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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이 말했다. 29살도 별 것 없었을거라고.

시간에게 손이 있다면 잡고 싶은 날

by 라다


한국을 떠났고 오늘이 몇 월 며칠인지 모르게 바쁜 하루들을 보내고 있다.


새벽 6시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고 출근을 하면서 붉게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불타오르는 에너지를 가득 안고 회사를 간다. 생각보다 회사는 꽤 크고 또 다양한 사람들이 꾸려져있다.


내가 상상했던 사람들보다 훨씬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고 또 각자의 개성을 갖고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하고 있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게 벌써 밤이 되었구나 하며 창문으로 빛나는 실내의 밝은 조명으로 밤이 되었음을 느낀다.




카톡을 보고 한국에서는 벌써 11월 22일이고 나의 생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핸드폰으로 캘린더를 확인하니까 정말 이 세상의 시간은 11월의 중반을 달려가고 있었다.




카톡이 아니었다면 생일이 된 지도 몰랐다. 이곳에서는 하루 늦어서 축하를 일찍 받았지만,


잊지 않고 나의 생일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와서 너무 감동적이었다.




나도 그렇지만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 나이가 되었다.


축하 인사를 건넨다는 것이 누군가에게 부담이 될 수 있으니까 또 선물이 아닌 축하 인사를


건네는 것조차 나는 반갑고 이 기회를 빌려 안부를 묻고 근황을 물어보며 대화를 할 수도 있는데


요즘은 생일 축하의 인사를 건네는 것조차 무게가 있는 일이 된 기분이다.



괜히 선물을 주지 않으면 축하 인사를 한다는 것이 사치스러운 일이 된 세상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기쁨과 슬픔을 기꺼이 함께하는 마음을 나누는 일로부터 멀어지고 있어


한편으로는 굉장히 차가운 마음도 느껴졌다.


1년에 딱 한 번 있는 날이라서 의미가 크고 또 나에게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을 앞두고


11월을 맞이하면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괜히 코끝이 찡해진다. 어떻게 이렇게 야속하게도


시간은 나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 저 멀리 앞서가려 한다. 조금 천천히 좋은 순간에는 더욱 오래 머물고 싶다면 그렇게 시간도 나와 함께 그 순간에 오래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 시간을 만질 수 있다면 시간에게


손을 붙잡고 잠깐 쉬어가자고 하고 싶다.





이곳에서의 생일 아침은 미역국으로 차려진 식탁이 아니었다. 일어나서 밥도 못 먹고 바로 출근했다.


그리고 정신없이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고 퇴근하기 전에 내 자리에서 사용할 노트북과 모니터 세팅을 하는데 미팅룸에서 나의 이름을 불렀다.




미팅룸에 가보니 모든 사람들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알록달록한 과일이 가득 올라간 푸딩 같은 케이크와 함께 나를 반겼다. 정말 생각도 못 한 서프라이즈 파티였다.




인터넷에서 보기로 이 나라에서는 생일인 사람이 케이크를 만들거나 준비해서 다 같이 나눠먹는다고 했는데


감사하게도 케이크를 준비해 주셔서 동료들과 맛있게 나눠 먹었다. 케이크를 나눠 먹고 생일 축하해!라는 말을 건네는 순간들이 좋았다.


어떤 축하의 한 마디를 사람의 목소리로 듣는다는 것은 꽤 간단한 일이지만 그 감동은 크다.



언어가 완벽하지 않아도 축하의 의미를 전달하는 말 한마디는 나에게 큰 따뜻함으로 다가왔다.


타지에서 맞이하는 생일은 늘 그렇듯이 한국에서의 생일보다 더 별 볼일이 없는 날이다.


미역국을 먹는 것은 사치이고 엄마의 정성이 들어간 밥상은 더욱 상상할 수가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 받는 생일의 감동과 다르게 이곳에서의 감동은 낯설지만 익숙한 진심들로


나의 마음은 너무나 애정으로 가득하여 그 감동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운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스또 랫!


100살까지 살 수 있도록 이 인생을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


사실 나는 한국을 떠나기에 수많은 고민과 경우의 수를 생각했고 그 시간들 때문에 나의 뇌는 꽤 지쳐있었다. 고민했던 시간들이 무의미할 정도로 매일 행복한 하루들을 보내고 있다.


이곳에 오기로 한 결정이 후회되지 않도록 만들어가는 것이 나의 몫이겠지만 그런 나의 목표에 다가갈 수 있는 이 도시의 기운들과 사람들이 기적 같다.




한국에서 새로 온 검은 머리의 신규 직원의 생일을 축하하는 사람들, 그런 나를 오래 함께했던 사람처럼 친절하고 상냥하게 상대해 주는 사람들, 이 기대와 열린 마음에 반드시 성공적이고 완성적으로 보답하고 싶다.




열심히 일해서 꼭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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