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해외에서 월급을 받게 되었다.
한 학기의 벨라루스 어학연수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다.
어학연수를 통해서 배운 점이 있다면 언어보다는 어떻게 하면 한국 음식을 더 맛있게 하는지?
해외에서 기죽지 않는 방법이 무엇인지?
한국에 가고 싶을 때 참는 방법이 무엇인지?
정말 사는 방법을 배우고 돌아왔다.
그 뒤로 열심히 학교를 다니다가 졸업을 하게 되었다.
졸업을 하고 여기저기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면서 내가 일할 나의 자리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전공은 제2외국어인데 실력도 원어민처럼 잘하지 않으니 취업이 쉽지가 않았다.
그러던 중, 우대조건에 러시아어 가능자를 보고 바로 서류를 제출했다.
운이 좋게도 서류 합격, 면접 합격, 최종 합격으로 이어져 나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한국 준정부기관의 해외사무소로 인턴을 하러 가게 되었다.
두 번 다시는 해외에서 살게 될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또 이렇게 기회가 찾아왔다.
언제 또 해외에서 일을 해 볼까?
지긋지긋한 한국의 고 스펙 취업 시장을 벗어나 볼까라는 마음에 비록 정규직은 아니지만 일단 떠나보기로 했다.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나라라서 아주 낯설지는 않았지만, 뭔가 ~스탄으로 끝나는 나라 이름이 주는 위협감이 존재했다.
그런데, 도착하니 공항에서는 사람들이 무거운 짐을 드는 것을 흔쾌히 도와준다.
한국어로 인사를 하면서 한국에 가 본 적이 있다며 반갑게 말을 거는 사람들이 많았다.
느껴보지 못한 친분이다. 지금까지는 먼저 나에게 말을 걸었던 사람들이 해외에서 없었다.
그런데, 이 나라는 사람들이 나에게 먼저 말을 걸고 심지어 도와준다.
회사에 출근을 하니 현지 직원들이 아주 반갑게 맞이해줬다.
한국어를 아주 잘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나보다 더 한국어를 잘하는 직원들이 사자성어와 고사 성어를 쓰면서 한국어로 대화를 하니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그런데 이런 재미도 잠깐이었다.
함께 일을 해 보니, 우리나라와 너무 다른 행정절차와 아직은 개방적이지 않은 나라의 분위기 때문에 일을 하면서 여러 번 쌍소리를 냈다.
또한, 빨리빨리에 익숙해진 나와 느리고 천천히에 익숙해진 현지 사람들과 일을 하려니 업무의 효율성도 떨어졌다.
업무시간에 동영상을 보면서 깔깔 웃고, 마감기한을 맞추지 않은 업무가 있는데 휴가를 쓰고, 일은 안 하고 쓸데없는 수다로 소음만 만드는 사람들이
너무 싫고 같이 일하기가 짜증이 났다.
하루에도 열 번씩, 맞지 않는 업무 문화에 머리와 속에서 열이 났다.
이런 해외살이의 민낯을 보게 되니, 해외에 사는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되었다.
일을 하면서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 참 많았다.
하지만, 익숙해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나 역시 여유로움에 취해 일을 천천히 하게 되었다.
나라의 종교 때문에 술은 정해진 가게에서만 살 수 있었고, 돼지고기도 한인이 하는 정육점에서 살 수 있었지만 괜찮았다.
저렴한 물가, 좋은 날씨, 친절한 사람들, 이곳은 유토피아 같았다.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조금은 이상한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 날, 택시를 탔는데 같이 술을 마시러 가자는 택시 기사의 말을 듣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왜 낯선 사람에게 술을 마시러 가자고 하지? 이 택시를 계속 타고 가도 될까?
당황하고 무서워서 그냥 내려달라고 했다.
다른 도시를 여행하느라 기차를 탔는데 내 앞에 유명한 가수라고 친구가 귓속말을 했다.
그런데, 그 유명한 가수는 우리에게 같이 바에 가서 놀자며 치근덕거렸다.
몇 살이냐며 어느 동네에 사냐며 같이 놀자며 흔히 말하는 작업을 거는데
유명한 가수라는 사람이 왜 저러나 싶었다. 당황스러워서 자리를 옮겼다.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어떤 남자가 다가와서
"야, 너 예쁘다, 나랑 같이 잘래?"
"너 어디 살아? 번호가 뭐야?"
내가 잘못 들었나? 나의 귀를 의심했다.
이건 명백히 성희롱 아닌가?
길을 걷는데 뒤에서 사람이 따라오더니
"한국 사람이죠? 저 한국에 가고 싶어요. 제발, 저에게 한국 비자 좀 주세요"
뭐지? 이건 또 무슨 경우지?
사람들은 친절한데, 선을 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외국인이라서, 내가 여자라서, 내가 한국인이라서
나에게 쉽게 다가오고 나에게 쉽게 말을 걸었다.
그들의 친근함이 나에게는 부담이 되었고, 여자는 일찍 결혼을 해야 하고, 아이를 반드시 낳아야 하며,
여자는 집에서 집안일을 하고 남자는 밖에서 일을 해야 하고, 친구의 말에 의하면 여자가 해외에 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이 나라의 폐쇄적인 분위기에 나는 충격을 먹었다. 요즘 시대가 어느 때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