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워도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지난번에 금문교를 너무나 멀리서 본 것이 아쉬워서, 동생이 알려준 또 하나의 전망대를 찾아가기로 했다. 월요일, 픽사 구경을 마치고 나와서 딸이 퇴근하기 전까지 우리는 아직 시간이 넉넉했기에 편안하게 계획을 세웠다.
일단 가는 길을 어떻게 해야 하나를 고민했다.
샌프란시스코를 지나서 갈 수도 있고, 북쪽으로 돌아서 갈 수도 있는데, 거리상으로는 무조건 샌프란시스코 쪽이 옳지만, 길 막힘이라든지, 다리의 톨비를 생각하면 머리를 잘 써야 했다. 이 지역의 톨비가 아주 비싸기 때문이다.
다리를 건널 때마다 돈을 낸다는 것이 참으로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한 번 건너갈 때마다 이런 돈을 내야 한다니 출근을 해야 한다면 정말 부담스럽겠다 싶었다.
금문교를 제외한 이 근동의 다리들은 일반 승용차 기준으로 했을 때 $7(대략 1만 원)이다. 출퇴근 시간에 카풀을 하면 할인되어서 반값이 적용되기는 한다고 했다. 그리고 또 특이한 점은 다리 왕복 중 한 번만 요금을 낸다는 것이다.
즉, 모든 다리는 샌프란시스코로 들어가는 방향에서만 돈을 낸다. 요금을 거두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함인 것 같은데, 처음에는 상당히 어리둥절했다.
그것은 금문교에도 해당이 되는데, 다만, 요금이 $9로 더 비싸다. 유지 보수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란다. 그래도 한 번쯤 차로 건너보고 싶으니 우리는 머리를 썼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목적지로 갈 때는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해서 들어감으로써 베이 다리의 요금을 내고, 대신 금문교를 무료로 건너기로 했다. 그리고 올 때에는 샌프란시스코로 다시 들어오는 대신, 북쪽으로 돌아서 가면,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리치먼드 다리는 나가는 방향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퇴근 시간이 겹치면 샌프란시스코는 길이 엄청 막힐테니 더욱 그 방법이 유용할 것 같았는데 잘 한 선택이었다.
즉,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 방식으로 코스가 잡혔다.
우리는 그래서 일단 베이 다리를 건넜다. 베이 다리도 사실은 멋지다. 밤에 보면 더 멋지고, 낮에도 근사하다. 길이도 금문교보다 더 길다. 정말 바다를 건너는 기분이 든다.
건너면서 창 밖으로 보이는 바다는 언제나 좋았다. 바다만 보면 그저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또 헤벌죽 했다. 다리의 끝쪽으로 가니 샌프란시스코가 보이기 시작했다.
다리를 건너 샌프란시스코를 관통했고, 우리는 내가 딸과 걸었던 거리를 차로 이동했다. 남편은 촌사람처럼 시내의 건물들에 감탄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언덕도 차로 오르락내리락하고, 금문교를 건너, 드디어 전망대 지역에 도착했다. 우리는 세 군데에 차를 세우고 구경했는데, 금문교가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을 실감했다.
전망대 주차가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대부분, 잠시 서서 구경하고, 사진 찍고 떠나니까 딱히 오래 세워놓을 필요가 없는 것이 그 이유였다. 즉, 구경하고 바로바로 떠나니 주차장은 꽉 차 있어도 금방 자리가 났다.
첫 번째 장소는 좀 멀었다. 그래서 금문교의 가장 가까운 부분이 가려있었다. 동생이 알려준 두 번째 위치는 금문교가 거의 잘 보이면서도, 쉽게 가까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던 곳은 마지막 배터리 스펜서(Battery Spencer)였다. 길가에 주차를 해 놓고 흙길을 잠시 걸어가야 했는데, 걸어간 보람이 넘쳤다.
고맙게도 안개도 완전히 걷힌 상태였고 탁 트인 시야가 감상을 편하게 하게 해 줬다. 일반적으로 오전에는 특히 안개가 심해서 전망대 관광을 추천하지 않지만, 오후에도 안개가 끼는 날은 여전히 다리를 잘 가려주기 때문이 우리는 아주 운이 좋았다고 보였다.
그러나 이 포인트에서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부는지, 평화로운 감상은 어려웠다. 보다 근사하게 파노라마 사진을 찍으려고 시도하였으나 손떨림 현생으로 울퉁불퉁한 사진이 탄생하고야 말았다. 그래서 그냥 일반사진으로 만족하는 것으로...
셀카도 찍고, 누군가에게 부탁해서 우리 부부의 사진도 온전하게 찍으려고 시도하였지만, 역시나 바람 때문에 처참한 사진들만 남아서, 그나마 이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셀카봉을 하나 장만하던지!
중간 지점에서는 젊은 커플이 오픈카를 타고 와서는 차를 주차하고, 큰 소리로 샌프란시스코 음악을 틀었는데, 경치와 아주 잘 어울렸다. 마치 우리 모두에게 들려주는 것 같았다.
나는 샌프란시스코라고 하면, 리 오스카(Lee Oscar)의 샌프란시스코 베이(San Francisco Bay)가 생각나는데, 남편은 그 노래를 몰랐고, 토니 베넷(Tony Bennett)의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를 이야기했었다. 이 음악을 현장에서 듣고 보니 샌프란시스코와 너무나 잘 어울리던 노래였다.
금문교가 보이는 바닷가에서 토니 베넷의 목소리가 마치 영화처럼 낭만적으로 퍼졌다. 그렇게 우리는 금문교를 완벽하게 즐겼다.
...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내 심장을 샌프란시스코에 두고 왔어요.
High on a hill, it calls to me
높은 언덕에서 내게 외쳐요
To be where little cable cars climb halfway to the stars
작은 케이블카들이 별을 향해 올라가는 그곳으로 오라고
The morning fog may chill the air, I don't care
아침 안개에 공기가 서늘하지만 상관없어요.
My love waits there in San Francisco
내 사랑이 그곳 샌프란시스코에서 기다려요
Above the blue and windy sea
푸르고 바람 부는 바다 위에서
When I come home to you, San Francisco
내가 그대, 샌프란시스코를 찾아 집으로 돌아가면
Your golden sun will shine for me
그대의 금빛 태양이 나를 위해 비출거예요
...
https://youtu.be/r6DUwMnDxEs (어쩐 일인지 글을 올리면 동영상이 사라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