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이라고 달걀 튤립으로 브런치를?
얼마 전에 이 비슷한 사진을 페이스북에서 봤다. 마침 봄이니 딱 나를 유혹하는 모습의 튤립 달걀이 있었다.
"링크를 클릭하면 레시피가 있습니다."
그런 문구가 있었으나 나는 광고 링크를 클릭하지 않는다. 가봐야 분명히 뭐 파는 사이트이고, 실제 레시피는 없을게 뻔하기 때문이다. 길고 긴 글을 읽고 나면 허탈해지는 그런 글만 있을 것이다.
보아하니 특별한 레시피는 없지 않겠나 싶었다. 달걀을 삶아서 파를 끼우면 되지 않겠다. 십자로 갈라서 속을 파내고, 안은 데블드 에그로 마요네즈 섞어서 넣으면 될 것이라는 나만의 얄팍한 계산을 했다.
머릿속으로 대충 그림이 나오니 몹시 궁금해졌다. 정말 원하는 모양이 나올까? 그러면 당장 실험을 해봐야지!
우리 부부는 둘 다 반숙 달걀을 좋아하는데, 이 튤립은 어쩐지 퍽퍽할 만큼 익혀야 잘 나올 것 같았다. 그래도 고집스러운 마음으로, 달걀을 살짝 반숙으로 익혔다.
역시나 내 예상은 조금 더 어긋나지 않았다. 삶은 달걀이 여전히 너무나 부드러워서 칼집을 내는데 막 찢어지려고 했다. 그리고 노른자를 꺼내면서 깨지기도 했다. 망칠 것을 대비해서 넉넉하게 삶았어야 했지만 낭비는 하고 싶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달걀을 삶을 때, 노른자가 뾰족한 쪽에 가까이 오도록 해서 익혀야 모양이 잘 나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노른자는 진짜로 바닥 둥근 부분에 깊숙이 들어가 있어서 꺼내는 데 애를 먹었다. 뭔가 받침이 있어서 세워놓고 익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그렇게 삐뚤빼뚤 해지고 나니, 김이 팍 샜다. 그래서 더 이상 과정샷도 찍지 않았다.
노른자에는 마요네즈와 디종 머스터드를 넣고, 소금 좀 뿌려주고, 애플 사이다 비니거도 살짝 섞어줬다. 풍미를 올려보자는 마음이었지만, 뭐 반숙 달걀노른자는 뭘 해도 맛있다.
이것만으로는 식사가 부족할 테니, 남편이 소시지와 사워크로우트를 데웠다. 나는 파를 모양 있게 잘라서 달걀에 끼웠다.
그리고 이렇게 완성!
마음에 쏙 들지 않는다. 달걀흰자는 힘이 없어서 무너지고, 안에 밀어 넣은 노른자는 쏟아져 나오려 들었다. 좀 괜찮아 보이게 사진을 찍어보려고 이리저리 각도를 바꿔봤지만, 그다지 흡족하지 않았다.
심지어 울툴불퉁 밉게 까진 달걀까지 있으니 보면서 웃음이 나왔다.
파를 꽂은 모습이 그리 예쁘지도 않았고, 사실 날 파를 사용했으니, 그대로 먹기도 난감한 상태였다. 부추꽃이 피는 철이었으면, 꽃대를 잘라서 사용했으면 더 그럴듯했을 것이다. 옆에 꽃까지 같이 곁들여도 좋을 것 같았다. 파보다 부추는 먹기도 무난할 것이고...
맛은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일단 달걀노른자가 맛있었고, 흰자도 오래 익히지 않아서 보들보들하고 좋았다. 사워크로우트는 맛있게 익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브런치로는 더할 나위 없었다. 날 파지만, 그래도 반찬처럼 잘라서 먹으니 나름 괜찮았다. 먹다 남긴 파는 국으로 들어가게 되었지만 말이다.
대충 노하우가 나왔으니 다음에 다시 하면 잘할 것 같다. 그러나 다시 할 거냐고 묻는다면, 답은 "노!"
궁금증을 풀었으니 되었고, 솔직히 나는 음식으로 이렇게 조물딱거리며 장난하는 거 내 취향이 아니다. 물론 꾸미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냥 우아하게 휘리릭 할 수 있는 수준까지가 내 취향인 듯하다. 이건 살짝 오버였다. 하지만 한 번 해볼 만은 했던 것 같다.
다음번엔 그냥 평소 하던 대로 수란을 해서 먹을 것이다. 그게 더 쉽고, 빠르고, 맛있으니까.
2인분
재료 :
달걀 4개
마요네즈 2 큰술
디종 머스터드 1 작은술
애플 사이다 비니거 1/2 작은술
소금 한 꼬집
후추 약간
만들기 :
1. 물을 팔팔 끓인 후, 뭉근하게 끓도록 온도를 낮추고 달걀을 넣는다.
2. 12분 정도 완숙이 되도록 삶는다.
3. 다 익으면 달걀을 찬물에 담그고 껍데기를 깐다.
4. 달걀의 뾰족한 부분에 십자로 칼집을 내고, 조심스럽게 노른자를 꺼낸다.
5. 노른자에 마요네즈, 머스터드, 식초, 소금 후추 넣고 잘 섞어준다.
6. 노른자 믹스를 다시 달걀흰자에 얌전히 넣는다.
7. 파나 부추를 이용해서 튤립의 줄기를 만들어 꽂는다.
8. 토스트나 기타 브런치 음식에 곁들여서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