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빠이는 시금치, 탐정 네이트는 팬케이크
어린이 그림 챕터북 시리즈 중에서 Nate the Great(위대한 네이트)라는 책이 있다. 나는 이것을 영어 원서 읽기 교재로 종종 사용하는데, 난이도가 쉬우면서도 나름 탐정물이어서 다른 것들보다는 재미도 있기 때문이다.
성인들이 성인용 영어 원서를 읽으면 좋겠지만, 오랫동안 영어를 쉰 사람들에게는 원서를 읽는다는 게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해리포터 같은 책을 골랐다가는 단어에 매달리고, 문장 해석하다가 한 장도 못하고 나가떨어지기 십상이다.
사실 영어공부를 원서로 할 때, 해석을 추천하지 않는다. 꼼꼼히 문장을 분석하며 해석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해력은 증진시킬지 모르지만, 영어는 늘지 않는다. 영어를 공부로 생각하지 않고, 책을 읽듯이 읽어야 언어로서의 가치가 생긴다. 따라서 쉬운 책을 선택하는 것은 필수이다.
아무튼, 영어공부 잔소리는 그만하고, 요즘 교재로 사용되고 있는 탐정 네이트로 돌아오면, 이 꼬마 탐정은 팬케익을 엄청나게 좋아한다. 그냥 좋아하는 수준이 아니라, 영혼의 음식이다. 심지어 고양이를 위해 만들었다는 비린내 나는 팬케익도, 맛없다면서도 두 개씩 먹는다.
옛날에 보던 뽀빠이 만화에서는 주인공이 시금치를 먹어야 힘을 내는데, 우리의 네이트는 팬케익이 그 역할을 한다. 어떨 때에는 팬케익을 주머니에 넣고 나가기도 할 지경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어쩐지 팬케익을 먹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수업을 하다 보면 팬케익을 해 먹었다는 소식들이 종종 들려온다. 대부분은 마트에서 파는 팬케익 믹스를 사서 만드는데, 사실 그게 별로 맛있지 않다. 게다가 정체불명의 재료들도 들어가니 반갑지 않다.
사실 팬케익 만들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재료 몇 가지를 그릇 하나에 호비작호비작 만들어도 되는 수준이다. 밀가루에 베이킹파우더, 달걀, 버터가 들어가면 된다. 설탕도 넣으라고 되어있지만, 설탕을 넣지 않고 메이플 시럽을 뿌려 먹는 게 더 맛있다.
팬케익을 건강식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만, 주말에 브런치로 먹으면 맛있지 않은가! 게다가 브런치 카페 가면 터무니없는 가격을 내야 하는데, 집에서 가끔 기분을 내도 좋다.
이게 얼마나 쉽냐 하면 다음 사진으로도 알 수 있다.
가루 재료는 가루재료끼리 섞어주고, 젖은 재료는 또 그것끼리 섞어준 후 다시 두 가지를 섞어서 걸쭉하게 해 주면 된다. 나는 설거지 줄인다고, 1리터짜리 유리 계량컵에다 호비작거리며 만들기도 한다.
반죽에 이미 버터가 들어갔기 때문에 팬에 기름을 두를 필요가 없다. 오히려 기름을 두르면 예쁘게 구워지지 않는다.
중간보다 살짝 센 불로 적당히 한 국자씩 떠서 익혀준다. 표면에 기포가 잔뜩 맺히면서 살짝 마르는 기분이 들면 뒤집어준다. 자주 뒤집을 필요가 없다.
자신이 없으면 작게 여러 개 만들어도 좋다.
아래는 설정샷이다. 나는 원래 이렇게 시럽을 듬뿍 뿌려서 먹지 않지만, 이래야 사진이 예쁘게 나와서 한 번 해봤다! 일부러 작은 사이즈로 만들었더니 이렇게 많이 나왔다.
우리 집은 보통 버터를 실온에 내놓고 있어서 이렇게 올리면 빨리 녹는데, 이날은 똑 떨어져서 냉장고에서 나왔더니 아래 사진의 버터가 하냥 뻣뻣해 보이는구나! 이거는 크게 만든 것이어서 일인단 두장씩 담았다. 접시도 디너접시다.
블루베리를 넣어서 구운 적도 있는데, 사진을 안 찍어서... 이렇게 거의 다 먹고 하나 찍었다! 그래도 속 안에 블루베리가 맛있어 보이지 않는가?
작게 만든 것은 이렇게, 옆에 다른 것을 곁들인다. 바싹 구운 베이컨이랑 함께 메이플 시럽 뿌려서 먹으면 마냥 불량하지만, 그래도 가끔 재미있다.
주말에 간단하게 팬케익 콜?
2인분, 북미식 계량컵 사용(1컵=240ml)
재료 :
밀가루(또는 글루텐프리 가루) 1컵
설탕 1~2 큰술 (나는 안 넣었지만 단 걸 좋아하면)
베이킹파우더 2작은술
소금 1/2 작은술
녹인 버터 2큰술
우유 1컵
달걀 1개
건포도, 블루베리 등 취향에 맞는 토핑
만들기 :
1. 처음 4가지 가루 재료를 먼저 함께 섞어 준다.
2. 다른 볼에 버터를 먼저 녹여주고, 거기에 우유와 달걀을 넣어 섞어준다.
3. 가루를 액체에 넣고 섞어준다
4. 취향에 따라 블루베리나 건포도 같은 것을 섞어줘도 좋다.
5. 살짝 달궈진 팬에 한 국자씩 떠서 구워준다.
6. 부풀어 오르면서 윗면에 공기구멍이 송송 뚫리면 뒤집어서 반대편도 익혀준다.
7. 접시에 담아 서빙한다
8. 버터와 메이플 시럽을 함께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