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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오 마이 갓! 너 이름이 간이라고?

영어 발음의 중요성

by 라다

캐나다에서 일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한국과 다른 점은 트레이닝 기간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알바를 하면서 트레이닝 기간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는 것 같다.


가게마다 다르지만 트레이닝 기간 동안 일을 배우면서 같이 일하는 코워커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는다.

트레이닝 기간에는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고 또 잘릴 수도 있다.


(보통 캐나다에서는 2주 전에 근로자가 그만둔다고 말하거나 고용주가 근로자를 자른다는 노티스를 줘야 한다.)


트레이닝과 비슷한 개념인 트라이얼이 있는데 이건 한 번 일해보고 고용주가 근로자를 채용할지 말지 결정한다. 일하던 밴쿠버에서는 트라이얼은 많지 않았지만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는 꽤 많은 것 같다.


아무튼, 팁이 나오는 가게에서는 이 트레이닝 기간에 팁을 못 받는 경우도 있고, 시급도 최저보다 낮게 주는 악덕 사장님들도 있다. 일했던 가게에서는 5일 동안 트레이닝을 받고 최저시급을 받았다. 팁은 2주에 한 번 정산이 돼서 2주 뒤에 받았다. 트레이닝 기간은 퇴근 후에 집에 가서 이불 킥을 차는 일이 꽤 많은데 5일 동안의 트레이닝 기간의 기록을 담아보았다.






트레이닝 1일 차

내가 말하는 게 영어가 맞나? 내가 듣는 게 영어가 맞나?

왜 자꾸 뭘 떨어트리지? 잔돈은 맞게 줬을까?

엄청난 걱정과 불안으로 4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트레이닝 2일 차

어느 정도 메뉴에 익숙 해 져가는데 포스기에 수많은 메뉴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손님은 주문하고 포스기에서 메뉴 찾느라 눈알이 이리저리 돌아가고 머릿속으로는 잔돈을 계산하느라 정신이 없다. 손님이 없는 한가한 시간에는 동료들과 되지도 않는 영어로 수다를 떠는 여유도 좀 생겼다.


트레이닝 3일 차

포스기에서 메뉴 찾는 것도 제법 빨라졌고 잔돈 계산도 비교적 잘하게 되었다.

또 샌드위치를 포장하다가 집게를 놓치는 바람에 샌드위치를 떨어트렸다.

3일 정도 되니 특정 시간에 특정 메뉴를 주문하는 말로만 듣던 단골손님들 얼굴이 점점 익숙해졌다.

(근데 그 얼굴이 그 얼굴 같은데 동료는 기가 막히게 기억한다.)


IMG_0619.jpg

캐나다에서 워홀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검은색 바지와 검은색 운동화를 꼭 챙겨 오라고 한다.

그 이유는 대부분 어두운 색 바지와 운동화를 신고 일을 하기 때문이다. (유니폼이 없는 경우)

그런데 문제는 내 체형에 맞는 바지 사는 것이 쉽지 않고 질이 좋지 않은데 꽤 비싸다.

신발 역시나 발 사이즈 맞는 걸 찾기 힘들고 비싸서 결국 중고 아웃렛에서 구매했다.


트레이닝 4일 차

손님이 별로 없어서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메뉴를 외우고 계산하는 방법에 익숙해지니 이제야 좀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쓰레기통 비우기, 포장 박스 접기, 테이블 닦기, 우유통 채우기, 빨대와 막대기 채우기와 같이 손님이 없을 때 부지런히 해놔야 하는 일들을 했다.


12시, 퇴근 시간이 돼서 매니저가 집에 가라고 했다.

캐나다에서 일하면 좋은 점은 출퇴근 그리고 휴식시간을 칼 같이 지킨다는 점이다.

(하루 8시간 근무하면 4시간 근무 후에 30분 쉬는 시간을 가졌다.)

초과시간을 넘으면 본인들도 초과수당을 줘야 하니까 근로자가 퇴근 시간 넘어서 일하는 것을 좋게 보지 않는다.



트레이닝 5일 차


모든 것이 익숙해졌다고 자만했더니 멤버십 카드 사용과 포인트 적립하는 것이 골칫덩어리였다.

또, 커피 종류가 한국과 조금 다른데 커피에 대해 질문세례를 받으면 손님에게 대답하는 동안 나의 떨리는 손과 흔들리는 동공만 보여줄 뿐이다. 아직 갈 길이 멀고 배울 것이 많다고 느꼈다.

점심시간에 커피와 피자를 사러 오는 단골손님이 있는데,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고 내심 속으로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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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손님이 오늘은 나에게 이름이 뭐냐고 이름이 무슨 뜻이냐 물어봐서 대답했더니,


"오 마이 갓, 너 이름이 간이라고?"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되물었다.


속으로 아, 나의 r발음이 l발음으로 잘못 들렸구나 싶었다.


나는 당황해서 l이 아니라 r이라고 말했더니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하며


"너 이름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아"라고 대답했다.


이렇게 영어 발음의 중요성을 깨닫고 며칠 내내 r과 l의 발음 차이만 수십 번 연습을 했다.



output_3000352525.jpg 매니저의 쪽지


출근하면서 항상 출근했다는 인증을 하는데 모니터 옆에 쪽지가 있어서 봤더니 이런 부탁이 있었다.


이탈리안 매니저가 출근하기 전에 나에게 임무를 줬으니 미션을 수행하면서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했다.


5일 차, 트레이닝이 끝나고 매니저가 나를 불렀다.


오전 6시부터 12시까지 일하던 근무 스케줄이 변경이 될 것 같고, 일을 하게 될 곳도 바뀔 것이라고 했다.

다른 지점에서 일하게 될 것이고 9시부터 2시까지 일을 하는 일정으로 변경되었다고 했다.

비록 5일 동안 일했지만 많이 도와주고 챙겨주던 동료들과 헤어질 생각에 너무 아쉬웠고, 새로운 지점에 간다는 생각에 두려움과 동시에 긴장감이 나를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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