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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Aug 18. 2023

버스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넘어가기

열차보다 즐거운 교통수단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해서 딸네집 에머리빌에 갈 때에, 사실 나는 급한 게 하나도 없었다. 딸은 직장에 있었고, 열쇠를 받기로 약속한 시간이 넉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었다. 서울 출신인 나는 뚜벅이 생활에 익숙하니까!


그런데 검색을 하니 어쩐지 안전하지 않아 보였다. 모든 길안내가 전부 웨스트 오클랜드 역에서 갈아타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텐더로인(Tenderloin), 베이 지역에서는 오클랜드(Oakland)가 우범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곳을 굳이 여행자 티를 내며 캐리어를 끌고 가는 것은 그리 현명한 일이 아니다 싶어서 결국은 리프트를 이용했는데, 팁까지 합하고 나니 돈 십만 원이 가볍게 나와서 좀 속이 쓰렸다.


당시에 생각할 때, 전철(Bart)을 타고 샌프란시스코 끝쪽까지 가서, 베이 다리를 건너기 전에 버스로 갈아타면 가까이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무슨 영문인지 구글 길안내에서는 나오지 않으니, 초행길에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나중에 확인을 해보니, 내가 계산했던 대로 했다면 훨씬 저렴하게 원하는 목적지에 쉽게 갈 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 저렇게 다리를 전철(Bart)로 건너라고만 주장하는 구글맵 대중교통 안내


이 지역의 대중교통은 교통카드를 가지고 이용한다. 원래는 보증금을 내고 플라스틱 카드를 구입해야 했지만, 이제는 전화기 앱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여전히 카드를 구매해서도 사용할 수 있다)


사실 나는 촌스러워서 아이폰 애플페이도 아직까지 안 쓰고 있었는데, 앱으로 교통카드를 쓰려면 애플페이 먼저 되어야 한단다. 그래서 폰을 그냥 딸에게 맡겼다. 하하! 그래서 자세한 안내는 생략. 그냥 clipper 앱 깔고 차례로 따라가면 저절로 되는 듯. 폰의 내 지갑에 카드가 들어가면 그다음에는 앱은 필요 없고, 지갑에서 바로 사용하면 된다.


얼마를 충전하고 어디서 어디까지 탔는지 상세히 기록이 나온다.


재미난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잔액이 모자랄 경우, "잔액이 부족합니다!"라고 소리가 나오며 민망함을 선사하고 교통수단 이용이 불가하지만, 이 카드는, 부족한 대로 일단 마이너스 금액이 된 이후, 다음에 충전할 때 그만큼을 회수한다. 나름 인심이 좋다고 느껴졌다.


첫 주말에는 버스를 타고 샌프란시스코 관광을 나갔다. 굳이 역까지 가서 전철을 타지 않고 버스로도 갈 수 있었다. 


베이 다리를 건너면서 버스에서 찍은 사진


샌프란시스코는 반도에 있고, 에머리빌은 만 쪽에 있는데, 두 군데의 버스는 따로 취급되는 것 같았다. 우리가 탄 버스(F번)는 베이 다리를 건너, 아주 커다란 터미널에 모든 승객을 내려주었다. 


Salesforce Transit Center라는 이 터미널의 외관이 마치 레이스로 짠 듯 보여서 인상이 깊었다.


다리를 건너서 세일즈포스 트랜짓 센터로 들어가는 길. 


재미난 것은, 다리를 건너서 내려가지 않고, 곧장 건물의 2층으로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버스는 이곳 타워를 한 바퀴 돌면서 승객을 내려주고 새 승객들을 태운 후, 다시 돌아서 강을 건너간다.


타워처럼 버스가 한 바퀴를 돌아서 나갈 수 있도록 설계된 아주 큰 건물이었다.


다리 건너오는 모든 버스는 다 이곳에서 마무리를 하는 종점이었다. 즉, 다리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양쪽을 다 커버하는 버스는 없었다. 양쪽의 교통이 따로 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다른 곳을 가려면, 이 종점에서 나와서 시내의 버스 정류장을 찾아서 이용해야 한다.


샌프란시스코 도심 쪽에서 보면 이 건물은 이렇게 이층 구조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날 샌프란시스코를 종일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다시 이곳에 돌아와서 버스를 타고 베이 지역으로 넘어왔다. 버스를 타는 곳은 같았지만, 다리 건너 내려주는 곳을 달라서 약간 놀랐으니, 지도를 미리 자세히 보고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불을 켜니 더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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