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클리의 이탈리안 피자 맛집
해변에서 놀고, 버클리 산꼭대기에도 올라가서 경치 구경도 했으니 이제 다시 배를 채울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그냥 배를 채우면 안 되고, 뭔가 진짜 맛있는 것을 먹어야지. 배를 채우는 것은 집에서 때워도 되지만 나가서 사 먹을 때에는 돈값을 하는 것을 먹고 싶다.
외식은 어차피 비싸다. 그저 그런 것을 먹어도 비싸고, 맛있는 것을 먹어도 비싸다. 맛있는 음식 중에는 터무니없다고 느껴질 만큼 비싼 것들도 많이 있지만, 우리는 그런 음식은 또 싫다. 정당한 음식 가격을 받으면서, 좋은 재료를 사용해 정성껏 만든 음식을 먹고 싶을 뿐이다.
남편과 둘이 다니면 내가 검색을 하지만, 딸이 있으니 결국 맛집은 딸이 다 찾아주니 좋았다. 이 식당도 그랬다. 우리가 있는 에머리빌에서 멀지 않으면서 진짜 음식을 하는 곳이 어디 있을까?
그렇게 해서 찾은 곳이 Lucia's Berkly(루시아의 버클리)였다. 루시아가 이탈리언 이름이기는 하지만 여기 진짜 이탈리아 식당이 맞을까 약간 갸웃하기는 했다. 그냥 그저 그런 피자집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전화로 예약을 하려니, 예약 가능한 테이블은 저녁 8시나 되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나가려는 시간은 6시가 살짝 넘었기 때문에, 일단 그냥 가기로 했다. 20분 후쯤 자리가 날 수도 있다는 애매한 말을 해줘서 약간 불안한 마음을 끼고 갔다.
버클리 지역이었고, 약간 시내 분위기여서 주차를 어찌해야 할까 살짝 난감했다. 유료 거리 주차가 보여서 일단 빈자리에 세우고 보니, 주말엔 무료란다. 야호!
식당 앞에 도착하니 상당히 분주해 보였다. 바깥쪽 자리도 꽉 찼고, 안쪽도 빈자리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보아하니 대기 손님도 있는 것 같고, 에효! 8시라도 예약을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가게 주인이 딸에게 뭐라 뭐라 하더니 둘이 안 쪽으로 들어갔다. 그러더니, 들어가란다.
우리가 3명이니 4명의 테이블에 자리를 내줘야 하지만, 긴 테이블의 모서리에 ㄷ자로 셋이 앉아도 된다면 그 자리에 앉으라는 것이었다. 당연히 되지!
가게 안의 분위기는 약간 캐주얼 느낌이었고, 부엌이 오픈된 인테리어였다. 화덕이 그대로 보이는 그런 구조로 되어있었다. 우리 테이블의 반대쪽 끝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접시를 보니 피자가 아주 탐스러웠다. 우리도 저거 먹을까?
메뉴를 보니 전부 맛있어 보였다. 이곳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글루텐 프리 피자와 파스타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모든 피자는 약간의 추가 요금을 내면 글루텐프리로 주문이 가능했고, 다른 메뉴들에도 글루텐 프리 표시가 된 것이 많이 있었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우리는 각자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주문해서 나눠 먹기로 하였다.
남편이 선택한 것은 Meat balls Al Sugo (나폴리안 스타일 미트볼)이었다. 남편에게는 남다른 미트볼 사랑이 있는데, 둘째 아들이 생일 때마다 선물로 아버지표 미트볼을 요청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각국의 미트볼을 두루 섭렵하곤 하였으니, 실제 이탈리아의 나폴리 스타일 미트볼은 어떨지 무척 궁금했을 것이다.
산마르자노 토마토를 사용해서 소스가 아주 풍미가 좋았고, 파마잔과 페코리노 치즈를 넉넉히 넣어 아주 리치한 맛이었다.
나는 페스토를 좋아해서 Trofie al Pesto (페스토 파스타)를 선택했다. 집에서도 깻잎이나 참나물, 쑥 등을 이용하여 페스토를 잘해 먹지만, 정통 바질 페스토로 파스타를 먹으니 아주 매력적인 맛이 났다. 더구나 잣이 비싸서 나는 보통 호두나 캐슈를 사용하였는데, 이건 진짜 잣을 넣은 페스토였다. 그래서 나도 집에 돌아가면 아무래도 잣을 사서 페스토를 다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피자는 딸아이가 골랐는데, 처음에 선택했던 피자는 소스가 없다고 해서, 그러면 토마토소스에 무난한 스타일인 Ham & Mushrooms (햄과 버섯 피자)를 선택했는데, 진짜 맛있었다. 도우는 밀가루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해주지 않으면 전혀 눈치챌 수 없을 만큼 훌륭했다.
나는 원래 피자의 빵 부분을 그리 즐기지 않는데, 이곳의 피자는 빵까지 완전 싹싹 먹었다.
아, 그리고, 글루텐프리 맥주가 있다고 해서 그것도 한잔 주문해서 다들 한 모금씩 마셔봤다. 글루텐 민감성 체질인 남편에게 정말 안성맞춤인 식당이었다.
이만큼 먹고 났으니 당연히 배가 부를 수밖에 없지만, 맛있는 곳에서 먹다 보면 디저트를 또한 꼭 먹어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게다가 메뉴판에서 밀가루 무첨가인 글루텐 프리 케이크와 도넛이 보이니 어찌 사양을 할 수 있겠는가!
Torta Caprese라는 이 초콜릿 케이크는 밀가루 대신 아몬드를 사용해서 만들기 때문에, 원래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는 음식이다. 카프레제라는 말은 샐러드에서만 들어봤는데, 이런 케이크도 있다니! 질감도 독특하고, 밀가루 케이크 부럽지 않았다.
그리고 Bombolini Ricotta & Pere는 도넛 위에 리코타 치즈와 서양배를 얹어서 서빙되었다. 원래 2개가 나오는 줄 알았는데 3개를 주는 바람에 각자 하나씩 먹을 수 있었다. 독특하긴 하였으나 맛은 상당히 무난하였다.
전체적인 평을 하자면, 마치 이탈리아의 한 작은 마을에 있는 피자집에 와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들만의 어떤 특별한 친절이 느껴져서 즐거웠다. 한국 사람들처럼 약간 무뚝뚝한 듯한 친절함이랄까? 별로 표현하지 않으면서 잘해주는 그런 느낌.
음식 역시 아주 이탈리아스러웠고, 맛있었다. 가격도 전체적으로 무난하여서 우리 세 식구가 다 같이 먹고, 맥주와 음료, 디저트까지 먹었는데 계산서에 100불이 찍혀 나왔으니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않은가!
한국 웹사이트 검색하면 맛집으로 뜨지 않는 이 식당, 나만 혼자 알고 있자니 아까워서 적어봤다. 나중에 이 지역을 다시 방문한다면 꼭 다시 방문할 식당이다.
월/화 휴무, 점심은 없고 저녁 식사만 가능하다. 자세한 메뉴 등은 웹사이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