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슈에뜨 La Chouette Aug 19. 2023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 : 지인방문

집으로 초대해 주는 다정함이 좋다

집을 떠나 어딘가를 간다면, 그곳을 구경하는 재미도 좋지만,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지인을 만나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작년에 한국 갔을 때에는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사람들을 거의 못 만나고 왔다면, 이번엔 기간이 짧긴 하지만 딱히 뭔가를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마음만 먹으면 평일 한나절 시간 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기에 더욱 가능했다.


알고 지내기는 하지만 만날 수 없는 곳에 사는 지인들이 나는 꽤 많다. 꾸준히 글을 쓰고 있는 덕이다. 덧글로 친해지다 보면 진짜로 가까워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 성격이 그런 것도 한몫을 하겠지.


켈리는 그렇게 가까워진 친구다. 나를 언니라고 부르니 동생이라고 하는 게 좋을 듯싶다. 페이스북에서 쭉 내 글을 보고 있다가, 딸아이가 엘에이 직장에 갈 무렵 처음으로 연락을 해왔다. 당시에도 산호세에 살았으니 직접적인 도움은 줄 수 없지만 그래도 정보를 주고 싶어서 연락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특히 당시에 켈리가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되었고, 육아에 대한 조언을 구하면서 급속도로 친해졌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심성이 곱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더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려고 애를 쓰게 되었다.


내가 알피콘의 "자녀교육, 사랑을 이용하지 마라"를 가지고 북클럽을 진행할 때 참여하기도 하였다. 그때에도 그녀의 성실한 면모를 여실히 보여줬고, 자신의 실예를 들어가면서 열심히 토론에 참가하였다. 그때 더욱 그녀의 가치관과 세상을 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 우리 딸이 샌프란시스코에 집 구한다고 할 때, 여러 가지 정보도 나눠주고, 집에 문제가 생겨서 바로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을 때에는 같이 발 구르며 애태워줬다. 집만 가까우면 그냥 자기 집에 있으면 되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사는 곳이 산호세이니 차를 타고 가도 대략 한 시간 거리인지라 뚜벅이로의 출퇴근은 불가능한 곳이었지만, 가까운 곳에서 언제든 도움을 줄 수 있는 이가 있다는 사실이 든든했다. 


그러니 딸네집 방문하면서 얼굴을 한번 봐야 하지 않겠는가! 고마워서 밥이라도 사고 싶었는데, 오히려 자기가 대접하고 싶다더니, 차라리 집으로 오면 어떻겠느냐고 초대를 해왔다. 멀어서 미안하다고 하는데, 우리가 차를 렌트한 타이밍인지라 길 막히는 시간을 고려한다고 해도 우리가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염치 불고하고 초대를 덥석 받아들였다.


향기가 좋은 카피어 라임 트리


남편과 함께 방문한 그녀의 집에서 맛있는 식사를 대접받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다.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벌써 오랜 지인이 되다 보니, 원래 늘 만나던 사이 같이 좋았다.


그녀의 남편이 준비한 타이식 치킨 요리가 아주 맛있어서, 우리 남편이 레시피를 묻기까지 했다. 특별한 풍미가 있었는데, 카피어 라임이 그 비법이라고 했다. 구하기 힘들어서 집에서 직접 그 라임 나무를 키운다고 하니, 어쩐지 풍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글을 쓰는 나는 어디 가서 뭘 먹든지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편이지만, 그날은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사진을 찍는 것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한 장도 건지지 못했다는 사실! 결국 나중에 다시 메시지로 이야기 나누면서, 나의 포스팅을 위하여 그녀가 예전에 찍었던 음식 사진을 보내줬다!



더불어 내가 준비해 간 티라미수도 함께 사진이 왔다. 식사에 초대받아 가면 디저트 정도는 챙기는 편이어서 뭘 가져갈까 고민을 하다가, 재료를 사서 티라미수를 만들었다. 늘 내가 만드는 음식들 사진을 올리곤 했으니 만들어 가져가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딸네 집에 거품기가 있었기 가능했다. 마스카포네 치즈를 전날 구입해서 만들었고, 근처 다이소에서 종이 케이크틀을 구매하고, 상자는 없어서 종이를 구입해서 아쉬운 대로 뚝딱뚝딱 만들었다. 나름 가지고 있는 것들을 이용해서 정성껏 준비했는데, 받는 사람이 좋아해 줘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사람들 사이의 인연이 참 고맙고 소중하다. 작게 스쳐 지나가는 인연도 가까워지면 깊은 친구관계가 되는 것이 아주 좋다.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진실되게 대하는 사람들이 있음에 세상은 더욱 살기 좋은 것 같다. 우리는 또 오랫동안 못 만날 것이다. 하지만 꼭 만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는 여전히 연락하며 지낼 것이고, 그럴 때마다 가슴이 따뜻해지니까.

이전 03화 그곳 퍼블릭마켓은 마켓이 아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