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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Mar 14. 2024

추울 땐 짬뽕! 해산물 팍팍!

홍합을 사러 가자

날씨 변덕이 죽 끓듯 한다. 예년보다 포근한 겨울이 지나고 여전히 포근한 3월이다가 갑자기 바람 쌩쌩 불고 추워졌다. 그 때문에 손상입은 나무들도 꽤 된다. 한겨울에는 추워도 그런가 보다 하는데, 이렇게 갑자기 다시 추워지면 몸이 더 움츠러드는 기분이다.


이런 날씨에는 무조건 따끈한 국물을 먹어줘야 한다. 우리는 이런 날씨에 베트남 쌀국수를 먹곤 하지만, 이번 겨울에는 그에 못지않게 짬뽕도 많이 먹었다. 요새 코스트코에서 질 좋은 홍합이 수시로 나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에 장 보러 갔을 때 안타깝게도 홍합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더욱더 짬뽕이 아쉬웠다. 그래서 결국은 항시 생홍합을 살 수 있는 중국 마켓까지 가서 기어이 홍합을 사다가 짬뽕을 끓였다.


재료를 아끼지 않고 팍팍! 국수 어딨지?


우리 집에서 끓이는 짬뽕은 백짬뽕이다. 남편이 매운 것을 못 먹기도 하거니와 나도 그닥 매운 것을 즐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집 짬뽕과는 좀 다를 것 같다. 일식 해물우동과 비슷할까? 잘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해물을 가능한 넉넉히 넣어서 푸짐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사 먹으면 아쉬울 만큼 조금 들어있는 재료들이, 집에서 만들면 듬뿍 들어가니 국물 맛은 언제나 끝내준다. 


사실 짬뽕을 집에서 만들어 본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캐나다에서 처음 만들기 시작할 때에는 알쏭달쏭했다. 그런데 이제는 별 부담 없이 편하게 끓인다. 음식은 결국 재료 맛이기 때문에, 재료만 맛있게 넣으면 저절로 맛있어질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들어가는 게 약간의 돼지고기인데, 보통은 전날 해먹은 돼지 로스트 남은 거 같은 것으로 대충 때우곤 한다. 이 날은 장 보러 간 김에 돼지고기도 한주먹 사 와서 넣었다. 더 맛있었냐고? 음! 국물맛에서는 별 차이를 못 느꼈지만, 아무래도 직접 먹는 고기 맛은 솔직히 더 좋았다.


야채는 역시 되는대로 넣는데, 양파와 배추가 들어가면 제맛이다. 경우에 따라 당근 같은 것을 조금 넣기도 하지만, 딱히 필요하지는 않다. 이 야채들 덕에 국물에서 단맛이 난다. 매콤한 고추도 좀 곁들여주면 더 좋다.


꼭 챙겨 넣는 재료는 목이버섯이다. 어쩐지 이게 쫄깃하게 몇 조각 떠다녀야 제맛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내키면 표고버섯이나 아무 버섯을 좀 더 넣어도 좋다. 다만 너무 많이 넣어서 주객이 전도되면 곤란하다.


해산물에서 홍합은 필수다. 그래야 시원한 맛이 난다. 모둠으로 판매하는 해산물을 넣기도 하고, 냉동실에 있는 오징어나 새우를 넣어지면 럭셔리해진다. 물론 해산물은 미리 준비해 놨다가 막판에 넣는다. 해산물은 오래 익히면 질기고 맛이 없다. 


이번에는 장 보러 간 김에 굴도 있길래 사 왔다. 사진을 따로 남기지는 않았지만, 이 중국마트의 굴이 엄청 황당했다. 거의 500g에 육박하는 통에 들어있었는데, 열어봤더니 거대한 굴이 딱 네 개 들어있었다. 얼마나 큰지, 잘라서 넣어야 하나 싶었는데, 그랬다가는 국물이 지저분해질 것 같아서, 통으로 하나씩 넣고, 먹을 때 잘라먹었다. 


굴 이야기가 나온 김에 언급하지면, 우리 집 짬뽕 비장의 재료는 굴껍데기 육수이다. 가끔 생굴을 사서 까먹으면 우리는 그 껍데기에 물을 붓고 끓여서 우려낸다. 그걸 냉동해 뒀다가, 이렇게 해물 요리 할 때 사용하면, 굴이 없어도 국물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고기 안 넣는 미역국 끓일 때 사용해도 좋다. 


자, 수다를 떠는 동안 재료가 다 준비되었다.


