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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다 Apr 14. 2020

한국인 아싸, 밴쿠버에서 인싸가 될 수밖에 없는

스무디 바, 카페, 옷가게, 리셉셔니스트까지

캐나다에서 일을 구하면서 느낀 점은 무조건 인싸가 돼야 한다는 점이었다.


한국에서는 꽤 소극적이고 조용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잘 웃지 않고 말 걸기가 어려워 보이는 차가운 이미지 때문에 처음에 어떻게 친해져야 할지 몰랐다는 지인들의 의견도 다분했다.


나도 이런 나의 성격을 알아서 어떻게 하면 활동적으로 처음 보는 사람들과 말을 편하게 할 수 있을지

성격을 바꿔서 좀 더 재미있게 인생을 즐기고 싶었지만

사람의 성격이라는 것이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라서 달라진 모습으로 사람들과 지내는 나의 모습이 너무 어색해서 견딜 수가 없어서 곧 나의 본모습으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캐나다에 코업 비자로 머물렀던 나는 학업과정이 끝나면 최소 주 20시간 일을 해야 했다.

학업과정 중에는 학원 수업 시간이 고정적이라서 일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방법은 오후 3시 수업 전에 일을 하거나 주말에 하는 것이 최선이었는데, 일과 학업을 병행하기란 게으른 나에게 최악이었다.


학업 과정이 끝나고 코업을 하기 전, 나에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남았고 당장 다음 달부터 일을 해야 하는데 일자리 구하기가 왜 이렇게 어렵고 막막했다.


서론이 매우 길었지만 일을 구하기 위해서 봤던 인터뷰 후기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첫 인터뷰에서 처참히 패배하고 그 덕분에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고, 다른 사람들의 인터뷰 후기를 보면서 무조건 웃어라! 무조건 활동적인 척해라! 무조건 말을 많이 해라! 의 조언들을 머릿속에 새기며 인터뷰를 보러 다녔다.



(2019년 7월)

1. 스무디 바

Position : FOH


싱그럽고 컬러풀한 과일들이 가득한 과일가게처럼 생긴 곳에 들어가서 과일을 믹서기에 갈던 한 청년에게 말을 걸었다. 입이 찢어지게 웃으며 매니저를 찾았고, 인터뷰를 보러 왔다고 했다.


매니저는 독특한 억양과 해맑은 웃음으로 나에게 악수를 건네며 바 자리로 안내했다.

이름을 물어보길래, 이름을 말하니 너도 그 이름을 쓰냐며 웃었다.


한국인들은 이름이 다 똑같냐는 농담이 떨리는 내 마음을 진정시켜주었다. 햇살이 비치는 뜨거운 유리창을 앞에 두고 매니저와 앉아서 스케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공고에서는 월-금 오전 10시~2시 근무자를 찾는다고 해서 면접을 보러 왔는데, 7월부터 12~5시 근무자를 찾고 있다며 나보고 시간을 맞춰 달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오후 3시부터 수업이 시작되고, 8월부터 시간 제약이 없어질 것 같다고 했다.


우선, 내일 한 번 일을 하러 오라고 해서 알겠다고 대답을 하고 별 다른 이야기 없이 면접을 끝냈다.

내일 일정에 대해서 연락을 준다던 매니저는 연락을 하지 않았다.









2. 이탈리안 젤라토 가게

Position : FOH


스무디 바 면접을 끝내고 다음 날에 이탈리안 젤라토 가게에 또 인터뷰가 잡혔다.

한국에서 카페 알바의 경험이 없었지만, 카페 알바 경험 없이도 합격했다는 사람들의 후기가 많아서

무작정 지원해봤다. 젤라토 가게이지만 커피도 팔고 간단한 샌드위치 같은 간식도 팔았다.


