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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Aug 05. 2023

그곳 퍼블릭마켓은 마켓이 아니었다

에머리빌 푸드코드

딸네 집에 있는 두 주일 동안 외식을 그리 많이 하지는 않았다. 에머리빌의 작은 동네다 보니 그리 괜찮은 식당도 없어 보였다. 결정적으로 첫 일주일 간은 차를 렌트하지 않았기 때문에 멀리 맛집을 찾아가는 것도 귀찮은 일이었다. 그러다가 외식을 할 일이 생겼다.


친정 조카가 다니러 온다는 것이었다. 로드트립 중인 조카와 남자 친구가 잠깐 얼굴만 보고 간다고 했다. 본 지 4년이 넘었는 데다가 여행 중이라니 뭔가 맛있는 것을 해주면 좋겠지만, 제대로 된 음식을 해주기에는 딸이 3개월 빌린 집에는 재료도 도구도 마땅치 않았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다 같이 앉아서 먹을 밥상도 없었고 의자도 모자랐다. 우리는 그냥 밖에서 먹기로 했다. 젊은 친구들끼리 놀지 않고 고모까지 끼워줬으니 식사는 고모가 쏘는 걸로!


그런데 어디를 가지? 가장 만만한 곳이 Public Market(퍼블릭 마켓)이었다. 처음 딸네집 근처에서 퍼블릭 마켓이라는 상호를 봤을 때, 괜찮은 마켓이 있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오산이었다. 이름만 마켓이고, 사실은 푸드코트였다.


장 보러 오다가다 보기만 했는데, 우리는 결국 이곳에 식사 약속을 잡았다. 그래도 북적대는 안쪽 푸드코트보다는 바깥쪽으로 문이 있는 정식 식당인 피자집 Pizzeria MERCATO에서 만나기로 했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마냥 신이 났다! 처음 만난 조카의 남자 친구도 인상이 좋았는 데다가 아주 싹싹하고 성격이 좋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둘이 너무 잘 어울렸다. 꽁냥꽁냥 귀요미들! 


메뉴판이 놓이고 음식을 주문해야 할 차례가 되었다. 사실 별 기대는 없었다. 평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냥 북적이는 상업적인 장소이려니 했다. 그런데 메뉴가 제법 괜찮아 보였다.



우리는 먼저 애피타이저로 Calamari Fritti(한치 튀김)과 Roasted Brussel Sprouts(발사믹을 곁들인 방울양배추 구이)를 골랐다. 튀김은 바삭하고 부드러웠고, 방울양배추에 치즈와 발사믹이 잘 어울렸다.


한치튀김은 바삭했고, 방울양배추도 치즈와 어우러져 맛있었다


그리고 피자는 고기류가 넉넉히 들어간 Maradona Pizza와, 시금치와 아티초크를 넣은 Artichoke Spinach Pizza를 주문했다. 


일단 화덕피자인 데다가 도우도 아주 맛있었다. 체인점 같은 맛이 아니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아티초크를 좋아해서 이런 조합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글루텐프리 반죽은 제공되지 않으므로 나중에 남편과 다시 같이 올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밖에 샌드위치와 파스타, 샐러드 등도 판매되고 있었는데,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인 음식 맛으로 봐서 괜찮을 것 같았다. 피자 가격은 대략 20불 내외였으니 그리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정도라 볼 수 있었다.


양이 좀 많아서 남은 피자는 로드트립 중에 먹으라고 조카 커플에게 넘겼다. 그리고 먼 길을 가야 하니 커피를 마시면 좋겠다 했지만 이미 밤이 늦어져서 문을 연 곳이 없었다. 이 퍼블릭 마켓은 문을 일찍 닫는 편이다. 대충 7시 반 정도 되면 주문이 끝난다.


결국 우리는 테이블도 없는 딸의 집에 다같이 들어와서 커피를 마시며, 조카가 선물로 사 온 케이크를 나눠 먹었다. 갈 길이 멀다 해서 얼른 보내려 했지만, 이렇게 만나지 않으면 언제 또 만나겠는가! 우리 네 사람은 밤늦게까지 수다를 떨다가는, 4시간을 운전해서 가야 한다는 그들을 등 떠밀어 보내야 했다. 가족은 이렇게 언제 어디서 만나도 편안하고 따뜻하다는 사실이 또 기분이 좋았다.




한 편의 글에 너무 여러 가지를 쓰면 정신이 없지만, 퍼블릭마켓에 대해 좀 더 소개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덧붙여본다. 


푸드코트 안쪽의 첫인상은 상당히 시끄러웠다. 소리가 약간 웅웅 울리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적응되니 곧 괜찮아졌다. 음식들은 여러 국가의 음식들이 있었다. 한식도 두 군데나 있었고, 초밥롤 판매하는 곳도 있었다. 그밖에 인도 음식, 라면, 멕시칸, 버거 등등 다양해서, 취향이 다른 여러 명이 모인다면 더욱 만만한 곳이 될 것 같다. 가격은 딱히 저렴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우리가 먹어 본 또 다른 음식점은 멕시칸을 판매하는 C CASA라는 곳이었는데, 딸과 먹어보고 맛있어서, 나중에 남편이 왔을 때에도 점심시간에 한 번 가서 함께 먹었다. 재료가 신선하고, 질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맛에서도 느껴졌다. 동물들을 풀어 키우는 목장에서 직접 가져오는 재료를 사용한다고 쓰여있었다. 


딸과 먹었던 Nachos(나쵸)는 아주 풍성했고, 남편과 먹은 Quesadillas Platter(퀘사디아 모둠)은 여러 가지 맛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퀘사디아 모둠. 반이나 먹고 나서 사진을 안 찍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즐겼던 또 한 군데는 아이스크림 집이었다. 사실 나는 단거를 잘 못 먹어서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이 집은 생각만큼 달지 않았다. 그리고 맛이 아주 개운했다.



이곳의 아이스크림에는 첨가제나 유화제를 사용하지 않고, 우유도 사용하지 않는다. 콩도 사용하지 않는다. 캐슈너트로 만든 밀크를 이용해서 오로지 자연적 재료만을 사용한다는 자부심을 가진 가게였다. 베이 지역에만 4군데의 지점을 가진 동네 체인 아이스크림 가게인데, 줄을 서서 먹을 만큼 인기가 좋았다.


세 명이 싱글을 세 개 시키는 것보다 더블을 2개 시키는 것이 더 저렴하다


우리는 초코 오렌지, 초코, 커피, 산딸기 맛으로 먹었는데, 전체적으로 지나치게 달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첨가물이 없어서 먹은 후에도 특히 개운 했던 것 같다.


기타 다른 매장들도 많았지만, 우리가 방문한 이 세 군데가 가장 손님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평이 좋은 것 같으니 다른 음식들도 괜찮을 것 같다.



표지 사진 출처 : 구글맵 스트리트 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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