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다 Jul 05. 2020

해외에서 살아남기 : 한국에 가야 할까


한국을 벗어나면 그렇게 떠나고 싶던 한국이 너무 그리운 순간이 온다.

내가 한국을 떠나고 싶어서 나왔는데, 내 선택에 대한 후회가 밀려오는 그런 때가 있다.



사소한 일상이 그립다. 


길거리에서 먹던 핫도그가 먹고 싶고, 동네 친구와 만나 맥주 한 잔을 하던 시간이 그립다.



나는 무엇보다 한국이 가고 싶었을 때, 내가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때였다.

어학원을 다니던 때보다 일을 하면서 더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한국에서도 하는 일을 여기까지 와서 하고 있으니, 짜증이 났다.

그래도 방 값을 내야 하니까, 먹고살아야 하니까 일을 했다. 당장 길거리에 노숙자 신세가 될 수는 없었다.






일을 하면서 하루 종일 서 있으니까 다리가 아프고 허리가 아팠다.

물걸레질을 하다가 물이라도 쏟아서 신발과 바지가 다 젖으면 너무 내 모습이 초라했다.



디시 워셔 기계를 돌리다가 숨 한 번 돌리면서 앞치마에 손을 닦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여기서 왜 이러고 있을까?



똑같은 외국인 노동자한테 구박을 받을 때면 너무나 화가 나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본인도 외국인 노동 자면서 왜 나한테만 뭐라 하는지?







페이첵을 2주에 1번 받았는데, 페이 책 1번은 집값, 핸드폰 요금, 교통비의 고정비로 다 나가고, 또 2주 뒤에 받는 페이 책으로 먹고 싶은 것 사 먹고 여행 자금 모으면 돈이 정말 하나도 안 남았다. 그래도 팁을 받아서 생활비에 보탬이 됐었다.


2주에 한 번 아주 큰 돈은 아니지만 팁을 받아서 꽤 생활비에 도움이 되었다.





렌트비가 부담이 되기는 했지만, 다른 사람이랑 같은 방에서 살기는 죽어도 싫었다.

돈을 내더라도 난 내 개인적인 방이 너무 필요했다.



그래도 독립적으로 나 혼자 살 수 있는 집에서 살 경제적 여유는 안돼서 총 3명이 사는 집에서 살았는데,


스트레스가 엄청났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요리도 해 먹고, 놀러 가고 잘 지내는데 도대체 난 왜 이런 집에서 살지?

화가 났다.



왜 나랑 같이 사는 사람들은 저렇게 융통성이 없지? 

화가 났다.



왜 나만 이렇게 여기서 이러고 있지?

끝없이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했고, 나의 비참한 삶은 더욱더 비참해졌다.





그럼 그렇게 살기 싫으면 캐나다를 떠나면 된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된다. 

그렇게 현타가 올 때마다 한국 가는 항공권을 알아보고, 통장 잔고를 확인하고,

한국 통장에 있는 남은 돈을 확인하고, 내가 캐나다에 오기 전의 마음가짐을 다시 되새기면서

하루를 버티고, 또 하루가 지나면 고민하고, 또 버텨보고, 또 고민하고 무한 반복했다.



그래도 또 밤이 돼서 잠자리에 들기 전에 그냥 이대로 한국에 갈까?

아니야, 그래도 좀 더 버티자 



또 고민을 했고 고민의 끝은 생각의 결론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고민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결국은 한국을 가고 싶을 때마다 잘 이겨냈고, 끝까지 캐나다 생활을 마쳤다.

나는 나만 힘든 줄 알았고, 나만 불행하고, 나만 캐나다에서의 삶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느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만 불행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 똑같이 힘들고 똑같은 고민을 하는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그 사람들은 본인이 원하고자 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 버텼다.






한국에 가고 싶을 때마다 다시 마음을 잡고 생각도 정리했다.


한국에 가야 하는 이유, 캐나다에 남아야 하는 이유를 적어서,


어떤 것이 더 리스크가 큰 지를 이유들 하나하나를 다시 보면서


결국에는 한국에 가는 것보다 캐나다에서 일을 하면서 버티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절대 남이랑 나를 비교하지 않았다.


내가 캐나다에서 가장 큰 현타가 온 이유 중 하나가 내가 상상했던 삶과 달라서 현실적으로 괴리감이 큰 것도 이유지만,남들이랑 나를 너무 많이 비교해서 그로 인해 오는 현타와 정신적 우울함이 컸다.



남들은 이러는데, 난 왜 이렇지?



정말 이건 해외에 살든, 한국에 살든, 너무나 위험한 생각이다.







같은 목적을 갖고 오든, 다른 목적을 갖고 오든, 사람 사는 것은 다 시간과 행운이 맞아야 좋은 건데,


그 시간과 행운을 내가 못 맞췄을 뿐인데,


왜 그렇게 나는 그 시기를 못 따라잡아서 나를 아프게 했는지 너무 후회가 된다.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고, 저렇게 사는 사람도 있는데,


왜 그때는 그렇게 나를 못 믿고 나를 탓했는지 이제야 과거의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또, 내가 남과 비교하지 않듯이,


타인에게 함부로 말을 하면 안 되겠다.



본인의 처지와 타인의 처지가 다르고, 모르는 사정이 있는데,


보이는 것으로 판단해서 말해버리는 것은 정말 인간관계에 치욕적인 실수 같다.






한국에서 반복되고 지치는 하루들의 반복이 싫어서 떠났는데,


캐나다에서도 매일 똑같은 반복되는 하루들이 반복되니까 너무 끔찍했다.



누군가 한국에서 반복되는 삶을 피해 해외로 간다면, 


차라리 한 달 살기나 여행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물론, 사람마다 분명히 각자에게 맞는 곳은 있겠지만!



학교를 다니나, 일을 하나, 그 쳇바퀴 도는 일상은 변함이 없으니까



그 이상은 아닌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해외에서 살아남기 : 인연은 다양한 이름으로 찾아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