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사장 마음대로 연봉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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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다른 사람의 월급이 얼마인지 절대 물어보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다. 직장인이 되고 본격적으로 매 달 고정적으로 받는 월급이 생긴다는 사실은 꽤 의미 있는 일이었다. 한 달에 몇 십만 원을 받는 알바의 돈과는 다른 개념의 수익이었다. 첫 월급을 받고 덜컥 백만 원이 넘는 돈이 내 통장에 들어왔을 때 이렇게 큰돈을 내가 받아도 될까 하는 마음과 첫 월급을 어떻게 의미 있게 쓸까 설렘이 있었다.
친구가 별로 없는지라 취업 턱을 쏘는 일은 없었고 가족들에게 첫 월급 기념으로 소소하게 용돈을 드리면서 첫 월급 신고식을 끝냈다. 나를 위한 선물로 치킨을 시켜 먹은 기억이 난다. 그렇게 직장인이 되고 1년 뒤에 나에게도 연봉의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 기대했다.
재직한 지 1년 7개월이 되었고 새로운 해가 3번이 지났다. 연 초 1월에 연봉을 올려준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한 달 월급 10만 원 정도 오른다고 해서 나도 그 정도 오르겠지 생각했는데 통장에 들어온 돈을 보고 10만 원 보다 더 오른 월급을 보고 의문이 생겼다. 그리고 급여 명세서를 받아보니 연차수당이 함께 들어와서 그랬던 것이다. 그럼 그렇지.
다른 회사는 보통 평균적으로 연봉이 어느 정도 상승되는지 찾아보니 동결인 곳도 있고 3-5% 정도 인 곳도 있다. 간혹 7-10% 정도 인 곳도 있어서 회사마다 천차만별이었다.
친구들 , 같은 회사 사람들끼리 연봉 공유는 잘 안 하는 편이라 해서 정말 조심스럽게 퇴사한 사수에게 물어봤다. 퇴사할 때 연봉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아야 나도 이 회사에서의 미래를 계획하는데 도움이 될까 봐. 근데 5년 근무한 사수의 퇴사 당시 연봉은 현재 1년 갓 넘긴 나의 연봉과 같아서 충격적이었다.
연봉협상도 아닌 협박을 당했다.
상의도 없고 면담도 없이 나의 연봉은 월급 몇 만 원 정도 오르는 수준으로 끝이 났다. 내가 이렇게 회사의 발전을 위해 기여한 부분이 뭐라고 어필조차 못했다.
초봉 시작이 워낙 낮아서 월급이 몇만 원 오른 건 느껴지지 않았다.
동기들과 힘을 합쳐 부장님께 연봉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사수 두 명의 퇴사로 맡게 된 업무도 늘어났는데 연봉협상 안 하냐고 했더니 본인이 사장님이랑 친하지 않아서 연봉 부분은 도와줄 수 없다는 멍청한 대답만 돌아왔다.
나와 같이 입사한 동기 3명과 나의 연봉이 다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연봉 이야기가 나오면 실수령액을 은근히 말하는데 나는 전혀 그 숫자와 가깝지 않은 월급을 받고 있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네이버에 독ㅇ사라는 카페에서 우연히 동기가 올린 글을 발견했고 그 글에 적혀있는 연봉은 나보다 200만 원이 더 높았다. 솔직하게 물어봤다.
우연히 글을 보게 되었고 연봉이 나와 다르던데 진짜 연봉이 얼마냐고 물어봤다.
"난 우리 넷이 다 연봉이 똑같은 줄 알았어..."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경력직이 아닌 신입으로 들어와서 다 똑같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여자이고 동기 세명은 남자라서 그런 것일까 왜 나만 빼고 저 셋만 연봉이 똑같지? 알 수가 없다.
자존심이 상했다. 나는 제2외국어 자격증도 있고 해외 근무 경험도 있는데 왜 아무것도 없는 저 애보다 연봉이 낮을까? 나는 이 회사에서 제일 적은 돈을 받고 많은 일하고 있다는 생각에 꽤 큰 회의감이 들었다.
찾아보니 남자들은 군대 호봉의 의미로 보통 남자의 연봉이 더 높은 경우가 있다. 이건 직장인이 되고 처음 알았다.
다른 회사는 평가를 통해서 연봉이 상승한다고 하는데 중소기업인지라 월급의 측정과 직급 부여는 사장님 마음대로다. 이렇게 얼레벌레 굴러가는 중소기업의 허술한 인재관리 방식에 또 퇴사할 이유를 찾았다.
연봉으로 핫한 때에 동기와 카톡을 주고받았다. 퇴사한 남자 사수는 월급 20만 원, 30만 원 올라서 퇴사할 때에 연봉이 퇴사한 여자 사수보다 800만 원 정도 높았다. 남자 사수와 여자 사수의 근무 연도 차이는 1년 차이였다. 또 남자 사수는 직급을 부여받았고 여자 사수는 직급이 없었다.
연봉 상승과 직급 부여에 대한 뚜렷하고 객관적인 기준이 없어서 의문 가득한 일이 많다. 기본적인 실무를 아무것도 모르는데 사장의 지인이라 낙하산으로 들어와 부장인 사람들이 가득하고 또 입으로 욕만 하고 주식창만 보러 출근하는 사람도 이사라는 직급이 있다. 중소기업에는 고인물이 많다고 하는데 정말 근속연수가 10년 이상, 30년 이상 되는 사람들을 보면 꼭 회사를 오래 다닌다고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퇴사한 남자 사수의 월급도 한 달에 10만 원 정도 오를 것이라 생각하며 아이도 둘이나 있던데 생활이 될까? 걱정했던 내가 정말 바보 같았다.
남의 월급을 걱정할 문제가 전혀 아니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초점을 맞췄던 것은 연봉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 회사를 계속 다니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 경력이 쌓이면 아무래도 연봉 때문에 이 회사를 퇴사할 것이다.
남의 연봉 걱정하지 말고 내 연봉이나 잘 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