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업을 앞두고 하는 고민들
한국을 떠나도 될까요?
인생을 살면서 어떤 결정의 순간이 오면 문득 내가 사회에서 독립된 존재로 더 이상 나를 지켜줄 울타리가 없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제는 내가 준비물을 안 가져와서 학교로 갖다 달라고 말을 할 엄마도 친구가 나의 이름으로 별명을 지어 놀려도 혼내어줄 선생님이 없다. 퇴사를 결심하고 더 이상 소속될 직장이 없다는 것을 직시한 순간 이제 비로소 나는 어른의 과정을 밟는 기분이었다.
이직 제안을 수락하고 본격적으로 늘 생각하던 퇴사의 시기를 빠르게 앞당기게 되었다. 과연 퇴사를 하고 한국을 떠나는 것이 맞는 선택인지 수천번의 물음표 화살을 던졌지만 그 화살은 빗나가 고꾸라지기만 했다. 어떤 질문의 답을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는 삶의 연속이 제법 재밌게 느껴졌다.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귀국하면서 두 번 다시 해외로 가는 것은 없는 일이라 다짐했지만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중소기업에서 혹독하게 첫 직장을 경험하고 더 이상 한국에서는 직장생활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늘 탈조를 꿈꿔왔지만 그 일이 현실이 되었을 때 믿을 수 없었다.
조금 더 경력을 채우면 지금 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으며 큰 회사에서 일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어보면서 최대한 한국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찾아봤다. 해외에 간다고 해도 그곳에서 겪는 어려움이 있기에 선뜻 결정하기 어려웠다. 커리어 성장을 한참 하는 주니어이기에 직무 전환도 무서웠고 관리자로 받은 직급제안도 부담스러웠다.
두려움을 넘어버리면 내가 원하는 것을 만날 수 있다
나처럼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다가 해외로 이직한 사람들의 경험을 찾아보기도 하고 또 바꾸게 되는 직무의 현직자들에게 고민을 나눠 보기도 했다. 해외 경험은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보이는 화려함과 다르게 겪어야 하는 불편함도 다소 있기 때문에 마냥 해외에서 사는 것이 즐거운 일이라 환영하라 수 없다.
또 가게 되는 곳이 큰 도시가 아니라서 한국에서도 지방에 살고 있어 수도권에 집중된 생활에 지쳤는데 내가 낯선 나라에서 시골생활을 잘 견딜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었다.
빠르게 결정을 해야 현직장도 정리를 하고 새 직장 입사 일자도 조정할 수 있기에 나는 해외 취업을 결정했을 때 겪는 리스크와 한국에 잔류했을 때의 리스크를 적었다.
결국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한국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위해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고 두려움을 견딜 수 있는 자신감으로 변화의 기회도 잡을 수 있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배웠다.
해보고 후회, 안 해보고 후회라면 그래도 해보고 후회를 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해외 취업 후의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재취업 문제와 커리어가 꼬여버리는 불안감이 가장 우선순위였다. 직무가 바뀌는 것은 회사 일이라는 건 하다 보면 누구든 할 수 있고 늘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무 변경은 꽤 큰 도전이었고 낯선 나라에서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사용하면서 일을 하는 모습이 전혀 상상이 안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꿈꾸던 일을 실현시키는 기회가 왔고 기회가 성공이 될지 모르지만 일단 기회가 건넨 손을 잡아서 가보기로 했다.
인생은 타이밍이라 했던가?
이직의 제안을 받고 퇴사를 굳건하게 마음을 먹었을 때에 회사에서는 여러 경영 방식과 업무 분장의 불공정함으로 더욱 나의 퇴사를 재촉했다. 이런 지옥 같은 회사에서 더 이상 노예로 근무하기 싫었다. 어차피 노예라면 대감집 노예가 낫다는 말이 있듯이 연봉이 조금 더 높고 나를 더 나은 노동자로 대우해 주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었다.
오히려 어려운 결정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줘서 고마웠다. 그렇게 나는 한국을 떠나기로 마음먹고 현직장과 안전한 이별을 준비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