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비밀 일기장인데 모두가 열쇠를 갖고 있는 느낌
김 대리, 인스타 보니까 호텔 가서 수영복 입은 사진 올렸던데?
박 과장, 주말에 남자친구랑 강릉 가서 물회 먹었던데?
이 부장, 인스타 보니까 집이 부자 동네더라?
sns는 그냥 sns 그 자체로만 봐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인스타그램을 하다 보면 직장 사람들에게개인의 사생활을 공유하지 않았는데도 어떤 부분에 대해서 나보다 타인이 나를 잘 알고 있는 경험을 해 봤다.
요즘은 핸드폰 번호 연동으로 쉽게 나의 연락처에 저장된 사람의 인스타그램을 보게 된다. 물론 비공개 설정을 할 수 있지만 대부분 비공개보다는 공개로 sns를 활용한다.
자연스럽게 나의 일기장이 직장 사람들에게 공개돼서 의도치 않게 이 세상에 나의 비밀 일기장이 널리 펼쳐져 부끄러운 기분이 든다.
사실 그냥 봐도 모른 척하면 안 되나? 그런 생각도 한다.
이 공간 밖에서는 sns 속의 나를 모르는 척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인터넷 밖에서의 나랑 인터넷 속의 나를 구분했으면 한다. sns를 통해 유추될 수 있는 사생활의 노출 범위는 때로는 제어할 수 없을 수 있다. 나의 의도와 다르게 사회에서 만난 사람과 개인적인 공간까지 연결 범위가 확대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sns라는 공간은 공개적이면서도 개인적인 사회이고 여러 플랫폼에 따라 사람마다 사용하는 용도가 다르다. 또 그 존재들은 누군가의 취미가 되기도 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밥줄이 되기도 하다. 어떤 의도로 사용하든 분명한 것은 사람마다 sns를 하는 이유가 있다.
나는 유튜브, 블로그, 브런치, 인스타를 하는데 아, 트위터도 한다. 하나의 sns만 하지 않는 이유는 각 sns마다 하는 이유가 다르기 때문이다. 각자 제공하는 기능들이 다르고 글을 게시하는 방식도 다르다.
그중에 트위터는 인터넷 속에서만 아는 사람들이 있는 공간이라 가장 편하게 글을 올리지만 그에 따른 반응이 별로 없어서 자주 올리지 않는다.
블로그는 5년 정도 하고 있고 이미 내 인생의 모든 기록들이 담겨있다. 20대의 절반이 기록돼 있고 블로그를 통해 만난 사람들, 배운 가치들, 내가 기록하며 나를 배우는 소중한 공간이자 나를 실제로 아는 사람들도 이웃에 속해있다. 가장 자주 사용하는 플랫폼이고 나에 대한 모든 정보가 있는 곳이다.
블로그를 제일 잘 쓰는 이유는 서로 이웃으로 글을 올릴 수 있고 비밀 댓글을 쓸 수 있어 돈독한 이웃 애정을 기를 수 있다. 이게 진정한 소통의 맛 아닐까? 정말 이웃처럼 힘든 일과 기쁜 일을 함께 한다.
인스타그램은 주로 먹은 사진이나 갔던 장소를 기록한다. 실제로 아는 사람이 가장 많은 공간이다. 주로 지인들의 일상과 생사를 확인하는 용도가 되었다. 가끔은 인스타그램 디엠이 카톡처럼 올린 스토리에 대한 반응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메신저 기능도 한다. 또 ㅇㅇ맛집이나 ㅇㅇ여행처럼 실시간 정보를 사진으로 얻고 싶을 때 자주 사용한다. 댓글이 공개적이라 인플루언서가 아니라면 대부분 지인들과 소통용으로 대화한다.
그렇다면 유튜브는 나에게 어떤 공간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사건이 있었다. 수많은 sns 중에서 가장 최근에 시작했고 소통의 개념이 공개적이다. 블로그를 통해서 기록에 대한 의미가 굉장히 큰 가치를 배웠고 글이 아닌 영상으로 기록하는 것에도 욕심이 생겼다.
또한 구독자와 1:1 소통이 아니라 댓글이 공개적이라 은밀한 소통이 어렵다. 공격을 받게 되더라도 공개적으로 받기 때문에 어떤 비판에 대해서 작게 열려있다. 모두가 영상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자 단점이 있다. 또 공개 범위가 그만큼 넓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훈수나 악플의 범위도 가장 크다. 요즘 유튜브는 거의 네이버 지식인 수준이다. 모든 정보를 생동감 있게 얻을 수 있도록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재능을 제공한다.
모든 이유를 다 적을 수 없지만 나는 각 각의 sns를 사용 목적에 따라서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 sns 속에서는 불특정 다수와 소통을 하고 핸드폰 속에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실제 자아와 다른 모습의 자아를 발견하게 되기도 하다. 나의 생각과 일상을 공유하면서 나를 위해서는 기록을 남기고 타인을 위해서는 간접 경험을 제공한다.
이 공간을 통해 알게 된 사람과 실제로 만남을 이어가기도 하지만 나는 그런 만남에 대해서 폐쇄적인 사람은 아니다. 이 공간도 결국 스크린을 넘으면 사람이 있기에 결코 만만하게 상대하지 않는다.
다만, 나를 현실 세계에서의 자아로 인식하고 sns 속에서도 그 모습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이 공간에서의 나는 아는 척 안 했으면 좋겠다. 글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인터넷 속에서의 ‘나’와 인터넷 밖에서 ‘나’를 구분해 줬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나는 인터넷 속에서는 너랑 아는 사이가 하기 싫어 수도 있으니까. 현실이 아닌 곳에서는 그저 나랑 너는 모르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는 사람도 있는 이기적인 마음가짐이 있다.
물론 sns라는 공개적인 공간에 어떤 글을 게시했다는 것은 나의 계정을 구독하는 사람이 그 글을 열람할 권리가 있고 그에 대한 해석과 평가는 그들의 몫이다. 내가 어떤 영역으로 그 사람들의 열람에 대한 평가를 막을 수 없다. 나의 게시글이 타인의 뒷담화의 소재가 된다고해도 감수하고 올리는 것이다. 어떤 기록에 대한 공개는 반응을 원하기 마련이다. 반응을 얻고싶어서 게시글을 올리면서 막상 사람들의 부정적인 반응은 거절하고싶어진다. 사람의 심리가 그런것이다. 좋은 얘기만 듣고싶어진다.
공개적인 공간에 누구든 열람이 가능한데 왜 현실에서는 나의 sns 자아가 쓴 글이나 만들어낸 창작물의 결과를 모르는 척했으면 좋겠는 모순적인 생각이지만 이 공간에서의 매체들이 현실과 같은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 시 하고 싶다.
사실 현실에서 일어난 상황으로부터 만들어진 콘텐츠를 sns 속에서 활용하면서도 원하는 마음은 모순 덩어리다. 그럴 수밖에 없다. 나는 사람이니까.
sns는 개인의 공간이지만 동시에 그 누구에게도 공개될 수 있는 공공의 공간이기도 하다.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서 게시 내용 범위에 따라서 순기능이 차지하는 가치는 변경될 수 있다.
나는 자물쇠까지 채워서 비밀 일기장을 써 왔는데 모두가 나의 일기장을 볼 수 있는 열쇠를 가진 기분이다. 나는 나만 그 열쇠를 가진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계정을 비공개로 해도 거역할 수 없는 것은 비공개로 설정해도 내가 공개 상태 일 때 나의 계정을 구독하는 사람들은 이미 나의 일기장의 열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그들의 손에서 열쇠를 빼앗을 수 없는 자유는 존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