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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다 Jun 08. 2020

캐나다 밴쿠버 카페 알바 4개월 경험기

캐나다에도 진상 손님이 있을까?

대망의 4개월 노예 계약 해방의 날이 다가왔다.


일을 시작하고 언제 그만둘까, 과연 그만두는 그날이 오기는 할까?

매일 일을 하면서 우울하고 힘들고 짜증 나고 정말 지옥 같았다.


물론, 매일 그러지는 않았다.

일을 하면서 행복한 순간도 있었고, 좋은 사람들 덕분에 웃는 일도 있었다.

같이 일을 하는 코 워커들과 서로 도움이 되고 서로 어려움을 극복하며

서로 미운 정 고운 정이 들고나니,

어느새, 마지막 날이 왔다.


마지막 날이 오면 마냥 행복하고 기쁠 줄 알았는데,

막상 매일 하던 일을 그만두고 더 이상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매일 보던 코 워커들과 수다 떨고 같이 일하면서 손님들 흉보고,

당황스러운 일들을 웃으면서 해결하던 그 하루하루들이 정말 화살처럼 지나간다.




마지막 날, 마지막 쉬프트, 그날에는 오전 7시 30분까지 출근을 했다.

전 날 밤에, 어찌나 잠이 안 오던지 2시간마다 깨어나서 잠을 다시 청했다.

새벽 출근은 언제나 힘들지만 스카이 트레인 안에는 아침부터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았다.

덤으로 해가 뜨려는 하늘을 보면 감동이 두 배...

새벽 출근을 하며 찍은 출근길

익숙한 버라드 역에서 출근하는 길,

신호등을 걷는 이 익숙한 길,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구나...





아무리 미운 곳이라도, 아무리 미운 사람이라도

4개월 동안 매일 얼굴 보면서 정이 많이 들었다.


떠나는 이별은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었다.

매일 서서 일하면서 힘들어서 주저앉는 그들을 위해서,

휴족시간을 선물했다. 휴족시간을 보고 바디 왁싱이냐 묻는 매니저,



그리고 매일 배고파서 먹을 것을 찾던 그들을 위해서

카스텔라도 선물했다.


몇 번이고 아쉽다고 그리울 것이라고 포옹을 하던 매니저 앤,

카드를 읽고 눈물을 글썽이던 키친 발레리아,

처음 일할 때부터 지금까지 이 두 멤버는 나에게 늘 당근과 채찍을 주었다.

그래도 일도 잘하고 항상 나에게 옳은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병 주고 약을 주던 그들, 매력들이 참 많은 당당하고 멋진 여성들이다.


미래를 위해서, 고생하는 그들에게 좋은 미래가 펼쳐지길 바란다.



나와 2개월 동안 일하면서 10마디는 했을까?

나를 너무 힘들게 했던 그는,

마지막 날에 새로운 타투를 했다며 해맑게 먼저 말을 걸더라,

그동안은 왜 그렇게 말을 안 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카드를 읽고 입꼬리 한쪽이 쓰윽 올라가며,

Take care, Thank you를 외치고 그는 퇴근을 했다.

내가 준 선물도 두고 가는걸, 매니저가 챙겨줘서 가져갔다.

얘는 내가 떠나는데 별 감흥이 없나 보다.


근무했던 카페에서 판매하던 피자

마지막으로 발레리아가 오믈렛 해준다고 했는데 바빠서 못 먹었다.

퇴근 전에 열심히 일하고, 매니저랑 수다 떨다가,

정말 마지막 쉬프트 클락 아웃을 하고 나의 마지막 근무가 종료되었다.




기억에 남는 손님들이 굉장히 많다.


4시에 항상 스몰 아메리카노, 스몰 디카페인 라테를 주문하던 두 중년의 손님

까탈스러우면서 매일 나를 힘들게 하던 손님

오후 4시에 와서 스몰 사이즈 드립 커피를 시키고 고개를 숙이며 하루를 정리하는 손님

수프와 버섯 피자를 점심으로 먹으러 와서 항상 반갑게 손을 흔들고 유일하게 나와 대화했던 손님

헤드폰을 끼고 치아를 드러내며 항상 웃던 손님

매일 똑같은 샌드위치를 시키는 손님

샤케 라또를 여름에 즐겨마시던 손님



정신없이 밀린 주문을 하다 보니 더러워진 일터

손을 벌벌 떨며 동전으로 계산하던 피자와 커피를 사던 할아버지 손님

5시 45분에 샌드위치 픽업하겠다며 미리 주문하고 언제 찾으러 오나 나를 불안하게 하던 시큐리티

소이 런던 포그를 시키며 매일 웃으며 인사하던 손님

펜네 투고를 외치며 매번 좋은 하루 보내라고 인사를 하던 손님

피자 두 개 사고 항상 담배 피우고 와서 찾아가겠다던 손님

스파게티, 초코칩 쿠키, 오렌지 주스만 점심에 먹던 킹스맨을 닮은 손님

오렌지주스, 블루베리 머핀, 초콜릿 바나나 머핀만 매일 먹던 손님


단골손님이 꽤 많았고, 매일 보는 손님들과 재미난 에피소드 덕분에 나름 일하면서 행복했다.

마지막으로 인사를 못한 매일 피자를 사고 아이 러브 유를 외치던 그 손님은 2주 내내 얼굴을 볼 수 없다.



매일 보던 손님들은 나에게 동료 이상으로 정이 많이 들었다.

Hi, How are you? 조차도 대답을 할 수 없었던 영어 공포를 이겨낼 수 있게,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고 실수를 해도 괜찮다며 다독여주던 손님들,

당신들은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카페에서 일을 하면서 매일이 나에게는 도전이고 고통이었다.

근무하던 곳의 포스기

영어로 주문을 받고, 영어로 동료들과 일을 하는 것이 절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역시 늘 사람에게는 극복 가능한 힘듦을 준다고,

그 일들을 나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잘 해냈다.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실력 향상의 한계는 있었지만,

처음보다는 알게 된 단어도 많고 매니저랑 영어로 대화하면서 영어 말하기에 대하

두려움도 많이 없어졌다.


남의 돈을 버는 것이 이렇게 어렵구나를 또 느끼며,

돈을 벌고 돈을 쓰며 경제활동과 자본주의의 쓴맛을 알아가며,

하루에 200명 가까이 방문하는 카페에서 그들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며,

뿌듯한 일도 많았고 속상한 일도 많았지만,

이 경험이 나를 성장하게 했고,

나는 이제 어떤 힘듦도 건강하게 극복하는 방법을 배운,

독립적이며 좀 더 강한 멘틀을 가진,

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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