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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다 Apr 09. 2020

나의 첫 구직 면접, 처참한 실패를 맛보다.

블렌즈 커피(Blenz coffee)

2019년 3월 11일, 캐나다 밴쿠버에 도착했다.

한 달정도는 맛집을 찾아다니고 친구들을 사귀려고 밋업에도 나가보면서 점점 밴쿠버 생활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5월이 되니 서서히 통장의 잔고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4월부터 시작한 코업 수업의 시간표도 변경돼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캐나다에서는 일을 구하는 방법이 조금 아날로그식이다

직접 이력서를 들고다니면서 We are hiring 문구를 찾아다니며 일자리를 찾는 것이 보편적이다.

혹은 지인을 통해 일자리를 소개 받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 INDEED 라는 구직 사이트가 있지만, 이 사이트를 통해서 이력서를 보내면 연락이 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따라서 , 직접 발로 뛰며 일을 찾는 조금은 귀찮은 방법을 따라야했다.


단, 한인잡은 다음 카페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만큼 그만두는 사람이 많아서 자주 구인공고가 올라온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집 근처 쇼핑몰에 들어가서 구경을 했다.

지나가면서 보던 블렌즈커피에서 WE ARE HIRING 이라고 종이에 써서 붙혀놨다.

집에 가서 이력서를 챙겨서 나왔다.


이력서를 담아갈 투명파일을 찾느라 진을 좀 뺐다.

이력서를 가슴에 품고 카페로 가는 길에 너무 긴장되고 떨렸다.


처음으로 영어로 면접을 봐야하는 것이 무서웠고,

만약 인터뷰를 보게되면 준비가 되지않았는데 어떻게 대답을 하지?

별의 별 상황들이 머릿속에 그려졌고, 나의 두근거림은 더욱 심해졌다.



주문을 하는 것 처럼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마침내 나의 차례가 되었고, 나는 조금 떨리지만 당당하게 말을 걸어보았다.


안녕, 잘 지냈어?

나 여기 매니저랑 이야기하고 싶어,

하이어링 문구보고, 사실 여기서 일하고 싶어서, 이력서 가져왔는데



내가 매니저야


아, 정말? 그럼 잠깐 이야기하자



학생이야? 비자 종류가 뭐야? 파트 타임, 풀타임? 언제부터 일 할 수 있어?


잠시 자리를 옮겨 좀 더 조용한 곳에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너 언제 언제 일 할 수 있어?

토요일, 일요일은 일 못해?


할 수는 있는데, 내가 일 생기면 하루정도는 못 할 수도 있어.



학생비자이면 20시간만 일 할 수 있겠네?


서비스가 뭐라 생각해?


음.......... (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나는 이력서만 주고, 인터뷰일정을 잡은 후에 볼 줄 알았는데 바로 이렇게 면접을 보게 돼서 너무 당황스러웠다. 서비스가 뭘까? 그 질문에 명확하게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질문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고, 갑자기 HELP 라는 단어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너 멀티태스킹 할 수 있어?


응 나 한국에서 피크타임때 일한 경험이 많고,

주문도 받아야 되고, 음식도 서빙해야되고, 주문이 많은 와중에도 음식도 만들고 그랬어서

이 경험이 도움이 될 것 같아


너가 잘 하는 일이 뭐야? 못하는 일은 뭐야?


나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는 거 잘해, 나 외국어 전공해서 외국인들이랑 이야기하고 같이 일한 경험도 있어서

그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면서 새로 알게 되는 것을 즐겨

못하는 일은............ 모르겠어..


몇 차례 질문과 대답이 오고가면서 정신없이 인터뷰는 끝이 났다.

다른 지원자들의 이력서도 살펴보고 연락을 준다는 답변을 얻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예상하지 못했던 면접에 당황스러워서 마음에도 없는 대답을 했다. 당황을 했으니 당연히 영어로 대답하면서 문법적으로 실수도 했다. 아차!싶었다. 역시사람은 항상 준비된 사람이 기회를 얻는구나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집으로 돌아와서 아직도 긴장된 가슴이 콩닥거리기를 멈추지 못하고 두근거렸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인터뷰를 보면서 대화했던 매니저는 웃지도 않고, 인상이 밝아보이지는 않았다.

또, 같이 일하게 될 코워커들을 보았는데 다들 지쳐보이고 서로 친해보이지도 않아서 분위기가 별로 좋은 곳은 아니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며칠이 지나도 연락은 오지 않았고,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했다.

비록 첫 인터뷰는 엉망진창이었지만, 이렇게 첫 시작을 했으니 다음 인터뷰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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