먼저 돼지고기를 냄비에서 볶아주는데, 우리는 이때 거위 기름을 사용한다. 크리스마스 때 거위를 먹으면 늘 그 기름을 받아뒀다가 이렇게 일 년 동안 먹는다. 중국집에서는 라드를 사용할 것이다. 이런 재료가 없으면 식용유를 사용하면 된다.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파를 넣어 뭉근하게 파 향을 먼저 올린다. 그리고 돼지고기와 양파 넣어서 한번 볶아 준 후 육수를 붓는다. 굴껍데기 육수가 1리터 있길래, 그거 넣고 모자라는 것은, 닭육수 약간과 물을 넣었다. 닭육수가 너무 많아지면 풍미가 바뀌므로 조심해야 한다.


꽝꽝 얼어있던 굴껍데기 육수


해산물을 제외한 모든 재료를 넣고 끓여준다. 간은 조선간장과 액젓, 굴소스를 넣어줬다. 한국에서 사 온 MSG무첨가 굴소스가 아주 좋다. 고춧가루도 조금 넣어준다,. 


그리고 이때 옆에서 국수를 삶는다. 짬뽕에 어울리는 굵직한 면발이면 좋을 텐데, 우리 집은 밀가루를 못 먹으니 넓적한 쌀국수를 사용했다. 가는 국수는 샘표 쌀소면을 즐겨 먹는데, 샘표에서 쌀중면도 만들어주면 좋겠다. 삶아서 헹궈서 건져둔다.


국물이 끓었다 싶으면 맛을 보고, 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추가한다. 대체로 이미 간은 맞을 것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준비된 해물을 다 쏟아 넣고 뚜껑을 닫는다. 대략 3~5분이면 충분하다. 뚜껑을 열어보아서 홍합이 열리면 완료이다.



이제 국수를 뜨거운 물이나 국물로 토렴 한 번 해주고, 그 위에 짬뽕 국물 얹어주면 완료이다. 너무 쉽다. 솔직히 계량 같은 것은 해본 적이 없다. 나는 황금비율 같은 것은 모른다. 내 비율은 내 입맛인데 어떻게 남이 내 입에 맞는 황금비율을 찾아주겠는가. 먹어보면서 간을 가감하면 된다.


국수는 바닥에 깔렸다


재료를 너무 듬뿍 넣었더니 국수는 보이지 않는다. 양이 적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집 거대한 냉면그릇이다. 국물 저만큼이 적지 않다. 나중에 얼마나 배가 불렀는지!



사실 이 거대한 굴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를 지경이었으니 말해 다 뭐 하겠는가? 4인분 양을 끓여서 건더기는 거의 다 건져 먹고, 국물만 넉넉히 남았다.


그래서 그다음 날은 그 국물에 굴떡국 끓였다. 새우 추가하고, 거대한 굴 2개 남은 거 마저 넣고 끓였더니 국물 맛이 아주 훌륭했다. 정신없이 먹고 나니 사진은 안 찍은 것을 깨달았으나, 한국 사람들은 다 아는 맛이니 사진 생략해도 맛은 전달될 거라고 믿는다.




내맘대로 짬뽕

4인분?


재료:

거위기름 또는 라드 또는 식용유 2큰술

파, 잘게 썰어서 2큰술

다진 마늘 1 큰술

다진 생강 1/2 작은술

돼지고기 한 줌

양파 1/2개, 채 썰어서 준비

굴육수 1리터 + 닭육수 200ml +  500 ml = 또는 전부 물로 대체 가능

조선간장 1큰술

액젓 1큰술

굴소스 1큰술

고춧가루 취향따라 (우리는 반 숟가락 넣었음)

배춧잎 서너 장 성큼성큼 썰어서 준비

당근 있으면 조금만 어슷 썰어서 준비

매운 고추 3개 정도, 종종 썰어서 준비

목이버섯 4개, 불려준 후,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기타 버섯, 취향에 따라 넣어줄 수 있다

홍합, 취향에 맞는 양만큼 넉넉히 준비하여 깨끗이 씻어준다

오징어, 손질한 거 한 줌

새우, 한 줌

조개 등 기타 해물 알아서 취향껏 준비

취향에 맞는 면 준비


만들기 :

1. 재료들을 미리 손질해 둔다.

2. 넉넉한 냄비에 오일을 두르고, 중불로 낮춘 후 파 한큰술을 넣어 파향을 배게 한다.

3. 돼지고기와 마늘, 양파, 생강 넣고 같이 볶아준다.

4. 육수를 부어주고, 해물을 제외한 재료를 모두 넣는다.

5. 그동안 국수를 삶아서, 씻어서 건져둔다.

6. 국물이 끓으면 간을 보고, 간이 더 필요하면 소금 간을 한다.

7. 간이 맞으면 해물을 넣고 뚜껑을 덮는다. 3~5분간 끓인다.

8. 홍합이 입을 벌리고, 해산물이 다 익었다 싶으면 남은 파를 넣어 휘저어주고, 준비된 국수 위에 부어 주면 끝! (국수는 토렴을 한 번 해주면 따끈하게 먹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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