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 허기, 그리고 나의 boundary

by Yoon

남들은 '너무 잘해서 그래....'라는 말로 나를 부려 먹는 걸 묵인한다. 자신은 그 책임감에 협조할 생각이 1도 없음을 그런 식으로 내비치면서, 네 할 일은 많아도 니가 잘하니까 나한테 부탁하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눈치가 빠른 거겠지.

사회생활 10년이 넘어가면 자연스럽게 터득하는 눈칫밥이다.

윗대가리들도 마찬가지다...자신에게 덤비는 아랫것들은 매번 부딪치기 싫으니 은근슬쩍 몇 마디 달콤한 말로 회유하며 한 가지에 또 한 가지를 얹어준다. 열정이 아닌 오롯이 돈 때문에...그 간절함에 닥치고 여러 개를 동시에 하던 20대의 일 버릇이 어느 순간 내 몸에 익숙함이 되어 남들에게 싫은 소리 안 하고 그냥.. 시간이 걸려도 내가 더 많이 하는 게 크게 손해는 아니라는 생각에 입 다물고 있었더니 슬슬 짜증이 밀려온다. 고스란히 나에게 허탈과 허무를 가져오기도 하며 내가 나에게 불만이 생기기도 한다. 좋아서 나서서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내가 나의 속마음을 놓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내 속을 의식하지 못하고 "~해보자."라고 남들이 하듯 그렇게 나를 채근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고 관심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그 욕심을 채우려고.

그런데 솔직히 난 그 정도의 그릇이 아니다. 내가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소박하게나마 행복해할 수 있는 나의 boundary는 더 작은 세계이다. 내 불안의 근원은 내가 나를 잘 모르고 크게만 부풀어 놓은 욕심과 마음 때문인 거다.

바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한 동안 몸을 가누기 힘들다가 미친듯 허기가 져서 맛보다 본능으로 입 안에 무언가를 채워 넣는다. 열정적으로 하고 싶은 취미도 없는지라 허기를 채우고 나면 허무와 외로움이 사람을 멍 때리게 한다. 이때부턴 사회생활 속의 열정 가득해 "보이는 " 이 부장이 아니라 한없이 초라한 서른아홉의 이지윤이 되어있다. 퇴근 후 수다스럽게 내 일상을 공유하며 전화기 너머로 한 시간 거뜬히 통화하고 싶은 사람도 없고, 사랑하는 사람의 저녁을 준비하며 그 책임감에 만족할 만한 상대도 없으니 누군가는 나를 "자유로운 생활"을 마음껏 즐기는 게 부럽다하겠지만...생각보다 그렇게 행복하진 않다. 단지, 지난 20대와 비교하여 한결 나아진 지금에 감사해하며 혹시 신께서 "선택"이란 상황을 주셨다면 난 분명 지금의 나를 최선이라고 받아들였을 거라고 믿고 있기에 더 욕심내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은 분명하다. 누구의 말대로 모든 것을 다 가질 수없으니 말이다.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해피엔딩을 꿈꿀 수 없다면 ..그런 감정이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다면 간절히 기도하지 말자고 그냥 그런 감정은 죽을 때까지 꽝꽝 얼려달라고. 마음속으로 그렇게 말했다.

내 안의 불꽃은 이미 사라졌으니까..이제는 뜨거움이 아니라 스스로 내 안에 온기를 불어넣어주며 살아야 하는 나이가 된 거다. 그러니 마음대로..될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내버려두면 얼어 죽을지도 모른다 ..외롭게 고독사하게 두진 말자.

훗날 신에게로 갈 때까지 나를 세상에 보내주신 그 이유와 명분만큼은 완주할 수 있도록 나를 함부로 내버려두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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