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머리빌에서 가깝고, 모래사장이 있던 곳
샌프란시스코 근처에 가볼 만한 곳이 어디 있느냐고 주변에 물으면, 정말 아름다운 곳들이 많았다. 다만 아주 멀었다. 산타크루즈, 카멜 바이 더 씨, 몬터레이, 요세미티 국립공원 등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곳들이었지만 최소 두 시간, 아니면 서너 시간을 가야 하는 데다가 딸이 주말 밖에 안 되니 길이 밀려서 더욱 오래 걸리는 곳이 되고야 말았다.
하지만 명색이 바닷가 도시에 왔는데 그래도 일광욕을 한 번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그중 가깝다는 포인트 레이어스 해변(Point Reyes)도 주말 아침에 경로를 찍어보니 완전 길 막혀서 갈 기분이 들지 않았다.
결국 우리가 선택한 곳은 엎어지면 코 닿는 Alameda(알라미다) 해변이었다. 사실 뭘 알고 고른 것은 아니고, 차 렌트한 기념으로 딸내미와 TJ Maxx 쇼핑을 잠깐 갔었는데, 그 동네에 바닷가가 있는 것이 아닌가! 갈 곳이 없으면 여기 와도 되겠다 싶은 생각을 했었기에, 검색해 보았더니 꽤 괜찮고 만만해 보였다.
딸이 사는 에머리빌 아래쪽에 오클랜드가 있고, 그 밑으로 있는 섬이 알라미다였다. 그리고 그 남쪽 지역으로 제법 긴 모래사장이 펼쳐져있었다.
걸어갈 거리는 아니었지만, 차가 있는 상황에서는 그저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이라고 표현할만했다. 더구나 유료 다리를 건너지 않으니 더욱 반가웠다. (여기는 다리 건너는 값이 $7, 한화로 만원 정도여서 샌프란시스코 가려면 매번 후덜덜!)
그리하여 토요일 오전, 늦잠 실컷 자고 일어나서 이곳으로 가기로 했다. 점심은 도시락을 싸면 편할 것 같아 뒤져보니, 집주인이 마음껏 먹어도 된다고 한 품목 중에 삼각김밥용 김과 참치캔이 있었다. 거기에다 딸이 사다 놓은 오이피클과 양파를 사용하니 어렵지 않게 삼각김밥을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알라미다 해변은, 역시 주말이라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왼쪽은 해변이고, 주차는 오른쪽에 하는 거리주차였는데, 차 세울 곳을 노리는 사람들은 우리뿐이 아니었다.
선크림도 없는 우리였기에 일단 근처의 TJ Maxx에 들러서 선크림과 모자, 슬리퍼를 구입하고는 살짝 갈등을 하였다. 그곳에 주차를 하고 걸어도 거리상으로 전혀 무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대 3시간 주차 가능하다는 팻말을 보면서, 혹시 견인당할 수도 있을 위험을 무릅쓰지 않기로 했다. 더구나 렌터카니까!
주변을 돌다가 보니 끝쪽에 커다란 공용주차장이 있었다. 나중에 나올 때 보니 만차라고 입구를 막아놓았던데 그래도 우리는 오전에 가서 운 좋게 주차를 한 셈이었다.
날씨는 뜨겁고 해변은 나쁘지 않았다. 저 멀리 샌프란시스코도 보이는 해변이라니, 크게 바라지 않는다면 그냥 와서 놀기는 딱 좋은 곳이었다. 다만, 우리는 파라솔도 없고, 깔개도 없고... 하루 놀자고 파라솔을 구입할 수도 없으니 그저 타월 큰 거 두 장 들고 간 것으로 대충 놀아야 하는 형편이 되었다. 한국 같으면 대여 파라솔이 있었을 텐데!
자리를 잡고 앉으니 좋았다. 우리 세 식구 모두, 바다라면 그냥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딱히 뭔가를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저 앉아있으면 족했다. 수영복을 가져왔기에, 갈아입고 물에 들어갈까도 잠시 고민했지만 그저 만사가 귀찮았다. 이럴 때는 먹는 게 남는 거지!
준비해 간 삼각김밥은 꿀맛이었다. 원래 이렇게 나와서 먹으면 뭐든지 맛있는 법 아니겠는가! 남편은 처음 먹어보는 삼각김밥을 무척이나 신기해했다. 비닐을 그대로 포장하는 김밥이 처음에 얼마나 낯설었는지 계속 의아해했었는데, 이렇게 해서 바삭한 김으로 싼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었을 것이다.
일인당 두 개씩 먹고 나니 뱃속도 찼다. 그렇게 노닥노닥 시간을 보냈다. 간식으로 가져온 과일도 먹었는데, 이럴 때 옥수수 파는 할머니가 돌아다니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별로 할 것은 없었지만, 겁도 없이 파라솔 없는 일광욕을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즐겼다. 사람들의 노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아빠한테 떼를 쓰고 애교를 떠는 세 살 남짓 여자아이는 드라마퀸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온갖 쇼를 다 부렸다. 일광욕을 하던 그의 아내는 뜬금없이 남편에게 공놀이를 하자며 몇 번 그렇게 공을 주고받다가 사라졌다. 연을 띄우고 노는 사람들도 있었고, 서핑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모래성을 쌓는 남자아이들, 그리고 제일 많은 것은 역시 선탠을 하는 어른들이었다.
태양열에 노곤노곤 녹아버린 어느 시점쯤 해서, 나가서 아이스크림이나 사 먹자고 자리를 떨고 일어났다. 이 해변의 좋은 점은 쇼핑몰들이 여러 개 가까이 있다는 것이었다. 가까운 곳에 전통 깊은 아이스크림 집이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그쪽으로 이동했다.
Rita's Italian Ice & Frozen Custard, 이름에 커스터드도 들어간다니 근사하지 않은가! 그러나 맛은 실망이었다. 입맛이야 사람마다 다 다른 것이지만, 우리 식구의 입에는 너무 달았다. 너무 달아서 무슨 맛인지 느끼기 어렵다고 느껴졌다. 실패!
그래도 취향이 우리와 다르다면 가볼 만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근처에 새로 문을 연 것으로 보이는 한식당도 있었고, 햄버거 맛집인 파이브 가이즈도 있었다. 사실 아이스크림은 차라리 슈퍼마켓인 트레이더 조에서 사 먹었으면 더 맛있었겠다 싶었다.
우리는 결국 파이브 가이즈에 가서 핫도그와 감자튀김으로 입가심을 했다. 햄버거를 먹자니 너무 거한 것 같아서 핫도그를 주문했는데, 빵 대신 상추쌈으로 해달라고 해서 먹었더니 아주 맛있었다. 어쩐 일인지 사진은 찍지 않았네!
비록 아이스크림은 실패했지만, 우리는 해변에 대한 갈증을 이렇게 풀었다. 여름에는 바닷가 한번 가줘야 하는 사람들이지만, 마음은 소박하다. 알라미다 해변은 그런 우리에게 딱 맞는 곳이었다. 딱 적당히 붐비고, 물은 깨끗하고, 모래사장도 있는 곳. 아이가 있다면 데리고 와서 놀기에도 아주 좋은 곳으로 보였다.
관련 식당 정보도 좀 남기면 좋을 텐데, 저녁은 전혀 다른 곳에서 먹어서 딱히 이곳의 사진은 남겨 놓은 것이 없다.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