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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다 Apr 23. 2020

한인 잡의 텃세, 한식당 트레이닝 3일 만에 그만뒀다.

해외에서 한국인을 왜 피하라는 걸까?

내가 캐나다에 있을 때, 구직활동을 하면서 현지 잡을 구하기 힘들어서 눈을 돌리는 곳은 바로 한인 잡이었다.

비교적 한식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한국 사람들과 일하기 때문에 영어에 대한 부담이 적었다.

사장님에 따라 다르겠지만, 면접도 한국어로 보고 일하면서 대화도 한국어로 하니까 확실히 한국인에게 유리한 한인 잡이다.


*한인 잡 : 한국인이 사장인 식당 혹은 기업

*로컬(현지) 잡 : 한국인이 아닌 사장인 식당 혹은 기업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한인 잡을 하다가 그만두는 경우가 흔하고 한국인을 무조건 피하여 일을 찾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런 말도 많다.


"야, 영어 못하면 한인잡해야지"

"너 영어 못하니까 한식당에서 일하는 것 아니야?"


영어를 못하고 잘하고를 떠나서 한인 잡을 하는 것과 현지 잡을 하는 것을 구분하는 사람은 가까이하고 싶지 않았다. 본인은 얼마나 잘나서 그런 유세를 떠는가? 어차피 외국인 노동자인 것은 똑같은데 말이다.


그리고 내가 여러 워홀러들을 만나보니 영어 수준은 다 비슷비슷하다.

어차피 한인 잡도 손님은 외국인이니까 영어를 해야 한다.

일을 해 보면 알겠지만, 매일 하는 말은 정해져 있고, 무한반복이라 영어를 잘한다 못한다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얼마나 자주 쓰는 영어 표현을 잘 외우는지, 다양한 억양을 잘 파악하는지는 좀 수준의 차이가 있겠다.





급한 마음에 한식당에서 인터뷰를 보고 바로 일을 하게 되었다.

트레이닝 기간도 사장님 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총 3번의 트레이닝을 받기로 했다.



우선, 처음 가서 메뉴판을 보면서 간단하게 설명을 들었다.

어떤 음식을 팔고, 밥이 제공되는 메뉴는 어떤 것이며,

주문 가능한 시간의 제약이 있는 메뉴, 주방에 주문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메뉴

다양하게 음식마다 숙지가 필요한 정보가 꽤 많았다.


저녁 시간이 다가왔고 점점 손님들이 가게의 테이블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손님이 오면 어떻게 안내를 하고, 준비는 어떻게 하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었다.

같이 일하는 사람을 따라다니면서 배우란다.


유독 나에게 차갑게 대하는 사람이 있었다. 인사도 안 받아주고 나를 없는 사람 취급을 했다.

주문받지 말고, 상 치우고, 음식 나르는 것만 하라고 했다.



나한테 주문받지 말라고 했는데, 내가 나도 모르게 주문받을 직원 수가 부족해서 덜컥 주문을 한 번 받아버렸다. 그래서 주문받고, 주방에 전달하는 순서가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내 인사를 무시한 사람이 주문을 받은 내 행동에 화가 났는지

(소리를 지르면서)

주문받지 말고, 주문 들어오면 다른 서버 안내하라고 했다.




손님이 밥을 추가해서 밥통에서 밥을 그냥 가져가 손님에게 갖다 주었더니 포스에 추가했냐고 어이없는 표정으로 물어보더라, 나는 밥을 따로 추가해서 돈을 받는지 몰랐다. 아무도 말 안 해줬으니까, 그래서 아, 다음부터 포스에 추가한다고 하고 밥을 갖다 줬다.

그리고 다른 서버분에게 밥 추가해달라고 요청했다. 트레이닝 기간이라 포스 기를 만질 수가 없어서 부탁을 드려야 했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손님이 밥을 추가해서, 밥을 가져가려는데 밥통에 밥이 없는 것이다.

식당 근처 마트에서 햇반을 사 와서 밥통에 담아 홀로 가져나가려는데


아까 나에게 핀잔을 줬던 직원이 버럭 성질을 부리면서 포스에 추가했냐고 화내는 것이다.

그래서 포스에 추가해 달라고 다른 직원에게 말씀드렸다고 했더니

나한테 아 씨 x이라고 욕을 했다. 지금도 왜 욕을 했는지는 이해가 안 되지만 욕을 들으며 일을 했다.




아직 테이블 번호도 익숙하지 않은데, 테이블 번호 외우면서 음식 나르고, 상 치우고 너무 바빴다.

일하는 동안 화장실을 한 번도 못 가고 핸드폰도 못 봤고, 뭐 딴짓을 절대 안 했다.


손님이 식사를 마치고 계산하고 자리를 떠났다.

그래서 상 치우는데 다른 직원이 나에게 치우지 말라고 했다.

근데 또 다른 직원은 상 안 치우고 뭐하냐며 상 좀 치우란다.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몰라서 혼란스러웠다.



어떤 손님이 갈비탕을 주문했는데 분명 갈비탕 주문이 안된다고 해서 안된다고 했다.

옆에 있던 직원이 그 소리를 듣고 갈비탕 주문되는데? 라며 주문을 받으라고 했다.

분명히 주방에서 갈비탕 주문받지 말라고 했는데 누구 말이 맞는 걸까 의심스러워서 주방에 다시 물어봤다.

주방에서는 갈비탕 주문 안된다고 말했는데 왜 또 물어보냐며 나에게 화를 냈다.

