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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다 Apr 09. 2023

오늘도 52살 부장님의 기저귀를 갈아드립니다.

생삼겹살로 탁 팀장의 뺨을 때리고
삶은 문어처럼 붉어졌다.



일주일 내내 이 구절이 내 머리와 마음에 둥둥 떠나녔다. 나도 생삼겹살로 뺨을 때리고 싶은 사람이 회사에 한 명 있다.

아홉수 가위 책의 일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출근과 퇴근, 일을 하면서 어쩔 수가 없는 상황들, 인내와 분노의 사이에서 온전한 정신을 붙잡는 것으로도 힘든데 성희롱과 갈굼을 견뎌야 한다면 그곳은 직장이라 하기에 너무 잔인하다.

수많은 또 보이지 않는 회사들의 속사정이 다 공개될 수 없고 우리는 통장에 한 달에 한 번 월급을 받으려고 어디까지 참을 수 있을지 그 참는 것의 허용되는 행위들은 뭘까


직장생활은 고단하다. 나도 너도 다 힘들다.


편하고 쉬운 일만 하면서 마음이 늘 좋은 직장인은 없을 거야. 다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로 각자 견뎌야 하는 몫이 있다. 그걸 다 헤아리지 못해서 서로가 서로를 낫으로 밭을 긁듯이 서로의 속을 갈기갈기 긁어가며 우리는 살아간다.



내일 더 큰 일 덩어리로 커져서 더 더 더 커지니까

오늘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아야 한다.



업무가 왜 정해진 시간 안에 끝나지 않는지

내가 못하는 건지 일이 나를 못 따라오는 건지

다른 사람이라면 해냈을지

어떤 부분에서 비효율적인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 뭔지

​회사를 다니면서 참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넌 그렇게 남의 일 하기 싫으면
대기업 가서 일해

업무 분담의 불공정함과 나는 쟤 일을 도와주는데 쟤는 내 일을 안 도와주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또 사장님 친구의 아들인 부장님은 업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500만 원 손실을 가져다주고 나에게 뒤처리를 하라고 했다. 무능력한 부장님이 엉망진창으로 만든 일처리를 하기에도 바쁜 나에게 어느 날 퇴사한 동료의 업무까지 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혼자 하기에 업무량이 부담스럽고 또 내 직무의 업무도 아니고 타 부서의 다른 직무를 담당하던 직원 퇴사로 인해 내가 그 업무를 떠맡아야 되는 이유의 합당함을 알 수 없어 못하겠다고 했더니 부장님은 나에게 ‘너 그렇게 지금 다른 사람들 일해주기 싫으면 너 일만 혼자 할 수 있는 대기업에 가서 일해’라고 말했다.


회사라는 곳은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없는 곳이라 했다. 중소기업에서 막내가 하는 일은 막내가 해야 하는 일이고 남 일도 막내의 일이라면서 업무 과다로 힘들어하는 나의 고충의 해결 책은 대기업을 가라는 허무한 말 뿐이었다.


“라다 씨가 제일 어리고 여자잖아.
그러니까 그냥 해 줘.”


그런데요. 부장님, 제가 당신이 싼 똥까지 치우면서 남이 싼 똥까지 치우기에는 기저귀가 부족합니다.


저는 회사에 제 일을 하러 오는 사람이지 당신이 싼 똥 처리하러 오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언제부터 무능력한 부장의 우유부단함으로 떠맡게 된 타 부서의 일을 어리고 여자인 사원이 하는 게 정당한 일이었나요? 본인이 가져온 일이면 본인이 하세요.


대기업에 가면 정말 당신처럼 일 안 하고 똥만 싸는 상사들의 똥처리는 안 해도 되는 건가요? 정말요? 대기업이고 중소기업의 회사 규모가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는데요.


직장생활을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사람을 상대하는 방법과 사람을 상대하면서

소통의 오류로 인한 문제의 발생이 일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


의사 전달의 불확실함으로 상대가 나의 언어를 습득하는데 또 문제가 생기면 그건 서로의 불찰인지 누군가의 잘못으로 포장되는 현상이 생기는 일에 대한 회의감으로 타인의 질책으로 마음이 무거웠다.


우선적으로 해결돼야햐는 일과 판단의 오해로 인해서 누락되는 정보의 부재​로 또 회사를 탈출하는 시간은 멀어져 갔다.


사람은 하나인데 챙겨야 할 것들은 하나 이상이다.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무지, 당연히 상대가 바라는 것에 맞춰지지 않는 나의 부족함, 서로가 다른 기준을 갖고 평가함에 능력의 가치들.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또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 자아의 성취는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까?

요즘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적은 돈을 받는 것, 그러지 않은 일이지만 많은 돈을 버는 것에 대한 고민이 크다.



“나 이 사람이랑 도저히 같이 일 못하겠어요”


업무 지시를 명확하게 안 해서 이것 맞나요? 이렇게 하면 되나요? 되물어보느라 사수의 뺨을 후려치고 싶었다. 도저히 같이 일 못하겠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려 하는 걸 두더지 게임 하듯이 말의 앞머리를 망치로 내려친다. 오늘도 나는 참아야 한다.


스트레스를 꽤 많이 받았는지 위가 아팠다.

신경이 꿈틀거리며 고통이 느껴졌다.


​어떤 압박감과 제대로 되지 않아서 흐물거리는 형태의 일들이 너무나 미웠다.


어차피 먹고살려고 버는 돈이라면 무슨 일이든 돈만 많이 벌면 장땡 인가 싶다가도 그렇게 되면 그 한철의 직장이 변화된다면 무슨 일이든 하면 그만큼의 돈을 받지 못하게 됐을 때의 괴리감은 누가 해결할 몫일까



커리어에 대한 문제와 고민은 내가 이 생의 끝을 보는 순간까지 나를 계속 따라다닐 것이다.




나는 일을 잘하는 사람일까



며칠 내내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면서 혼자 생각하고 답을 하며 결론을 도저히 내릴 수 없었다.



내가 하는 방식 보다 더 효율적인 방식이 있을까

​나는 다음에 어떤 회사를 다니게 될까


​지금 받는 월급은 내 기준 많다 생각하는데 그 기준은 누가 정하는 걸까​


이 사람들이 완벽하지 않지만 이 보다 더 괜찮은 사람들을 회사에서 또 만날 수 있을까​


업무 방식이 안 맞는 사람과 계속 일하는 게 맞을까

내가 잘못일까 쟤가 잘못일까

누구의 잘못을 따지는 건 해로운 일일까

말귀를 못 알아듣는 사람과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뭘까



나는 누군가에게 “쟤 왜 저래”의 ‘쟤’일까



내가 제삼자에 대한 이야기를 상대에게 했을 때 상대가 곧이곧대로 그 내용을 곧바로 제삼자에게 전하는 사람은 왜 그러는 걸까 단순히 입이 싼 걸까 그 사람은 왜 그 이야기를 전해야만 했을까 내 입 밖에서 나온 말이면 누구에게든 전달돼도 정당한 걸까?



나의 삶, 이대로 괜찮은 걸까

안 괜찮다면 뭐가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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