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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다 Mar 26. 2020

살기좋다 소문난 캐나다 밴쿠버의 민낯

직접 살아보지 않으면 모르는 뒷모습

밴쿠버에서 살면서 느낀 점은 꽤 다양한 시각으로 다가왔다.

처음 내가 밴쿠버에 오기 전에 생각했던 모습과 실제 살아보면서 보게 되는 모습들이 아주 많이 달랐다.



가장 크게 오해를 했던 부분은 캐나다 사람은 다 갈색이나 금발색의 머리색을 가졌고, 큰 눈과 오뚝한 콧날을 가진 모델처럼 생긴 서양인의 이미지를 생각했다. 외모적으로 서술하고 싶지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서양인을 생각하면 이런 이미지를 상상하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외모적 묘사를 해 보게 됐다.


아무튼, 동양인처럼 생긴 젊은 학생이 어학원 라운지에서 학생들하고 유창한 영어로 대화를 하는 것을 보고

속으로 저 친구는 영어를 되게 잘하네, 열심히 공부했나 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친구는 대만계 캐내디언으로 어릴 때, 가족들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왔고,

정규 교육을 캐나다에서 받은 캐내디언이었다. 그러므로 당연히 영어를 잘한다.


여기서 나의 캐나다에 대한 오해가 하나 깨졌다.

다운타운에서 신호등만 기다리더라도 들리는 대화 소리는 영어보다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가 더 많이 들렸을 정도였다. International 학생들, 워킹홀리데이, 이민자들, 각자의 다양한 목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이 많았다.


커피를 한 잔을 사러 카페에 가도 주문을 받는 사람은 정말 처음 듣는 억양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대중교통을 타도 스페인어, 일본어, 한국어, 정말 다양한 언어들이 들려왔다.


캐나다는 이민국의 나라라더니, 정말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많아서 다양한 영어 발음을 마주칠 수 있어서 재밌고, 다양한 문화를 접할 기회도 굉장히 많았다. 가끔은 내가 캐나다에 사는 건지, 어떤 나라에 사는 건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다. 좋은 점은 각국의 다양한 음식과 디저트를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인종차별은 체감상 겪은 적이 없었다. 여러 나라의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라서 상대의 문화 존중성이 강한 것 같다. 따라서 배려의 아이콘이 된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을 한다.

내가 입을 열어 말을 하지 않는 이상, 여행자인지 여기 시민인지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하던 캐내디언 친구도 있었다. 그만큼 겉모습으로 국적을 판단했던 무지한 나를 반성했다.







여기는 한국일까? 한국식당이 정말 많다. 음식 종류도 다양했다. 해물찜, 감자탕, 순댓국, 치즈 닭갈비, 치즈 돈가스, 갈비가 같이 나오는 냉면, 치킨, 곱창전골 등 다른 해외 한식당에서 보기 힘든 종류의 온갖 한국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라멘, 초밥집도 많았는데, 사장님이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라는 점도 의아스러웠다. 한국식당만큼 한인마트도 한아름마트, 한남 마트, 아씨마트, 킴스마트 등과 같이 여러 지점이 있고 곳곳에서 쉽게 한국 마트에서 한식 재료를 구매할 수 있었다.



마트마다 가격도 달라서 세일하는 제품을 골라사는 재미도 있었다. 해외에 나오면 한국음식 못 먹으면 어떡하지 하며 고민하던 과거의 내가 부끄러울 정도로 한식 먹기가 쉬웠다. 다른 캐나다 도시들은 모르겠지만, 밴쿠버와 토론토는 정말 한국인이 살기에 적합한 곳 같다. 한국식당, 마트, 은행, 치과, 안경점 등등 거의 한국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한인 커뮤니티가 잘 구성돼 있어 작은 충격을 받았다.


한식 이야기가 나왔으니, 외식문화에 대해 잠깐 이야기해보자면 캐나다는 팁 문화이다.

따라서, 음식을 먹고 계산하면서 음식값 + 팁을 지불해야 한다. 외식값이 비싸다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또, 가게에서 가격표를 믿고 물건을 사면 안 된다. 물건을 구매하고 영수증을 확인해 보면, Tax가 더해져 가격표보다 비싼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캐나다는 선진국이라서 평화롭고 여유가 넘치며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바람을 거스르며 "굿모닝"을 외치며 처음 보는 사람 하고도 안부를 묻고 대화를 한다는 일화를 들은 적이 있었다.


