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_아이돌 사업 좀 해본 여자_ 당신의 친구와 일하는 법
당신의 친구와 일하는 법
우리에겐 시간이 없었다.
투자자는 늘 모든 상황 보고에 대해 "ASAP" 이라는 위챗 내용을 보내왔지만,
사무실 공사조차 이제야 끝난 상황이었다.
프로듀서인 친구와 나는 텅빈 사무실 바닥에 주저 앉았다.
역시나 친구는 해외에 있는 투자자에게 공사가 끝난 사무실 사진을 찍어 보내고 있었다.
"뭐래 투자자는?"
- "사무실 사진 보냈더니, 다 됬으면 연습생 애들 숙소랑 다른거 돈 나갈꺼 이것더것 정리해서 버젯 올리래.
아, 그리고 직원 몇명 쓸거냐고 그러는데?"
"그러게 우리 사람이 필요한거 아니야? 매니저도 없고 지금은 우리 둘 밖에 없잖아."
- "응, 매니저는 내가 아는 지인한테 물어봐놨고.. 음 총무 역할 해줄 사람은 친구한테 말해보려고."
"친구? 솔직히 이거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사업인데, 이런 불안한 사업에 같이 뛰어들겠어? 게다가 친구면.."
- "너도 같이 하잖아. 우리가 언제 같이 이런 사업 해볼 수 있겠어? 난 솔직히 기회라고 생각해."
진짜 친구가 그렇게 생각해줄까,
물론 나도 회사를 그만두고 여기에 앉아있지만 여전히 불안했고 걱정이 많았다.
20대에 해볼 수 있는 최후의 도전 같은 마음이었달까
친구의 이어지는 말에 내 고민은 더 깊어졌다.
- "아 그리고, 너가 맡을 팀 직원은 너가 괜찮은 사람 찾아봐바. 알지? 가능한 빨리."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머리속에 한 친구가 떠올랐다.
나와 유일하게 비슷한 패션 전공을 선택했던 고등학교 친구였다.
그녀는 패션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었고, 안목도 좋았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전화를 걸었고, 아무렇지 않은냥 안부를 묻고 만날 약속을 잡았다.
몇일 후,
친구는 앞에 앉아 난감해하는 나를 보고 웃으며 물었다.
- "왜, 무슨일이야, 뭔가 말하고 싶은 눈친데?"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고 설득해야할까, 난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입을 떼었다.
"너. 내가 일하자고 하면 어떨꺼 같아.? 같이 할거야?"
- "무슨 소리야? 갑자기?"
"일단 그것부터 말해줘. 그냥 나랑 같이 일을 한다고 하면 어떨거 같은지, 같이 할 생각이 있는지."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친구였다면 똑바로 상황을 설명하라고 먼저 말했을 것 같다.
그리고 이리저리 재봤겠지.
하지만 내 친구는 달랐다.
- "음.. 뭐 뭔진 모르겠지만 너랑 같이 한다고 하면 할거야. 뭐 싸울 수도 있고 하겠지, 근데 그래도 같이 할거 같아. 그니까 말 좀 해봐 이제."
난 지금까지의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솔직하게 너무나 불안한 사업이지만 한번쯤 도전해보자는 청소년 드라마 문구같은 말로 친구를 설득했다.
그리고 몇일이 지났을까, 친구는 함께하겠다며 연락이 왔다.
그렇게 친구의 출근 일정을 조절하고, 월급을 협상하고, 초기라 업무경계가 없어 힘들거라고 구구절절 설명하는 내내 나의 얼굴은 시뻘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정말이지, 친구랑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건 껄끄럽고 어려웠다.
그래서 친구와 일하는 것은 어떻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일하는 내내
늘 서로의 눈치를 보았고,
많이도 부딪혔고,
아마 속으로는 서로 욕도 많이 했겠지.
하지만 정말 많은 추억을 공유했고,
지금까지 알아왔던 시간보다 더 많이 친구에 대해 알 수 있었고,
생각하면 웃음이 나는 그런 날들로 남아있다.
어쩌면 누구에게는 살면서 한번도 겪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에게 그러한 기회가 온다면, 꼭 한번쯤은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마 싸우긴 하겠지,
P.s 그래도 친구야 나와 그 험난한 일을 함께 해줘서 고마웠어.