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는 과연 회사에서 내가 만드는 나의 모습이 계속 같이 일하고 싶은 직원인지 아니면 얼른 나가줬으면 하는 직원인지 늘 궁금했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든 회사라는 곳은 나의 의도와 다른 캐릭터로 나를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누구도 의도와 다른 모습을 형성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텐데 내가 타인을 내 입장에서만 바라보고 부정적인 역할로 고착한 경험도 있으니까.
회사라는 곳은 내가 하기 싫은 일이라도 해야 되고 듣고 싶은 말이 아니라도 들어야 한다. 사람이 모인 곳이기도 하지만 일을 해서 회사의 수익을 위해서 최소 비용으로 최대 이익을 만드는 가성비 있게 노동자들을 채용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듣고 싶은 말만 들을 수 있는 곳이라면 그곳은 직장이 아니라 친구랑 역할놀이를 하는 놀이터였겠지.
서론이 길었는데 신입사원들을 보면서 느낀 점을 공유해 본다. 마음속으로 내가 이런 생각하는 것 혹시 꼰대일까 의심하며 누가 이상한 건지 따지기에 급급했다. 꼰대는 대머리 배가 불뚝나온 부장님만 가질 수 있는 별명이라 믿었었다.
얼마 전에 새로 입사한 신입사원은 나랑 동갑이다. 첫 출근 하는 날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와서 저 사람은 회사를 처음 다니는 사람인가 생각했다. 8시까지 출근인데 첫 출근 하는 날에 여유롭게 일찍 도착하지 않고 8시가 되기 3분 전에 온 것을 보고 보통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음 날에는 가방도 없이 슬리퍼를 신고 출퇴근을 하는 것을 보고 우리 회사가 이렇게 편한 분위기의 회사였는지 내가 꼰대인 건지 헷갈렸다. 복장이 자유롭지만 적당한 시기는 신입사원이라는 기운으로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조심스러워하며 긴장하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10년은 다닌 사람처럼 어쩌면 나보다 더 오랜 기간 근무한 것처럼 누구보다 이 회사에 편하게 출퇴근하는 모습을 보니 마인드가 참 편견 없는 사람이구나 느꼈다. 오히려 내가 신입사원일 때는 화장실 가는 것도 조심스럽고 누군가 나를 부르면 수첩과 볼펜을 가슴에 품고 긴장한 모습이 가득한 겁먹은 토끼처럼 소극적인 모습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나와 다른 모습을 가진 사람이라서 그 사람을 비난하거나 조롱하고 싶지 않지만 내가 생각하는 신입사원의 고착화된 이미지나 행동들이 달라서 처음에는 많이 당황스러웠다.
첫인상부터 찢어진 청바지는 나에게 꽤 큰 문화충격이었고 이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 첫 출근인데 너무 신경을 안 쓴 느낌이 들었다. 아르바이트를 해도 첫날에는 검은 바지를 입지 않나?
너무 보수적인 사상을 갖고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나도 젊은 꼰대였다. 고작 29살인데 내 정신은 벌써 꼰대가 되었다. 우리 회사는 담배를 필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그 시간이 되면 소란스럽게 담배를 피우러 가는 티를 내는 것도 거슬린다. 조용히 그냥 가서 피면 되지. 회사에 담배를 피우러 오는 사람처럼 담배 필 시간만 되면 본인이 담배 피우는 것을 홍보하듯이 담배 피우는 사람이라 어필하는 것이 보기 좋지 않았다.
첫인상이 중요한데 여러 가지 이유로 이 신입사원에 대한 좋은 생각을 가질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업무 외적으로는 내가 간섭할 부분이 아니고 인성적으로 나와 맞지 않는 부분은 내가 신경 써야 하는 일도 아니라 업무적으로는 최대한 사적인 감정 섞지 않고 충실히 업무를 알려줬다. 그런데 문서화해서 인수인계서도 작성하고 구두로 설명하면서 알려줬는데 계속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물어보고 메모한 내용을 못 찾겠다며 같은 내용을 지속적으로 알려달라 하니까 슬슬 화가 났다.
본인이 메모를 했는데 어디에 메모를 했는지 못 찾겠다며 다시 설명을 해달라 하는 태도가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또 일주일 내내 목이 아프게 업무 순서를 알려줬는데 본인 마음대로 진행해 버려서 뒷수습을 내가 도와야 했다.
하던 일이 문제가 생겨서 해결하는 도중에 담배 필 시간이 됐다고 담뱃갑과 라이터를 챙겨서 나가는 모습을 보니 짜증이 났다. 담당 업무 메일 회신을 하나도 안 하길래 왜 메일 답장은 안했냐고 물어보니 어떻게 답장을 해야 되는지 모른다며 메일 멘트를 불러달라고 하더라.
전화가 오니 좀 받으라했더니 전화 받는것 싫어한다고 안 받더라. 앞으로 전화는 업무의 기본이니 자꾸 받는 연습을 하라했더니 옆에 서서 전화 하는 것들 지켜봐 달란다. 신입사원 29살이 아니라 9살 아닐까?
신입사원은 회사라는 낯선 곳과 익숙하지 않은 문화 그리고 새로운 성격을 가진 사람들에게 적응하느라 힘들다. 하지만 먼저 입사해서 더 잘 알고 이 회사에 익숙한 내가 이 사람에게 반드시 상냥하게 대할 필요는 없겠다고 느꼈다. 신입사원을 잘 챙겨준다고 회사에서 추가 수당을 주는것도 아니니까.
신입사원은 나에게 "연봉이 박봉이라 짜증 나요."라고 말했고 나는 차마 "신입사원님이 저보다 연봉 많아요."라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낯선 곳에 적응하는 그런 어려움을 품어주면서 빠르게 이 회사에 일원으로 스며들도록 도와주고 싶은데 자꾸 그런 마음이 사라지려고 한다. 내가 처음 입사했을 때 아무도 나를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서 낯선 외로움의 슬픔이 꽤 고독하다는 것을 안다.
본인이 하는 일도 제대로 파악도 못했으면서 '심심하다. 지루하다'라는 말을 하면서 본인 영역이 아닌 다른 사람의 업무를 손 데면서 정작 본인의 메인 업무는 뒤쳐지는 상황이 생겼다.
신입사원이 바쁘면 그 회사는 이상한 회사다. 신입사원은 회사에 입사해서 회사를 적응하는 것도 업무를 잘하고 있는 것이다. 절대 회사에서 심심하다며 일이 없다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처음이야 당연히 일이 없지, 점점 업무량이 늘어나면 그때는 내가 문어발처럼 벌려놓은 일들에서 책임의 손을 떼기 힘들어진다는 것을 모르나 보다.
사람을 편견 없이 상대하는 것은 꽤 성숙함이 필요한 태도이다. 나에게는 일정한 마음으로 사람을 공평하게 대우하는 것이 힘들다. 나의 상사들도 신입사원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이렇게 어려웠을까? 나는 저 정도로 무개념은 아니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