실제로 처음 보는 사람과 흔히 스몰 톡이라 하는 간단한 대화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의 계획에 대해서,

신발가게에서 신발이 본인에게 잘 어울리는 것 같냐며,

버스를 기다리면서 날씨가 참 좋다며 오늘 계획이 뭐냐며,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면서 마주친 이웃과 저녁 뭐 해 먹을지에 대해서,

다양하지만 부담 없는 주제로 짧은 사이에 친밀한 대화가 오고 간다.


단, 개인의 영역을 침범하는 결혼 여부, 정치, 나이, 스포츠와 같이 예민한 주제로 상대의 기분을 나쁘게 할 가능성이 있는 대화는 피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아주 친한 사이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이런 주제로 대화를 나눈 적도 드물었다.

배려의 아이콘, 캐내디언들은 남에게 해 끼치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그렇게 sorry를 남발하나 보다.

대중교통을 타고 내가 상대의 발을 밟았는데도, 나에게 sorry를 말하던 사람들이 참 신기했다.



출처 : 구글

유일하게 선진국이라 느끼고 본받아야겠다고 느낀 캐나다 문화중 하나는 바로 약자에 대한 배려이다.

버스를 타 본 사람은 알겠지만, 캐나다 버스의 앞에는 자전거를 싣는 장치가 있다.

유모차를 끄는 아기 엄마, 휠체어를 탄 사람을 위해서 발판이 내려오기도 한다.

노약자, 어린이에게 자리 양보도 아주 흔하게 한다.

누군가 자리를 양보하지 않고 특별석에 앉아있는 사람에게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해주는 것이 어떻냐며

제 3자가 나서서 아주 친절하게 권한다. 이런 문화는 충분히 배우고 우수히 칭찬할 점이라고 생각했다.




    




출처 : 구글

밴쿠버에서 길을 걷다가 골목을 유심히 살펴보면 주사 바늘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노숙자들이 약을 하는 경우가 많고, 저렇게 바늘을 그냥 버리고 가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길을 걷다가 우연히 골목을 봤는데, 노숙자가 팔을 벌벌 떨면서 눈이 풀려있는 모습으로 본인의 팔에 주사를 넣는 장면을 보고 혹시나 나에게 해코지를 하지는 않을지 두려워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던 경험도 있다.

밴쿠버 메인 스트릿 근처 텐트촌

밴쿠버에 와서 무엇보다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장면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 한복판에 텐트촌이 있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도 서울역 근처에서 노숙자를 종종 봤지만, 밴쿠버의 텐트촌을 보면서 정말 많은 노숙자가 있고, 아무렇지 않게 노숙자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도 더욱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대중교통을 무임승차하여 소란을 피우고, 커다란 짐꾸러미를 들고 타서 버스에서 자는 사람,

약을 하고 정신을 못 차리며 버스 운전기사에게 욕설을 퍼붓는 사람, 담배에 불을 피우려 라이터를 켰다 껐다 하는 위험한 행동을 하는 사람, 카페 화장실에서 약을 하고 주사 바늘을 그대로 놓고 가는 사람, 가게의 팁 박스를 훔쳐가는 도둑, 이 모든 것이 다 노숙자의 만행이다.


선진국이라 하는 캐나다에서 노숙자들이 많았고, 그들의 위협적인 행동은 꽤 큰 공포감을 조성했다.

나중에 미국 여행을 하면서 마주한 노숙자들을 보고, 캐나다 노숙자들은 꽤 착하고 조용한 편이라 느꼈다.





밴쿠버에서 은행이나 병원을 방문해 보면 한국이 미치도록 그리운 순간들이 많다.




한 번은 캐나다에서 사용하는 은행 계좌에서 270$ 정도가 출금된 내역이 있어서, 며칠 동안 카드를 쓴 내역을 확인했지만, 이렇게 큰돈을 쓴 것을 기억 못 할 일도 없어서 구글링을 하다가 스팸이라는 정보들도 있어서

은행으로 바로 달려가서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했다. 설상가상으로 며칠 전에 입금한 체크 종이도 입금이 안돼서 홀딩이 걸려있는 상황이라 약 1270$의 나의 소중한 돈이 공중에서 둥둥 떠다니는 것이다.