이탈리안 사장님답게 인터뷰는 굉장히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나는 또 입이 찢어질 듯이 웃었고, 나는 커피를 만들어 본 적은 없지만 배우면 금방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여줬다. 시간은 당장 맞추기는 힘들지만 8월부터는 언제나 가능하다며 시간의 자율성도 어필했다.


비자는 언제 끝나는지, 언제 시간이 가능한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왔고, 그중에서도 베네치아가 가장 좋았다며 TMI도 남발했었는데

아쉽게도 연락을 준다던 이곳에서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3. 옷가게 Club M*****

Position : Stylist


밴쿠버에서 자주 보는 옷 브랜드에서 면접을 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본 인터뷰 중에서 가장 인터뷰다운 인터뷰였다.



1.  Club M*****에 대해서 아는 것이 뭔지?

구글과 브랜드 사이트에서  공부한 것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패션 고자인 나에게 패션업계의 인터뷰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라서 너무 당황스러웠다. 사실 정보가 많이 없었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관련 지식을 말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해서 간단한 브랜드의 역사, 정보들을 미리 공부했다.


2. 언제 일 가능한지?


3. 서비스직을 하면서 겪었던 힘든 일은?


4. 본인이 생각하는 서비스란?


5. 서비스직을 하면서 타인에게 받은 피드백은?


5. 좋은 서비스란 무엇인지?


6. 마지막으로 질문 있는지?


이 면접은 그룹면접으로 진행돼서 나 포함 3명이 인터뷰를 봤다.

좀 특이한 게 옷가게가 쇼핑몰 안에 있어서 면접을 푸드코트에서 봤다.

본인이 했던 일, 경험을 얼마나 잘 말하는지가 중요한 포인트이다.

여러 명이 보는 면접이다 보니 빨리 말하는 사람이 유리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른 사람이 이미 해 버리면 나는 할 말이 없어져서, 앞사람과 똑같은 대답 하기에 민망해지는 순간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면접 분위기는 좋았는데, 아무래도 나는 패션과 전혀 관계가 없고 파트타임으로 하기에 나와 그쪽의 시간이 맞지 않았다. 영어 연습하기에 좋았던 기회이다.









4. First S*** BC

Position : Concierge/ Receptionist for Residential Building


식당이나 카페처럼 단순 업무보다 좀 더 높은 영어가 요구되는 직무라서 굉장히 떨렸다.

또, 아무 옷이나 입고 면접을 봤었는데 이 포지션은 formal 한 옷을 입고 오라고 해서 정장을 입고 갔다.



처음에 인터뷰를 보러 왔다고 말을 하니까, 잠시 대기를 하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도 면접을 보고 있었고 정장을 입고 면접을 보러 왔다며 인사를 하는 사람들도 몇몇 있었다.

흥미로웠던 점은 넓은 공간에 테이블이 3개 정도 있고, 공개적인 장소에서 동시에 면접이 진행되는 것이었다.


기다림 끝에 내 차례가 되었고, 한 남자가 나에게 다가와서 악수를 청하면서


본인을 소개했고, 나도 악수를 응대하며 나의 이름을 말했다.




그리고 이력서를 드렸고, 본격적인 인터뷰 시작.




1. 지원 동기, 어떻게 지원을 하게 됐는지?


현재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고 있고, 리셉션의 포지션을 찾는 과정에서 에이전시의 추천을 받아서 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너무 긴장이 되고 준비하던 포지션도 아니라서 아무 생각이 없었다.


이때부터 말이 꼬이기 시작했고, 느낌이 강력하게 왔다. 아 망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2. 근무 가능한 시간



현재는 학원을 다녀서 금, 토, 일만 근무가 가능하고, 평일에는 오후 3시 전까지 된다고 했다.

8월부터는 풀타임으로 가능하다고 했다.




3. 왜 이 포지션을 하고 싶은지?




