 다니러 다니는 아이들도, 사탕을 나눠주는 사람들도 복장을 재미나게 하고 있고, 낮에는 시시해 보이던 장식도 밤에는 훨씬 그럴듯해 보여서 으스스함을 더해준다.



가끔 나눠주는 사람들이 무섭게 하고 놀라게 하면 꺅!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좀 고급진 사탕을 주면 많이 흐뭇해하기도 한다. 어떤 곳은 아예 가라지를 귀신의 집으로 꾸며놓고 아이들이 들어가서 구경하게 해 놓은 곳도 있었다.


아이들은 마냥 신이 난다


초창기 북미에서는 할로윈이 꼭 재미난 축제만은 아니었다고 한다. 어린아이들이 무섭게 분장을 하고 떼 지어 몰려다니며 선물을 요구하고 말썽을 부리고 사람들을 골탕 먹이는 기회로 사용했다니 상당히 소란스러웠을 것 같다. 그러다가 차츰 이 행사가 순화되었고, 이제는 다양하게 분장한 꼬마 귀신들이 문을 두드리고 "Trick or treat? : 골탕을 먹을래? 과자를 줄래?"하고 외치면서 바구니를 내밀면, 거기에 사탕이나 과자 등등 맛있는 것을 한 줌 넣어주는 재미난 놀이가 되었다. trick 이란 속임수, 장난이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인데, 외래어로 트릭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단어이다. treat은 사실, 취급하다, 다루다 이런 의미로 더 익숙한 단어인데, 잘 취급하는 음식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그래서 평소에 늘상 먹는 음식이 아니라 즐거움을 주기 위해 먹는 종류의 음식을 treat이라고 한다.


하룻밤에 모은 사탕의 양이 장난이 아님. 사이즈 보라고 옆에 핸드폰까지 놓고 찍었다. ㅎㅎ


한두 시간만 돌면 바구니 가득 사탕이 모인다. 사실 단거 그리 좋아하는 아이도 아닌데 수집하는 즐거움은 남다른 거 같다. 물론 사탕을 안 준다고 trick을 하지는 않는다.


이게 벌써 9년 전 일이니 참 멀기도 하구나. 우리 딸은 지금 사는 동네에서 또 Trick or treat을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부부는 사탕을 사다가 쟁여놓고, 문 두드리는 아이들이 실망하지 않게 해 줄 생각이다. 분장 안 한지 오래되었다는 남편을 꼬드겨서 우리도 뭔가 분장을 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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