갈비탕은 주방 사정상 주문이 안된다고 손님에게 죄송하다했더니 그 소리를 들은 직원이

갈비탕 주문받으라니까 왜 안 받냐고 왜 너 맘대로 해? 라며 나에게 또 화를 냈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런 화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

결국 갈비탕은 주문을 받을 수 없었다.




트레이닝 2일 차에는 주문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옆에 직원과 함께 주문을 받아야 했다.


주문을 받는데 옆에 직원이 나의 영어를 지적했다.

한식당은 레스토랑이 아니니 Are you ready to order?라고 하면 된다라며

Would you like to order?라고 말하지 말라고 했다.


어이가 없었다. 



첫 번째 트레이닝이 끝나고 뭔지 모르게 불편함 감정이 지속돼서 집에 오고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처음 본 사람에게 욕을 하는 사람과 같이 일을 하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인지 의문이 들었다.



남은 트레이닝 2번 다 하고, 계속 일을 할지 말지 결정해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좀 더 일하는 사람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여전히 한 직원은 나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 바빠서 일하는 손발이 맞지 않으면 나에게 욕을 했다.

일을 하면서 수많은 메뉴, 메뉴마다 다른 정보들, 직원마다 다른 말들, 육체적 고통으로 너무 힘들었다.


남은 트레이닝 2번을 다 하면서 도저히 이 사람들과 같이 일을 못하겠다고 느꼈고, 내가 앞으로 계속 일을 할 터가 아니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결국 나는 3번의 트레이닝 끝에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하고 그만뒀다.




1. 체계가 없다.


트레이닝이라는 것이 사실 나에게 익숙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알바를 많이 해 봤지만,

트레이닝이라기보단 그냥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어떤 알바든 힘들어도 시간이 지나다 보니 어느새

그 알바 역할에 익숙해졌다.

그런데 여기는 트레이닝이라는 개념이 있다.

그래서 내심 기대를 했다.

무엇을 해야 되고, 어떤 순서로 해야 되고 그런 것을 알려주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말만 트레이닝이지,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내가 실수를 하니까 내가 무슨 엄청난 죄를 지은 사람처럼 나를 다그치고 나를 무안하게 거친 말을 나에게 쏘았다. 직원마다 하는 말이 다 다르다.



2. 한인 커뮤니티


사장, 같이 일하는 사람들, 모두 다 한국인이다.

이게 싫다는 것도 아니고, 한인 잡을 지원했을 때,

감안했던 부분이다.


로컬 잡보다 영어를 덜 쓰는 것이 좀 그랬지만,

어느 곳이든 일을 하면 쓰는 영어는 한정되어있어서 상관은 없었다. 그리고 일을 하며 배우는 영어, 코 워커들과 대화하며 배우는 대화보다

외국인 손님을 상대하며 영어 실력을 늘리는 것은 본인의 역량에 달려있고, 파트타임을 하며 배우는 영어는 지극히 한계가 있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해서 무조건 영어 때문이 한인 잡은 안 해!!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한국인들 특유의

남의 사생활에 관한 질문 , 꼰대질 , 끼리끼리 ,

텃새 , 정말 내가 싫어하는 모든 것들이 다 있었다.


솔직히 이건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지만,

나는 이 곳에서 이런 상황들을 마주하기 싫었다.


한국에서 살면서 느낀 불편한 것들을 굳이

캐나다에서까지 느껴야 하나 싶었다.



3. 의아스러움


우연히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엿들었는데

씨씨티비로 감시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씨씨티비라니? 이때부터 뭔가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다음에 출근을 했을 때,

아무것도 안 하지 말고 뭐라도 하라며 바닥에 떨어진 작은 휴지 조각을 가리키며

사장님이 나보고 그거 좀 주울래? 하는데 그 말을 듣고 참 갑질이 심하다고 생각했다.


휴지를 본 사람이 주우면 되는 것을 왜 나한테 주우라고 하는지 납득이 안됐다.




4. 대놓고 망신주기


그릇을 치우고 주방에 갖다 놓는데 흔히 말하는 뒷담을 직접 듣게 되었다.

직원 둘이 나를 욕하고 있었다.


"아 나 쟤 일하는 것 답답해"


"난 누구 가르치는 것 못해"


차라리 나한테 직접 이런 일은 이렇게 저런 일은 저렇게 하라고 말을 했으면 모르겠는데,

본인이 알려주지도 않은 일을 알아서 하길 바라는 전형적인 꼰대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의 뒷담을 들이니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런 수준 이하의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남 험담이나 하는 사람이 불쌍하게 여겨졌다.





사회생활이 부족해서, 처음부터 호의적인 곳은 없고 점점 적응하면서 사람들 속에 익숙해져 가는 것이라는

매니저의 말을 들었다.


하지만, 나의 인사조차 받아주지 않는 사람에게 호의를 바라지는 않았다.

그저 사람과 사람으로 최소의 예의를 지키며 나를 소속시켜주기를 바랐었다.


눈치껏 일을 하면 되지 않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눈치 없는 사람은 아니다.


편의점 알바, 고깃집 알바, 카페 알바를 1년 가까이하면서 알바라는 알바는 다 해봐서 나도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일하면서 눈치 없고 일머리 없다며 비난을 받은 적도 없었다.



모든 한인 잡이 다 나쁘지는 않다.

어딘가에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 있었을 나와는 인연이 닿지 않는 곳도 있었을 것이다.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의 연속과 불편한 감정이 넘치는 곳에서 일하는 것은 나의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고 판단하여 한인 잡을 그만두고 우연한 기회를 잡아 로컬 잡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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