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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직속 상사는 낙하산 7년차 부장

호랑이 상사보다 무서운 것은 미련한 곰같은 상사

by 라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매일 아침마다 퇴사를 꿈꾼다.

그 중에는 진심으로 회사를 다닐 수 없는 정신 상태가 망가져서 퇴사를 원하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는 그저 출근과 퇴근으로 일상의 반복되는 루틴에 질린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정확히 2년 1개월 동안 재직하면서 출근 첫 날부터 이사님의 입에서 'ㅅㅂ' 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퇴사를 간절하게 꿈꿨고 퇴사는 나에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해서 더욱 열망적으로 꿈 꿔 왔던 것 같다.


첫 직장이라 퇴사를 결심하기가 어려웠고 두려웠다. 쉽게 퇴사를 한다는 것은 사회 경험이 부족해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퇴사를 결정하고 난 후에는 생각보다 퇴사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퇴사를 조금 더 빨리 했다면 어땠을까 상상하는 날도 있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2년 동안 직장생활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퇴사를 결정한 이유는 나열하면 끝도 없지만 가장 큰 영역을 차지했던 것은 낙하산 부장님이 나의 직속 상사라는 것이었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했고 선임은 두 명이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퇴사를 했고 신입사원 3명과 낙하산 부장은 한 팀이 되었다.


중간관리자의 부재는 꽤 큰 어려움이 많았고 업무의 전문성이 없는 부장과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은 굴러가지 않는 바퀴를 억지로 굴리는 차를 타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바퀴가 동그라미가 아닌 별모양이라 쉽게 구를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업무를 진행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신입사원만 가질 수 있는 열정과 의욕이었다.


업무의 전문성이 없는 상사와 업무를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책을 스스로 찾아야한다는 것이었다. 낙하산이지만 나보다 먼저 이 회사에 입사해서 7년동안 재직하면서 부장은 아무것도 알고 있는 것이 없었다.


지식을 얻으려하지도 않고 모르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도 없었다. 그런 상사와 일을 하면서 모든 일은 팀원들이 부담하게 되었고 모든 일의 시작과 끝을 혼자 이끌다보니 지칠 수 밖에 없었다.



업무를 지시하는 사람은 부하 직원보다 더 많은 업무의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팀의 공동 목표를 위해서 각자가 갖고 있는 역량을 발휘하면서 부족한 부분들은 지시자가 채워줘야 일이 진행된다.


하지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관리가 되지 않는 부분을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 업무적인 경험과 지식이 없으니 내부적으로 팀워크는 산산조각 났다.


능력이 없는 낙하산 부장은 회사 내에서 타 부서사람들한테도 무시를 당했다. 팀의 리더가 힘이 없으니 다른 부서에서 부당한 업무가 넘어와도 군말없이 팀원들은 업무를 해내야했고 타 부서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힘을 얻을 수 없으니 팀원들은 감당해야하는 업무가 점점 늘어날 뿐이었다.


낙하산 부장은 업무의 기본적인 절차, 정확한 실무 진행 방법을 전혀 몰랐다. 어떤 날에는 기본 규칙을 몰라서 400만원의 패널티를 낸 적도 있다.


이런 일이 지속되다보니 비용적인 문제가 민감한 직무라서 타부서와 사이가 안 좋아지고 정작 경제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는 외면 당하기 바빴다.



너무나 애석하게도 사람 자체는 굉장히 선하고 화를 안내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업무 진행에 연속적으로 문제를 발생시키면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 회사에서의 자아와 회사 밖에서의 자아는 뚜렷하게 구분된다.


회사 내에서는 나는 인간 김모씨가 아닌 부장 김모씨로 상대하기 때문에 회사에서 요구되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는 사람은 사람 취급을 할 수 없었다.


능력없는 부장은 문제가 생겨도 책임을 회피하고 7년동안 재직하면서 아래 직원들에게 모든 일을 다 맡겨 버려서 실무적인 진행 상황을 파악하는 방법 조차 몰랐다. 회사의 임원들은 낙하산 부장의 무능력함을 공개적으로 비하했고 그런 팀에 소속되면서 꽤 큰 무시와 압박적인 소외감으로 정신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타부서에 결재를 받으러가면 나의 직속상사를 '멍청이'로 칭하면서 결재를 거부하기도 했다. 나는 멍청이가 리더인 팀원일 뿐인데 모든 피해는 리더가 아닌 팀원들이 받았다. 결국 이런 문제로 지친 사람들은 퇴사를 하고 중간관리자는 영원히 존재할 수가 없었다.


능력없고 책임을 회피하고 팀원들의 업무 파악을 못하고 실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사람은 팀의 리더로 인정 하지 못한다.


호랑이처럼 모든 업무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잔소리를 하고 호통치는 무서운 상사보다 업무를 잘 모르면서 잔소리는 하고 본인이 직급의 권리를 악용하는 멍청한 상사가 더 무섭다. 호랑이는 무서워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남을 수 있지만 미련한 곰을 만나면 소리도 없이 정신을 잃어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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