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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다 Dec 23. 2022

커피 마시면서 면접을 본 적 있나요?

이렇게 자유로운 면접 처음이야



커피를 마시면서 면접을 보자고요?


탈조의 기회가 갑자기 찾아왔고 선뜻 떠나야겠다는 결심이 만들어질 수가 없었다. 현재 다니는 직장을 정리해야 하고 또 새로운 직무를 도전한다는 것은 꽤 큰 용기가 필요했다. 면접을 보면 결정이 좀 더 쉬워지지 않을까라는 의심을 갖고 면접을 보기로 결정했다.​


나의 생각과 다르게 면접을 캐주얼하게 커피 마시면서 카페에서 면접을 봤다.  칼 정장 입고 나를 동물원 원숭이처럼 바라보며 나에게 질문만 하고 듣기 좋은 대답만 하라는 눈빛으로 나의 경험을 평가질 하던 기존의 면접 방식과 달라서 좋았다.​


어쩌면 나는 행운을 외면하고 미래의 걱정으로 내가 누려야 하는 기회를 소홀히 했었을지도 모르겠다.

준비된 사람이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고 하지만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해도 기회는 잡을 수 있다.


기회를 잡은 이후로 어떻게 하냐에 따라 그 기회는 정말 기회였을 수도 있고 혹은 불행의 길로 가는 문이 될 수도 있다.


면접을 보면서 나눈 대화는 그 어떤 것보다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고용주와 피고용인이 아니라 함께 일을 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느껴져서 편하게 이야기했다. 업무적으로 압박을 하거나 경험으로 인해 업무 능력을 평가하는 질문은 없었다. 자연스럽게 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고 싶어 하는 토픽들이 다양했다.



그동안 회사에서 나의 능력을 인정해 주지 않았고, 뚜렷하게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무시당했다. 일을 하면서도 즐겁지 않았고 무능력한 부장과 일을 하면서 돋보이던 나의 능력마저 잿더미가 되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이 대표와 면접을 보면서 나눈 대화를 통해서 나를 돈을 주고 일을 시키는 노동자가 아닌 회사가 향하는 목표를 함께 할 사람으로 대우하는 것이 느껴졌다. 상하 관계로 인해 불편함이 전혀 없었고 수평적으로 일을 같이 해낼 수 있는 존재로 바라봐 줘서 감사했다. 과거의 힘든 시간과 경험을 이 드디어 인정받는 순간이 오는구나 싶었다.


면접에서 다뤘던 주제들은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지, 월급은 주는 대로 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열심히 하는 만큼 받는 보상이 더 커진다는 것, 회사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어떤 태도로 팀워크를 만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서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 세상에는 정말 인간다운 상사도 존재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희망의 빛이 반짝거렸다. 드디어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만났다. 그동안 꼰대와 고인 물들이 구시대적인 발언을 하고 속이 꽉 막히는 막무가내식의 인력 관리 방식이 불만족스러웠다.



흔히 말하는 꼰대가 아니라서 좋았고 일을 하는 노동자를 대우하는 방식이 전형적인 한국 기업과 달라서 놀랐다.


면접을 보고 한국을 떠나는 결정을 하기가 더 혼란스러웠지만 일단 함께 일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면 만족스럽게 일하는 나의 모습이 상상돼서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내가 쉽게 탈조를 결심할 수 없는 이유들은 많지만 결국 도피를 위해 도착하는 곳은 낙원이 될 수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면접을 보면 회사가 나를 면접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회사를 면접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내가 일할 곳의 우두머리가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 직접 파악하는 것이 필요해서 나는 대면면접을 선호했다. 그런데 더욱 꾸미지 않고 자연스럽데 파악이 가능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본 면접을 꽤 신선한 충격이고 경험이 되었다.​


나와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찾기 힘든데 그런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 행운이었고 나에게 귀한 기회를 주셔서 더욱 큰 행복이었다. 그렇게 나는 행운의 열쇠를 갖기로 했고 지옥 같은 직장을 퇴사하는 문을 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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