* 체크 종이 * - 캐나다에서는 대부분 월급을 받을 때, 고용주로부터 종이를 받아서 은행 방문 혹은 은행 앱을 통해서 계좌로 돈을 입금받는다. 은행에 따라서 4-5일이 소요된다. 개인 통장으로 직접 입금되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처음 은행의 답변은 며칠 전에 입금한 체크 종이의 금액 건과 몇 개월 전에 입금한 금액 건의 돈의 액수가 동일해서 오류가 생겨서 입근 2건 중에 1건의 입금이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입금한 종이의 고유번호도 다르고 입금 날짜도 다른데 어떻게 동일 건으로 인식해서 오류가 나는 것인지 도통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또한, 1000$가량의 체크 종이를 입금했는데 며칠이 지나도 입금 확인이 되지 않고 계속 홀딩이 걸려서 돈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물었더니 왜 홀딩이 걸려있는지 모른다는 대답이었다.


은행이 모르면 누가 아는 것일까? 은행에서 이 문제를 확인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는 대답뿐이었다.

며칠이나 걸리냐고 물었더니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가 없다는 답답한 고구마 대답만 듣고 은행을 나왔다.


며칠이 지나서 은행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더니, 내가 입금한 1000달러의 체크 종이의 금액이 옳지 않았고, 1000달러가 아닌 800달러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200달러 정도가 출금된 것이다.

그렇다면 800달러는 왜 계속 묶여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부분도 해결하려면 며칠이 걸린다며

또 기다리라고 했다. 결국 며칠 뒤에 800달러가 입금이 되었다! 야호...

이렇게 은행에서 문제 하나를 해결하려면 며칠이 걸리고, 문제 파악도 못하는 멍청이 은행에 난 너무나 큰 실망을 했다. 이렇게 행정처리가 느린 캐나다구나.




병원에 대한 이야기를 뺄 수가 없다. 발목 통증으로 병원을 방문했고 간단하게 진료를 받고 100$을 지불하고, 약 값으로 65$를 지불했다. 진료를 받으면서 발목을 슉슉 만져보더니 구글에 검색해서 발목 사진을 보여주면서 병명을 알려주고 진료가 순식간에 끝났다. 보시다시피 병원 한 번 가는데 165$의 비싼 돈을 냈다.


캐나다는 선진국이니까 병원도 한국보다 크고 장비도 화려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의료비가 복지 차원으로 무료라고 듣기는 했는데 그 실상을 알고 나서 엄청난 실망을 했다.


놀랍게도 캐나다의 의료비는 보통 무료이다. 내가 지냈던 BC주에서는

MSP(Medical pension plan) 의료보험이 있으면 특별한 약이나 보조기구를 제외하고 무료이다.

하지만, 예약 후 진료를 받으러 오지 않으면 진료비를 지불하게 된다.

MSP가 없으면 병원비로 엄청난 돈을 지불해야 한다.

MSP가 있으면 가족 주치의를 찾아야 한다. Family Doctor라고 불리는 주치의는 말 그대로 나만의 담당 의사가 생기는 것이다.


간단히 캐나다의 병원시스템을 살펴보면


 1차 기관 : Family Doctor 혹은 Walk-in clinic으로 간다. Walk-in clinic은 한국처럼 아프면 쉽게 갈 수 있는 동네의원 개념으로 이해하면 쉬울 것 같다. 이 곳은 예약하고 갈 수 있고, 예약 없이 갈 수도 있는 비교적 접근성이 쉬운 보건소 같은 존재이다. 의료보험이 없는 여행각이나 미취업자들이 이용하는 곳이다. 즉, 주치의가 없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다.


1차 기관(Walk-in clinic, Family Doctor)에서 2차 기관(치과, 안과, 피부과, 내과 등 특수 진료)을 가기 위해서는 소견서를 받아야 한다. 2차 기관에서 1차 기관에서 받지 못한 정밀 검사나 수술을 위해서는 전문의를 만나기 위해서 예약을 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한 달, 길게는 6개월도 걸린다고 한다. 지인의 말을 들어보니 피검사를 하는데도 결과가 오래 걸리고, 또 그 검사 결과로 의사를 만나기까지 시간이 또 소요된다고 한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한국에서는 아프면 바로 병원에 가서 바로 진료 및 치료를 받지만, 캐나다에서는 병원을 가기 전에 예약을 하고 전문의를 만나기 위해서 또 예약, 기다림, 예약의 연속이다.




모든 것이 완벽할 것 같은 캐나다 선진국이라는 소문은 거짓이라 생각이 들었던 몇 가지 사실을 밝혀봤다.

어떤 나라든 플러스 마이너스는 공존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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