솔직히 이 기관이 하는 일이 정확하게 뭔지 사이트를 방문해서 백번을 읽어보아도 잘 이해가 안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이 포지션에 대한 의욕도 없고,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잡 오퍼 기관에서 준 인터뷰 기회라서 거절할 수가 없었고, 한 번 경험 삼아서 인터뷰 연습이나 하자는

마음으로 왔기 때문에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사무직으로 일한 경험이 3년 정도 있는데, 이 일을 하면서 쌓인 경험이 이 포지션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을 했다.




아무래도 영어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잘 못하기도 했고, 나의 경력이 이곳과 전혀 맞지 않아서

속으로 100% 안 되겠다 생각했는데,


지금 우리가 구하는 포지션이 풀타임 밖에 없어서, 나중에 파트타임 티오가 생기면, 연락을 준다고 하고


악수를 하며 인터뷰가 끝났다.




5. 한식당


현지 잡을 구하는 것에 약간의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집 근처 한식당에 이력서를 냈다.

면접을 보러 가서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한국어로 인터뷰를 보기 때문에 심리적 불안감이 줄어들었다.


간단하게 한국에서 해 봤던 알바 경력, 일 가능한 시간을 상의해 보고 바로 채용이 되었다.


주말에 4시간, 짧은 시간이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낫겠다는 판단하에 일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3일 정도 일을 하고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믿고 일했던 한인식당이라 말도 통하고 비교적 쉽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6. 한인 라멘집


밴쿠버에는 라멘, 초밥집이 꽤 많은데 그 사장님들이 대부분 한국인이라는 아주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라멘집에서 구인공고가 올라와서 학원 근처라 일하기에 좋을 것 같아서 이력서를 내고 면접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처음 도착하니, 차 한잔을 주셨다.


나 보다 먼저 온 사람이 면접 보는 것을 엿들을 수 있었다.


손님은 2명이 있었다.


가게 분위기를 보아하니, 테이블 수가 은근히 많고, 점심시간에 사람이 많을 것 같았다.



사실 나에게 질문을 한 내용들이 사적인 것이 많아서 좀 그랬다.

나의 알바 경험에 대해서 묻기보다는

급여, 팁, 근무시간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고,

내가 사는 곳의 월세, 나의 한국에서의 고향에 대해서 물어봐서

이건 면접인 건지 나의 신상 캐기인 건지 혼란이 왔다.


밴쿠버는 팁 문화인데 이 라멘 가게에서는 한 달에 팁을 150$ 고정으로 준다는 말이 좀 찝찝했는데,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 외, 면접을 보기로 했는데 취소되기도 했고, 이력서를 냈는데 연락이 안 오는 곳들도 많았다.


한국에서 알바를 구하기 위해 봤던 면접들과 다르게 처음 보는 사람과 영어로 말하기 연습을 한다고 생각하고 면접을 보니 훨씬 수월했다. 또, 분위기가 정말 편해서 긴장하지 않고 말을 할 수 있었다.


과거에 나는 고용주의 조건에 맞추기 위해서 노력했고, 어떻게 하면 나를 뽑아줄까, 더 웃어야 할까, 더 말을 많이 해야 할까, 화장을 하고 가야 할까라며 좀 무거운 마음으로 면접을 봤었다.


현재의 나는 고용주의 조건에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는 근로자의 조건도 맞춰달라 요구하게 되었고, 면접을 상호 간의 근로를 위한 대화로 다가오게 되었다.

화장을 안 해도 단정하게 입으면 되고 한국에서의 면접보다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라 면접을 앞두고 떠는 일은 줄어들었다.


영어를 못하는데 어떡하지라는 걱정은 생각보다 간단하게 해결되었는데, 그 이유는 다문화 다인종의 국가에서 완벽한 영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면접을 보는 매니저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서 소통만 되면 영어를 좀 못해도 일을 하는데 크게 상관이 없다더라.


어떤 말로 인사를 건네야 할지 망설인 아싸였던 내가 이제는 먼저 고용주에게 악수를 건네며 웃는 인싸가 되었다.

이전 17화 밴쿠버 홈스테이, 컴플레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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