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다 Mar 27. 2023

스타벅스가 없는 유럽 지방 도시에 산다는 것

해외에서 작은 도시에 사는 것

이 작은 도시에 한국인이 또 있을까?



주말이 끝나는 일요일 밤, 심심해서 인스타에 내가 사는 도시 검색했는데 내 또래의 한국인이 떠서 신기했다.


이 작은 도시에 나말고 또 한국인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뭔가 그래도 한국인이 있다는 생각에 든든한 느낌이 든다. 그동안 이 도시에서 한국인을 한 명도 본 적이 없어서 뭔가 어딘가에 또 숨어있는 내가 모르는 한국인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과연 몇 명이나 있을지 궁금하다.

​​

한편으로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내가 사는 도시를 공개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도 생겼다. 누군가 내가 이 도시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 조금 이상하다.

내가 인스타에서 저 사람이 이 도시에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처럼 누군가도 나를 이 도시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내 존재를 밝힌다는 것이 무섭다고 해야 할까?



사실 난 이 도시를 좋아하는데 가끔 싫은 건 갈만한 카페가 몇 개 없어서 어디를 가도 회사 사람을 볼까 봐 긴장하며 카페 문을 열고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안도감은 꽤 큰 부담감이라 카페를 자주 안 가고 싶어 졌다.


토요일에는 기차를 타고 30분 떨어진 조금 더 큰 옆 도시에 갔는데 시내에 사람이 많아서 살짝 숨이 막히고 낯설었다.


와, 여기는 확실히 도시가 크다고 느꼈다. 기차역에서 스타벅스를 보고 나는 마음속에서 소리를 질렀다.




와!!! 스타벅스가 있구나!!! 부럽다!!!


​얼마 전에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는데 알 수가 없는 커피가 나왔다. 한국에서는 아아 하나요. 하면 아메리카노에 얼음이 가득 담긴 커피를 즐길 수 있고 얼죽아라는 표현도 있을 만큼 흔히 마실 수 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 당황스럽고 속상한 날이 있었다.


쇼핑몰에 ZARA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고 여기는 도시라 생각했다. 난 한국에서도 지방에 살아서 서브웨이를 먹기 위해 서울로 기차를 타고 한 시간 이십 분을 달리던 과거가 생각나서 뭉클했다. 인프라라는 것을 뭘까 또 작은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뭔지 생각해 봤다.


옆 도시에 와서 무작정 걸어봤다. 지나다니면서 가고 싶은 카페도 많고 식당도 많아서 이 도시에 살면 적어도 주말에 카페에 가서 같은 회사 사람을 만날까 걱정은 안 하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인마트와 한식당은 소중해


그리고 도심 내에 한인마트와 한식당이 있어서 이 도시가 너무 좋았지만 가끔 와서 즐기기는 것으로 만족스러웠다. 여행이 아니라 살기에는 고요함이 없어서.


지금 사는 도시는 작고 길거리 어디에서든 회사 사람을 마주치는 일이 흔하지만 조용하고 고요해서 내 성격에는 이곳의 삶이 더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기차를 타고 내 도시에 돌아와서 쓰여있는 도시 이름을 보고 뭐랄까 고향에 온 듯 편안함을 느꼈다. 지도를 보자 않아도 집으로 가는 길을 잘 걷는다.


한국에서도 지방에 살아서 작고 반복되는 생활 반경에 질리고 새로움을 찾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그동안 살았던 나라와 도시 그리고 동네들을 회상했는데 큰 도시든 작은 도시든 결국 내가 생활하는 생활 반경은 도시의 크기와 상관없다는 결론을 맞이했다.


북미, 중앙아시아, 유라시아, 유럽에 살면서 느꼈다.

나의 삶 모양 자체가 꾸릴 수 있는 내 생활공간의 크기가 클 수가 없다. 사는 곳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존재하는 공간의 형성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차가 있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친구가 단 한 명도 없어

친구가 하나도 없는 이 도시에서의 삶은 제법 심심하고 지루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살 때도 내가 살던 도시에는 언제든 맥주를 한 잔 하자고 부르면 달려올 동네 친구가 없었다. 친구를 만나려면 1시간 이상 대중교통을 타고 떠나야 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삶이나 여기에서 삶이나 크게 다른 점은 없다.


원래 성격이 아웃고잉한 스타일도 아니고 조용하게 고요한 정적인 분위기를 즐긴다. 시끄럽고 사람 많은 곳을 피하고 싫어한다. 그래서 친구가 한 명도 없어도 나름 잘 지내고 있다. 큰 불편함이 없다. 뭐든 혼자 하는 것을 좋아하고 잘한다.



​또 가끔 즐겨야 가치 있는 아이스커피 음료와 한식당, 그리고 한인마트의 소중함을 매일 누리면서 나태해지고 싶지 않다. 뭐랄까 이런 감정은 현실 부정에서 생기는 강한 오기와 의지력일까.



유럽에 산다고 하면 매일 여행하는 것 같고 재밌고 즐거울 거라 생각하지만 한국이 살기에는 최고다. 문화생활, 병원, 미용실, 마트, 배달 문화 등 그 어떤 것도 모든 것이 월등하다고 말할 수 있다. 평일에도 저녁 8시가 되면 길거리에는 사람의 발자국 소리 하나도 안 들린다. 유럽에 사는 나를 보면 지인들은 부럽다고 말하지만 사는 것 다 똑같아요.


관광지가 많은 곳이 아닌 도시에 산다면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더 재미없고 지루하고 일상의 무료함이 더 크면 크다. 일요일에는 마트 문도 쇼핑몰도 문을 열지 않는 유령의 도시다. 살아보지 않으면 모르는 부분들을 구구절절 설명하기 귀찮다. 그냥 어떤 삶이든 반복되는 루틴이 형성되면 새로운 곳을 가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의 해외생활은 환상과 로망이 없어


해외에 사는 삶에 대한 환상과 로망이 있는 사람들에게 미안하지만 그런 기대감은 아예 갖고 있지 않는 것이 미래의 해외 삶을 더 잘 살 수 있는 정신력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큰 도시에 살면 식당도 카페도 문화생활도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겠지만 그걸 매일 하지 않아도 되니까 주말에 큰 도시에 놀러 가서 즐기면 된다는 생각의 마무리가 됐다.


좋은 것을 매일 언제든 즐길 수 있다면 삶은 더욱 재밌어질지도 모르지만 사는 것과 여행하는 것은 다르다는 말의 깊은 뜻을 깨닫게 된 유익한 주말이었다.​


내가 느낀 감정이 어떻게 글로 표현될지 모르겠지만 생각을 글로 써 보니 요즘 느꼈던 한국을 가고 싶다는 생각과 이 도시에서 느끼는 노잼 생활의 감정 이슈 거리가 사라져서 좋다.


결론은 여기서도 난 잘 살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