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나에게는 말이지...

7/25~8/9, 2019

by Yoon

벌써 체력적으로 10일 이상의 자유여행이 힘에 부치는 나이가 되었다. 내년이면 앞자리 숫자가 바뀌기도 하고 이제 혼자 장기(?)여행을 하는 게 조금은 외롭기도 해서 이번 여행 이후로는 가족, 친구와 함께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을 다녀온 직후는 너무 피곤해서 사진 정리도 안하고, 정신도 못 차리고 바뀌어버린 시차, 개학 준비등으로 정신을 놔버리다가 문득 여행 때 느꼈던 설렘과 낯설음을 다시 기억하게 되었다. 이번 여행의 추억으로 또 한동안은 버틸 수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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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나라, 낯선 사람들과 함께하는 여행기간 동안 하루하루가 새로움이고 낯설음이라는 게, 그 하루하루가 그동안 내가 얼마나 상상하고 바라던 순간이고 소중한지...경험해보지 않은 이는 모를 것이다. 늘상 가족의 테두리에서 경제적 뒷받침을 해야 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고, 직장에서는 내 타이틀에 기대치를 어느 정도 만족시켜야 하고, 내 나이에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스스로 무한~도전을 외쳐야 하는 나름의 사명감을 갖고 있다 보면 문득문득 '나 잘하고 있어?'라고 스스로에게 물을 수 있는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20대엔 그게 도피의 시간이였고 남들로부터 나를 멀리 떨어뜨려 놓을 수 있는 시간이였다면 요즘의 여행은 나에게 불필요한 불안과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을 없애고 그동안 내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사소함을 돌아보고 여행 그 자체가 갖는 새로움과 낯설음을 즐기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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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초원 옆 한적한 도로변을 걸으며 맞이했던 화창한 날씨와 반짝이던 바다 물결, 비록 음소거였지만 너무도 평화로웠던 런던 근교의 소박한 시골 풍경이 눈 앞에서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다가오는 순간 정말 '행복'하다고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비록 내 실수로 나가버린 카메라 액정 때문에 사진 찍기를 포기하고 찾아간 몽셀미셀이였지만 한참을 가서 마주한 바다 한 복판 외딴섬 같은... 그러나 십자가 위 미카엘 천사의 금빛 날개가 얼마나 감격스러웠던지. 3대 성지라는 타이틀이 아니더라도 나같이 성경도 잘 모르는 무늬만 신자인 사람들에게조차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곳. 가로등 불빛 하나 없고 오로지 바다, 새, 구름, 바람만이 함께 하는 그곳의 석양과 야경은 남의 블로그, SNS를 보며 막연히 버킷리스트라 칭하던 나의 허세가 조금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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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여름, 혼자 떠난 보름의 여행은

남들 20대에 다 해본 유럽 배낭여행을 이제라도 내 경제력으로 무리 없이 달성했다는 스스로에 대한 칭찬과 뿌듯함이요, 낯설음과 불편함을 견딜 수 있는 여행의 묘미도 느끼고 또 다른 여행을 잘~하기 위한 시행착오요, 이방인으로서 남들과 함께 무리 없이 섞이려고 노력하는 유연함을 학습해본 좋은 경험이였다. 그래도 조금은 내 마음의 근육이 단련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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