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phobia 지우기
2020.03.03
더운 여름에 레몬 한 조각 쿡~ 눌러 박고 벌컥벌컥 마시길 좋아했던 한 동안 나의 단골 맥주 이름이었는데.
이제는 내 옆에 두고 싶지도, 함께해서는 남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천덕꾸러기의 이름이 되어버렸다. 안뇽~ ㅠㅠ
잠잠해질까 안일했던 우리의 방심은 결국 생각지도 못한 사이비 종교인들의 믿음으로 순식간에 폭발적으로 한 도시를 잠식해버리고 정치적 이해관계, 남 탓하고 혐오와 갈등을 조장하는 무리들에게 딱 좋은 떡밥이 되고 말았다.
올림픽 메달 순위 집계에 관심 집중하던 그때만큼 아니 그때보다 더 아침저녁뉴스에 언급되는 확진환자수에 관심을 갖게 되고 우리 안의 불안을 증폭시킨다.
생애 첫 해외연수의 기대를 날려버렸고, 셀프 자가격리로 집과 직장만 왔다 갔다 하는 단조로운 내 동선이 지루해졌고, 숨도 잘 쉬어지지 않는 방독면 같은걸 화장하고 찝찝하게 두세 번을 껴야 할 만큼 귀한 물건이 됐다는 사실이 이제는 어.이.가.없.네.라는 말도 나오지 않게 되어버렸다.
이런 일상의 정지가 한 달간 지속되며 모든 사람들의 평범한 인사가 '코로나 잠잠해지면 밥 한번 먹자'로 바뀌어버렸다는 것. 얼른 이 일상의 단조로움과 바이러스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하루에도 수십 번이다.
역사책에서나 봄직한 역병의 쓰나미로 평생 3주 휴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처음 경험해본 나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함께 밥을 먹고, 악수를 하고 눈을 맞추는 생활의 한 장면들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거리를 지나가며 누군가의 재채기 소리에 얼굴을 붉히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과는 멀찌기 떨어지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우리의 마음까지 차가워지게 하는 건 아닌지.
모르는 사람을 잠재적 감염자라 수없이 의심하기도 하고 불필요한 접촉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상대가 민망해지고 불쾌할 수 있는 마음이 들게 될지도 모르는 요즘이다.
경계와 조심을 넘어선 공포는 결국 자기를 갉아먹는다. 지금도 여기저기서 땀 흘리고, 남들과 함께 생계의 전선에서 평범한 일상을 묵묵히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응원해주자.
앞으로 남은 2주간 또 다른 플랜으로 이 시간을 뜻깊게 보낼지 생각해보자. 버려지고 낭비되는 시간이 아니길!
에릭 요한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