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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다 Feb 15. 2023

나의 퇴사 사실을 몰랐던 부장님의 카톡 인사


내가 퇴사를 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영원히 나의 직장 동료로 남아 평생 나를 괴롭힐 것 같았던 첫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 때문에 나는 수치를 낼 수 없는 망가지는 감정으로 나의 정신을 붕괴했다.


출근하기 싫어서 괴로워하며 밤에 잠을 설치며 고통받으며 압박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욕설과 폭언을 들으면서 정신적으로 치명적인 불안감을 느끼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고 직원을 기계의 부품보다 더 하찮게 취급하며 회사를 위해 일하는 일원이 아닌 사장의 비위를 맞추는 부품일 뿐이었다는 사실에 가스라이팅 당하면서 나의 존재 자체를 잃어갔다.


하루도 빠짐없이 퇴사를 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2년이라는 긴 시간들을 버텼는지 지나고 보니 신기한데

퇴사하고 끝을 보니 모든 일은 결국 끝나기 마련이니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아도 됐을 텐데 모든 감정의 책임은 결국 나의 몫이었다.


 회사는 나의 감정까지 책임져주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기분은 바뀌지만 기분에 따라 드러낸 태도와

 행동으로 받는 평가와 감정의 영향을 받아 망쳐버린 업무의 결과는 남는다. 내 감정에 휘둘려서 회사 일 만큼은 망치지 않으려 했다.


​어떤 때라는 것이 있는데 그때를 너무 늦게 정한 게 아닐까 그런 후회도 했지만 모든 것이 맞아 정해진 때는 2022년 10월 31일이었다.


​퇴사 일이 10월 31일이라서 월요일의 출근이 두렵지 않았다. ​내 인생에서 이 직장을 퇴사하는 날이 올까 그날이 오기를 독립을 기다리듯이 간절하게 기다렸다.


마침내 그날은 왔다.



2년 동안 이 회사를 다니면서 10명이 퇴사하는 것을 지켜봤다.


퇴사하는 기분은 어떤지 매일 보던 사람을 이제 안 보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너무 미워서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두근거려서 분노로 가득 차 얼굴이 붉어질 일이 없다.


결재를 받으러 가서 나의 직속 상사를 때려주냐며 무능력한 나의 낙하산 상사를 조롱하는 소리를 들을 일도 없다는 것에 안도를 느꼈다.


지출결의서를 올리면 네가 회사 돈을 다 쓸 것이냐며 잔소리하는 상무님의 호통을 듣지 않아도 된다.


결재판을 볼펜으로 탁탁 치면서 괜한 꼬투리를 잡으려고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꼰대 이사님을 만나며 손을 벌벌 떠는 일도 이제 겪지 않아도 된다.


전화기 너머로 소리치는 회계팀 대리님의 귀 따가운 소리도 안 들어도 된다. 서로 오해가 있으면 말로 해결하지 않고 꼭 소리부터 지르는 사람이 있었다.


50살이 훨씬 넘은 생산직의 아저씨가 나에게 같이 술을 마시자는 불편한 제안을 거절하는 일도 이제 안 해도 된다.

더 이상 불공정한 업무 방식과 대화가 안 통하는 답답한 사람들을 상대하느라 피가 거꾸로 솟는 일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무척 행복했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3번이나 신고를 당했을 정도로 차마 글로 표현하기 역겨운 괴롭힘과 장난질도 많았다.


어떤 꽉 조인 신발끈 매듭이 풀어져 걸을 때마다 펄럭거리는 자유로움을 느꼈다. 그런데 왜 마음은 편하지 않을까? 풀린 신발끈처럼 걸을 때마다 걸리적거리는 알 수 없는 불편함이 계속 느껴졌다.


경력이라는 숫자 하나만 보고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쥐고 버티고 버티던 나의 첫 직장 생활은 그렇게 끝나버렸다.​ 끝을 보니 허무하고 지나간 시간들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아무 일도 아니었듯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기분이다.


​최악의 최악이라 말할 수 있는 나의 첫 직장 이야기는 주변 사람들한테 회사에서 있던 일을 얘기하면 거짓말하지 말라고 그런 회사가 어딨냐고 믿지 않았지만 매일매일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나는 그런 회사를 다녔던 나 자신도 참 대단한 사람 같다.​


퇴사하는 날 대표님한테 마지막 인사라도 하려 했는데 오히려 좋다. 대표는 출근을 하지 않았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며 가식적인 웃음을 짓는 일은 안 해도 됐다.



나는 해외영업 업무를 담당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내영업 일도 했기 때문에 국내영업 담당 부장님도 상사로 뒀었다. ​나의 직속 상사는 아니었지만 함께 일을 했던 사람이라서 퇴근하면서 인사를 제대로 못해서 끝인사는 해야겠다 싶어서 카톡이라도 남겼는데


부장님이 나의 퇴사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래도 같은 부서에서 같은 사무실을 쓰던 부장님인데 왜 나의 퇴사 소식을 몰랐을까? 나의 직속 상사인 부장님은 왜 나의 퇴사 소식을 다른 부장님에게 공유하지 않았을까? 퇴사를 했지만 여전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은 회사다. 마지막까지 날 실망시키지 않는 회사였다. 그만큼 아래 사원의 근무 여부에 관심이 없었던 것 아닐까.


퇴근하기 5분 전에도 나의 후임은 내 이름을 부르며 질문 폭탄을 던졌다. 원래 퇴사를 앞둔 사람은 기분이 좋아서 인수인계를 행복하게 웃으면서 한다고 하던데

나는 퇴사를 하는 날까지 답답한 사람들이랑 대화하는 것이 무척이나 고통스러웠다. 어떻게 몇 개월 내내 일을 같이 하면서 매일 똑같은 질문을 계속할 수 있을까? 메모를 하라 했더니 본인이 어디에 메모를 했는지 못 찾는다.


더 이상 이 멍청한 사람들 얼굴을 안 봐도 된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 순간, 시계는 5시를 나타냈고 이제 나의 몫은 다 했고 남은 것들은 님들이 알아서 하세요.

라는 마음으로 짐을 챙겼다.


부장님한테 인사를 하고 마지막 퇴근을 했다.


“저는 마지막 퇴근을 합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그렇게 원하던 퇴사를 했는데 기분이 마냥 좋지는 않았다. 퇴사를 하면 이 세상 모든 돈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할 줄 알았는데 무감각했다.

이 글 하나도 제가 어떤 회사를 다녔는지 어떤 사람들과 일했는지 모두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어떤 사람은 공감하지 않을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저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갖고 있을 수 있겠죠.


모든 것은 양면적이고 입장에 따라 같은 사실도 다르게 받아들여집니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동료이기도 했지만 누군가에게는 나쁜 동료이기도 하겠죠. 그러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떤 부당한 경험은 한두 번이면 참고 넘어가지만 그 이상은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게 되더라고요.


이 글을 읽는 모든 직장인 분들에게 저의 글을 통해서 우리는 직장에서 어떤 사람인지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저의 글이기 때문에 저의 입장에서 쓴 글이라 다른 사람의 입장은 굳이 글에서 표현하고 이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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