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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다 Jul 05. 2020

해외에서 살아남기 : 인연은 다양한 이름으로 찾아온다.


한국이 아닌 새로운 곳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참 각양각색이다. 



생각하지도 못한 장소에서 만나게 되기도 하고, 나와 인연은 아니었지만, 인연이 돼서 다시 만나기도 한다.



정말 좋은 것은 그렇게 예상하지 못했던 인연과 좋은 영향을 서로 주고받으며 외로운 해외 생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정말 나쁜 것은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을 또 다른 곳에서 만나게 되는 아주 ㅈ같은 상황이다.



여행을 하면서도 정말 세상이 좁다고 느꼈는데, 좁다고 소문난 밴쿠버의 한인사회는 정말 진짜 좁았다.



우즈베키스탄의 한인 사회는 좁았지만, 그래도 일하는 곳의 특성상 블로그도 할 수 없었고,


사회 활동하기에 좀 눈치가 보였지만, 밴쿠버는 그렇지 않아서, 정말 많은 한국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해외의 한인사회는 늘 피하라 하지만, 내가 피하면 피할 수 있지만,


결국은 피하고만 살 수는 없었다.







일을 하면서, 학원을 다니면서, 집을 구하면서, 그냥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이유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렇게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 인연이 계속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해외에서는 만나게 되는 사람의 배경을 알지 못하고, 단기간에 친해지기 때문에 이상한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 더 큰 것 같다.


그만큼 나와 잘 맞으면 좋지만, 나와 잘 맞지 않으면, 도대체 이 좁은 사회에서 어떻게 연을 끊을지가 너무나 큰 고민이었다.



처음엔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하루에 입도 뻥긋 안 하는 날이 있어서 외로워서 미쳐 버릴 것 같았는데,


이제는 아는 사람이 좀 생기니까 한국에서 괴로워하던 인간관계 문제로 미쳐 버릴 것 같았다.



늘 좋은 사람만 만날 수는 없으니까,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게 되니까,


나와 좀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이 너무나 알고 싶었다.






아직도 그 해답을 얻지 못했다.


무엇보다 그 해답을 얻지 못한 이유는 내가 상대를 미친놈이라고 생각하듯이, 상대도 나를 미친놈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은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인간관계를 정리했다.


사실 정리라고 하기도 뭐하고 그냥 내가 신경 쓰고 싶은 사람에게만 신경을 썼다.



인간관계도 정말 귀찮은 것이다. 


때때로 사람을 만나고, 때때로 연락을 하고, 언제 밥 한 번 먹자며, 잘 지내냐며


사실 나 혼자 먹고살기에도 바쁜 와중에 어떻게 타인을 생각하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좋은 사람이라면,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인연을 계속하고 싶었다.



반대로, 내가 인연을 이어가고 싶지 않은 사람은 왜 그렇게 나한테 연락을 하는지


너무 싫었다. 왜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날 좋아할까? 정말 남자고 여자고 사람이란 알 수 없는 동물이다.



고맙게도, 내가 여유가 돼서 연락을 못했지만, 나를 챙겨주고 내 맘을 알고 먼저 다가와 주는 사람도 있었다.


너무 고마웠다. 







어쩌다 알게 된 사람은 워홀 오는 사람들은 돈이 없으니 만나지 말라는 개 같은 소리도 했다.


어쩌다 알게 된 사람은 시민권자 만나서 비자나 연장하라고 짖거렸다.


어쩌다 알게 된 사람은 외로울 때 전화해서 한 잔씩 하자고 고추를 팔았다.


어쩌다 알게 된 사람은 술에 취한 핑계로 내 몸을 더듬거렸다.



어쩌다 알게 된 사람은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어쩌다 알게 된 사람은 담배를 피우면서 나보고 너도 힘들면 담배나 피우라고 했다.


어쩌다 알게 된 사람은 남자 하나 꼬셔서 벌어다 주는 돈으로 집에서 편하게 살라고 했다.


어쩌다 알게 된 사람은 본인 숙제를 대신해달라고 했다.




너무나 이상한 사람을 많이 만나서 이제는 기억도 안 나는데, 어떻게 그렇게 거지 같은 뇌를 달고 사는지


의문이 들었던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그런 사람하고 인연이 닿아 대화를 나누게 되었던 기회가 왜 나한테 벌어졌는지 너무나 짜증 났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좋은 사람을 구별하는 경험치가 생겨서 오히려 고맙다.





다양한 이름으로 찾아오는 인연을 모두 반기지는 못하지만, 오는 사람 안 가리고 다 잘 지내보려 했던 나의 노력이


산산이 무너지는 순간에는 인간에 대한 실망감으로 한동안 사람을 만나기 너무 싫었다.



그런 실망감은 한국이 아닌 타지에서 더 크게 다가왔다.



이러나저러나 만날 사람은 내가 피해도 어디서든 만나게 되고 무조건 싸우는 것도 너무 불편하고 싫었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서서히 멀어지는 것이 나의 최선이었다.



그 어떤 고민보다 인간관계가 제일 골칫덩어리 같다.


나는 마음이 넓지 못해서, 같이 있으면 불편한 사람하고는 물도 같이 마시기 싫다.


그런 사람도 포용하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 이어야 하는데,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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